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다스 로액 인터뷰: 메종 키츠네 공동 설립자
가장 파리답게, 가장 키츠네답게.
질다스 로액 인터뷰: 메종 키츠네 공동 설립자
가장 파리답게, 가장 키츠네답게.
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힘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정의하는 ‘외부인의 시선’에 있다. 7년 만에 파리 패션위크 캘린더로 돌아온 메종 키츠네의 행보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뻔한 파리지앵의 전형을 쫓는 대신, 낯선 여행자의 눈을 빌려 파리라는 도시의 서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정점에는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비게일이 있다. 그녀가 설계한 26SS 컬렉션 ‘Voyage Vestiaire’는 파리를 다시 찾은 일본인 여행자의 호기심 어린 관찰에서 출발한다. 바스락거리는 코튼 포플린과 테크니컬 시어서커 등 가벼운 소재들은 여행자의 경쾌한 발걸음을 실루엣으로 구현하고, 아르데코 모티프와 갤러리 그래픽은 파리의 문화적 자양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환기한다.
서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도시 밖, 산과 숲으로 확장된다. 두 번째 컬렉션 ‘Parisian Adventurer’는 자연으로 떠난 여행자가 그곳에서 마주한 거친 질감들을 도시의 옷장에 어떻게 이식하는지 보여준다.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와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돌의 결(자연)과 매끈한 황동(도시)의 대비가 옷감의 텍스처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폭신한 부클 재킷과 와이드 데님이 만드는 여유로운 실루엣은 결국 자연의 감각을 품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여행자의 ‘귀환’을 상징한다.
도시를 떠나 자연을 탐험하고, 다시 파리의 심장부로 돌아오는 이 일련의 여정은 7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무대 위에 선 메종 키츠네의 모습 그 자체다. 긴 여행을 마치고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동 설립자 질다스 로액과 마주 앉았다.
메종 키츠네가 설립된 지 어느덧 25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성숙하고 자신감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하셨는데, 질다 당신이 정의하는 메종 키츠네의 ‘성숙함’은 2002년의 열정과는 어떤 점에서 가장 차별화되나요?
지금 우리가 말하는 ‘성숙함’은 지난 25년간 쌓인 경험에서 옵니다. 숙련된 팀과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비게일을 필두로 스튜디오가 긴밀히 협업하고, 인하우스 아틀리에의 노하우가 더해져 보다 완성도 높은 실루엣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확신이 있었기에 이번 파리 패션 위크 공식 캘린더 복귀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비게일은 캘빈 클라인, 스텔라 맥카트니 등 선명한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를 거쳐 왔습니다. 그녀의 절제된 미감이 키츠네 특유의 자유로운 에너지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 확신했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선임하는 일은 언제나 하나의 도전이자 모험입니다. 하지만, 아비게일의 작업을 보았을 때, 그녀가 메종키츠네를 한 단계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모든 기술적 영역에서 그녀가 쌓아온 정교한 경험치는 브랜드의 탄탄한 규율과 정밀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야심 차게 선보인 ‘사부아 페르(Savoir-Faire) 캡슐’은 각 피스에 적용된 기술을 설명하는 라벨을 함께 붙였습니다. 이는 키츠네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넘어, 보다 정교한 ‘장인정신’을 갖춘 패션 하우스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히는데요. 키츠네가 지향하는 장인정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메종’이라는 이름에 깊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인하우스 아틀리에를 꾸준히 발전시켜왔고, 아비게일의 경험이 더해지며 공정 전반에서 한 차원 높은 크래프트맨십을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그 깊이를 계속 확장할 계획입니다.
아비게일은 일본의 강점으로 ‘텍스타일 혁신과 데님’을 꼽았습니다. 그녀가 제안한 ‘새로운 소재 연구’가 기존의 프레피한 키츠네 룩에 어떤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보시나요?
아비게일이 가져온 변화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기존의 프레피 실루엣을 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입니다. 이전보다 더 강한 개성과 독창적인 실루엣을 더하며, 메종키츠네 컬렉션에 새로운 성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메종 키츠네는 여전히 100% 독립 자본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거대 패션 그룹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러한 독립성이 아비게일의 새로운 창의적 시도를 뒷받침하는 데 어떤 실질적인 힘이 되었나요?
독립적인 회사라는 점은 우리의 큰 자산입니다. 이러한 독립성은 재정적인 판단에 있어서도 늘 신중함을 요구합니다. 거대 하우스들에 비해 예산은 한정적일지라도, 오히려 그 제약이 창의성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됩니다. 눈에 띄고 차별화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키츠네는 패션을 넘어 음악, 카페, 클럽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해 왔습니다. 브랜드가 더 정교하고 기술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지금, 음악 레이블을 이끄는 질다와 패션 하우스를 운영하는 질다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역할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은 브랜드가 소개하는 것들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만족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컬렉션은 한층 더 야심차게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키츠네가 진정성과 신뢰를 갖춘 패션 하우스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파리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서 늘 꿈꿔왔던 파리 패션 위크의 무대에 서게 된 지금, 우리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비게일은 메종 키츠네를 ‘뿌리 자체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는 요즘, 키츠네만의 진정성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시나요?
바로 그 점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옷을 팔기 위해 마케팅 수단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억지스럽게 이용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좋은 커피를 소개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말차를 정성껏 준비하는 등 본질적인 일에 정성을 다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단순한 이미지 소비나 홍보 수단으로 쓰지 않습니다. 실재하는 본질로 대하는 꾸준함이 메종 키츠네의 진정성 입니다.
‘일본의 이케바나 옆에 놓인 낡은 청바지’처럼,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섞는 게 키츠네의 매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메종 키츠네가 어떤 변화 속에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을 단 하나의 ‘취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텍스처와 컬러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미감을 기준으로 작업해왔습니다. 거칠고 정제된 요소를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섞어내는 감각, 그리고 그 균형감이야말로 앞으로도 메종 키츠네가 절대 놓치지 않을 미적 기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