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s: ‘아이즈매거진’ 박진표
“하나를 사면 정말 오래 입는 편이에요. 17년 째 입고 있는 이 청바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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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설립 11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즈매거진>은 국내외의 소식을 재빠르게 전하며 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화제의 신인 크리에이터의 화보부터 수십 년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와의 대담까지, 콘텐츠의 폭 또한 넓다. 그리고 <아이즈매거진>의 시작과 현재엔 박진표 대표가 있다.
박진표가 가져온 아이템들에선 그가 이끄는 매체의 신속하고 깔끔한 성격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취향이 엿보였다. “이제 제품이 새롭게 나왔다고 해서 갖고 싶어지는 경우는 잘 없어요. 더 이상 새로운 걸 제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졌거든요”라는 그의 말처럼, 오히려 최신 유행과 맞닿은 제품은 많지 않았으며, 그가 오래도록 써보고 삶에 남기기로 결정한 아이템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몇몇 아이템은 심지어 <아이즈매거진>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빈티지 손목시계부터 그가 17년째 입고 있는 리바이스 청바지까지, 박진표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하입비스트> 에센셜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바이스 505 청바지
제가 쓰는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데님 아이템은 하나를 사면 정말 오래 입는 편이에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입은 이 리바이스 505 청바지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입은 제품이에요. 연식은 그보다 더 오래됐어요. 친형이 입던 걸 물려받은 거거든요. 그리고 청바지는 빨아 입는 게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입을 때마다 세탁해요. 그렇게 17년째 입고 있다 보니 물도 빠지고, 벨트 고리도 새로 달고, 밑단도 모두 찢어졌지만, 이제 진짜 제 거라는 느낌이 드는 제품이에요.
크롬 하츠 M65 재킷
작년에 산 이 재킷은 지금까지 산 옷 중 가장 비싼 제품이에요. 400만 원 정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자주 입었어요. 크롬 하츠 의류는 보통 어깨는 타이트하지만 기장은 길어서 저랑 잘 안 맞는 느낌이었지만, 유독 이 제품은 제 몸에 잘 맞더라고요. 마침 오늘은 박서준 님이 이 제품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더라고요. 단점은 조금 무겁다는 겁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까르띠에 빈티지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은 저와 연이 깊은 브랜드예요. 처음으로 접한 명품 시계 브랜드였기도 하고, 중학교 때 친구의 형이 자기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갖고 있다고 자랑한 재밌는 일화도 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형이 자랑한 시계는 ‘SA’급이었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저도 언젠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에 스위스로 출장 갔을 때 현지 시계 전문점에서 이 제품을 발견하고 샀어요. 가격도 아마 제가 가진 물건 중에 가장 비쌀 거예요. 그리고 옆의 머스트 드 까르띠에 시계는 친한 형한테 산 거예요. 과거에 보급형으로 나온 모델이라고 하지만, 제 마음엔 쏙 들어요.
크롬 하츠 선글라스 & 레스카 안경
작년에 LA 출장을 갔을 때 함께 간 포토그래퍼 분이 크롬 하츠에서 살 게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샀어요. 마침 빈티지한 셰이프의 선글라스를 찾고 있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괜찮았거든요. 안경은 레스카라는 프랑스 브랜드의 제품이에요. 도수는 없지만 여러 면에서 유용해요. 블루라이트도 차단해 주고 중후한 멋도 더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각종 액세서리
팔찌와 반지 두 개는 크롬 하츠의 제품이고, 나머지 반지 하나는 경복궁 근처의 숍에서 산 아르포라는 브랜드의 제품이에요. 하지만 시계와 매치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보통 실버 액세서리로 팔찌와 반지를 차거나, 빈티지 시계 하나만 차는 식이거든요.
비즈빔 왈피 러너 스니커
작년에 도쿄 오모테산도 비즈빔 매장에서 구매한 신발이에요. 원래는 캔버스화 스타일의 스니커를 주로 신다가, 이 제품을 산 뒤론 이것만 신고 있어요. 다양한 브랜드와의 미팅이 잦은 저에겐 되레 주요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을 신는 게 리스크인데, 이 제품을 신으면 누굴 만나도 경쟁사 제품을 신는 결례를 범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도 의외의 장점이에요.
생 로랑 벨트
이건 선물 받은 생 로랑 벨트인데, 얼핏 보면 눈에 띄게 생겼지만 실제로 착용하면 생각만큼 튀지 않아서 좋아요. 길이 조절도 편하고요.
대만에서 구매한 안대
작년에 이 신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인 조기석과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갔다가 들른 대만 국립 박물관에서 산 안대입니다. 옛날 중국 왕의 눈이 그려진 디자인인데, 근엄 진지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엠’ 영양제
‘아이엠’이라고 원하는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를 구독 형식으로 보내주는 서비스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영양제에요. 앞면엔 ‘I AM: 박진표’라고 적힌 문구도 있어요. 하루를 매일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에센셜이라고 생각해요.
<하드씽>
이 책은 지금까지 선물 받은 책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책이에요. 혹여나 이 기사를 보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지고 와봤어요. 저자인 벤 호로위츠가 실리콘 밸리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겪은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쌓으면 좋을 경험을 정의하기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설명해 주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가지고 오진 않았지만,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도 정말 좋아해요.
톰 포드, 오드우드 오 드 퍼퓸
20대 중반, LA 출장을 함께 간 장덕화 포토그래퍼님이 어른의 향이라고 소개해주면서 처음 접한 향수예요. 처음엔 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이 향수에 정착하게 됐죠. 과할 땐 바디로션까지 전부 이 향으로 나온 걸 썼어요. 물건도, 음식도, 저는 줄곧 쓰는 것만 쓰고 먹는 것만 먹어요(웃음).
‘어니부기’ 인형
예전에 제가 ‘꼬부기’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프로필 사진을 ‘꼬부기’로 설정했어요. 그 프로필 사진으로 6년을 살다가 2020년에 지금의 <아이즈매거진> 사옥이 생기면서 ‘꼬부기’를 ‘어니부기’로 진화시켰죠. 그러다 작년에 도쿄에 가서 우연히 이 인형을 보고 바로 사게 됐습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깔끔하고 ‘젠’한 걸 선호하는데, 이 친구는 아마 제 에센셜 목록에서도, 집에서도 유일한 귀여운 제품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