릴펌 인터뷰: “나는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
‘ESSKEETIT!’
열일곱의 나이, 핑크색 드레드를 휘날리며 ‘Gucci Gang’ 하나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소년.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릴 펌(Lil Pump)은 다시 한번 힙합 신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한동안 사운드클라우드 랩의 쇠퇴와 함께 유행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지만, 그는 결코 잊히기를 거부했다.
최근 릴 우지 버트, 플레이보이 카티와 함께 자신을 10년을 버틴 ‘진짜 투어 래퍼’라 정의하고, 과거 자신을 훈계했던 제이 콜을 정면으로 저격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다시금 바이럴의 중심에 올라선 것. 논쟁을 즐기는 그 특유의 당당함은 7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에서도 여전했다.
다시 마주한 그는 한국 팬들이 지어준 별명 ‘일범’을 제 이름인 양 즐기며 에너지를 뿜어내다가도, 숏폼 음악의 선구자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냉철하게 복기할 때는 놀라울 정도로 영리하고 성숙했다. 이제는 신의 생리를 꿰뚫는 ‘전략 아티스트’로 돌아온 릴 펌. 그와 나눈 날 것의 대화를 아래서 확인해보자.
2019년 용산 페스티벌 이후 7년 만인데, 다시 서울에 온 소감은 어때요?
벌써 7년이나 지났다니 정말 믿기지 않네요. 서울은 정말 에너지가 넘쳐요! 오랜만에 왔는데 여러분의 화력은 여전하시더라고요. 지난번에도 대단했지만, 이번엔 훨씬 더 화끈하게 갈 예정입니다. 한국 팬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정말 사랑해요. 공항에 내리자마자 분위기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고마워요.
한국 팬들이 ‘일범’이라고 부르는데 마음에 드나요?
‘일범’이라니, 좋은데요? 완전 마음에 듭니다. 한국에서 저에게 별명까지 지어주셨다는 건 저를 가족처럼 생각해주신다는 뜻이겠죠? 릴 펌, 일범, 빅 펌… 뭐라 부르셔도 좋습니다. ESSKEETIT!
‘Gucci Gang’으로 얻은 명성을 되돌아본다면?
‘Gucci Gang’은 제 인생을 통째로 바꾼 곡입니다. 당시 전 겨우 17살 꼬맹이었는데, 갑자기 월드 투어를 돌고, 플래티넘 인증을 받고, 엄청난 돈을 벌었죠. 사실 처음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조차 못 했어요. 그저 즐기면서 음악을 했을 뿐이었거든요.
‘Gucci Gang’ 1975년 디키 굿맨의 ‘Mr. Jaws’(2분 3초) 이후 약 42년 만에 빌보드 TOP 10에 진입한 가장 짧은 노래라는 독특한 기록을 세웠어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숏폼 음악 시대‘를 당신이 앞당겼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그저 제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음악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음악에 정해진 규칙은 없으니까요. 요즘은 다들 틱톡 같은 플랫폼 때문에 1분짜리 노래를 만들던데, 제가 그 유행을 시작한 거라면… 뭐.. (웃음).
한때 ‘사운드클라우드 랩’ 붐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음악 스타일과 문화를 어떻게 평가 하나요?
정말 대단한 시절이었죠. 저와 XXX텐타시온, 스모크퍼프 같은 친구들이 스튜디오에서 마음껏 혼돈을 만들어내던 때였어요. 거대 레이블도, 규칙도 없었죠. 잃을 게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다시는 재현할 수 없는 분위기에요.
2026 vs 2016?
2016년은 정말 광기 그 자체였어요. 다만, 2026년의 저는 그때보다 더 부유하고, 차분하고, 영리해졌어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그 시절의 에너지를 지금의 저에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두 세계의 장점만 합친 셈이죠.
사람들은 다시 한번 당신이 보여줬던 그 가공되지 않은 에너지를 원하고 있어요. 추후 발표할 음악은 어떤 음악일지 살짝 스포해줄 수 있나요?
사람들이 원했던 초기의 에너지를 다시 꺼내왔습니다. 예전의 에너지에 새로운 비트를 더하고 있어요. 기대해도 좋을걸요?
여전히 치프 키프가 롤모델인가요?
당연하죠. 치프 키프는 레전드니까요.
본인의 음악이 엡스타인 관련 게시물에 쓰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어떤 용도로 쓰는지 제가 일일이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웃음). 그건 저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에요. 제 음악은 그저 즐기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입니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구찌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그건 영원할 거예요. 하지만 요즘은 크롬 하츠에 깊이 빠져 있는건 사실인데요. 희귀한 아이템들을 좋아하거든요. 이번 투어 중에 도쿄에서 아주 특별한 피스들을 몇 개 구하기도 했습니다.
‘ESSKEETIT’ 뮤비에서 롤스로이스를 부쉈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데요. 솔직히 아깝지는 않았나요 ?
사실 일부러 부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실수로 앞 유리를 밟는 바람에 발이 쑥 들어가 버렸거든요. 감독님이 변상해야 한다고 하시길래, “어차피 돈 낼 거면 그냥 시원하게 다 부수고 영상에 담자”라고 생각해서 아주 박살을 냈죠 (웃음).
앞으로 패션 브랜드나 사업 계획이 있나요?
네, 제 개인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습니다. 주얼리 사업도 생각 중이고요.
대중이 당신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제가 그저 철없고 무식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혀 아니거든요. 전 제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16~17살에 독립적으로 저라는 사람의 브랜딩을 구축했고, 한 시대를 풍미하는 흐름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사운드클라우드 세대의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 릴 펌이라는 이름은 반드시 나와야 해요. 저는 시끄럽고, 화려하고, 규칙 따위 없는 스타일로 힙합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으니까요. 서울 여러분, 곧 만납시다. 일범 IN THE BUILDING. ESSKEETITTT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