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타 바우마이스터 인터뷰: 뉴욕 패션계가 주목하는 이름
CFDA 수상자이자 뉴욕을 사로잡은 디자이너가 나이키와 서울을 찾았다.
‘나이키랩 서울 2026’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 패션 및 팬들에게 본인과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멜리타 바우마이스터(Melitta Baumeister)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멜리타다. 뉴욕 아틀리에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과감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와의 두 번째 캡슐 협업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과 컬렉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어떠한 제약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다. 특정 스포츠 종목에 국한하지 않고, 스포티시즘과 예술 전반을 폭넓게 조명하고자 했다. 어릴 적 나의 우상은 항상 아티스트와 운동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 동경은 그들의 삶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일종의 거리를 만들어내곤 했다. 시간이 지나 깨달은 건 누군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핵심은 헌신과 노력, 그리고 축적된 시간이다.
이 아이디어가 이번 프로젝트와 서울 팝업 활성화의 핵심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찾고 거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 그 용기가 모든 것을 바꾸니까.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 소재는 ‘찰흙(Clay)’이다. 공간 구성은 물론 신발의 솔(Sole)과 트림, 각종 디테일을 조형하는 데 찰흙을 활용했다. 우리에게 찰흙은 ‘인체’, 그리고 끊임없이 형태를 갖춰나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필요한 것은 오직 헌신과 반복뿐이다.
당신의 피스들은 종종 ‘입는 조각(Wearable Sculptures)’으로 묘사된다. 이토록 독창적이고 조형적인 실루엣을 시도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
전통적인 테일러링의 규범을 깨고, 규칙을 따르지 않았을 때 무엇이 탄생하는지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입체적인 형태의 옷을 입는 것은 착용자에게 일종의 ‘해방감’과 선택권을 선사한다. 나를 과감히 표현하고 공간을 점유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원한다면 옷 뒤로 자신을 숨기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옷은 착용자를 감싸 안는다. 옷이 주체가 되어 착용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자가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오브제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몸만 가져오세요, 형태는 우리가 만듭니다(You bring the body, we bring the shape).”
“You bring the body, we bring the shape”
과감하게 과장된 볼륨과 벌룬 형태의 실루엣이 돋보인다. 거대한 실루엣과 프로포션을 다룰 때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
물리적으로나 비유적으로나 패션이 공간을 점유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멜리타 바우마이스터의 옷을 입으면 독보적인 존재감이 생기는데, 디자이너로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옷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곧 착용자에게 하나의 ‘경험’을 설계해 주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는 소비자들이 일시적인 자극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경험을 위해 옷을 구매하는 세상이다. 결국 착용자의 자아 일부가 되는 그런 옷 말이다.
흑백의 모노크롬이나 명확한 원색 중심의 절제된 컬러 팔레트를 주로 사용한다. 컬러 선정을 최소화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멘토 한 분이 내게 “너는 컬러를 마치 블랙처럼 사용하는구나”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기억에 깊게 남았다. 나는 컬러가 대담하고 힘 있기를 원한다. 모노크롬을 유지하면 각 컬러가 가진 본연의 캐릭터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는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옷을 입는 사람에게도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 지점이 마음에 든다.
독일에서 자라 뉴욕에서 브랜드를 론칭했다. 두 도시의 대비되는 에너지가 당신의 디자인 감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독일에서의 교육은 엄격하고 진지했다. 그 경험은 나를 변화시켰고 지금까지도 작업 세계의 바탕이 되고 있다. 당시 디자인은 소비재가 아닌 문화적 오브제를 만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과정으로 다뤄졌다. 덕분에 관습을 넘어 나만의 언어를 구축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얻었다.
반면 뉴욕은 브랜드를 거의 ‘강제로’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도시다. 내 작업이 초기에 빠르게 주목받으면서 준비할 겨를도 없이 비즈니스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했다. 미리 배우기보다는 현장에서 부딪히며 모든 것을 배웠다. 대단히 뉴욕다운 방식이었고, 독일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뉴욕에서 탄생한 브랜드를 이끄는 독일인 디자이너’다.
2023년 패션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CFDA/보그 패션 펀드(CFDA/Vogue Fashion Fund)’ 우승을 차지했다. 독창성을 인정받은 그 순간은 어떤 의미였나?
뉴욕에 기반을 둔 브랜드로서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우리의 작업은 뉴욕 패션 씬의 메인스트림과는 확연히 달랐고, 그 차별화는 항상 의도된 것이었다. 그 수상은 패션 커뮤니티가 우리를 공식적으로 환영해 준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형태의 패션 언어가 자리가 설 있다는 것을 확인받았고, 우리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한층 더 견고해졌다.
폼(Foam)이나 산업용 합성소재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주로 어디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나?
디자이너로서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메모를 남기기 때문에 영감은 모든 곳에서 온다. 다만 파트너 미칼(Michal)과 자유 시간이 생기면 대부분의 시간을 현대미술을 관람하는 데 쓴다. 남은 시간은 자연 속에서 보낸다. 이번 짧은 서울 일정 동안에도 MMCA에서 서도호 작가의 전시를 보고 리움미술관의 <갈라진 대지 양떼구름> 전시를 관람했으며, 한양도성길을 따라 러닝을 즐겼다.
나이키의 퍼포먼스 헤리티지와 멜리타 바우마이스터의 조형적 애스테틱의 만남이 매우 신선하다. 이번 협업 피스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은?
곧 추가로 공개될 피스들이 있어 매우 설렌다. 지금까지 출시된 3가지 스니커즈 중에서는 ‘리프트 로커(Rift Rocker)’를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된 매우 유니크한 모델이다.
‘나이키 리프트’는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흥미로운 모델이었다. 나이키 역사상 다소 이단아적인 존재이자, 호불호가 갈리지만 마니아층의 두터운 사랑을 받는 신발이다. 우리는 항상 이런 ‘아웃캐스트(Outcast)’적 접근에 끌린다. 또한 인솔을 빼내는 순간 신발 본연의 조형미가 드러나는데, 그 자체로 대단히 패셔너블하다. 암석에서 영감을 받은 솔 디자인과 수륙양용 슈즈라는 특성은 아웃도어의 DNA를 품고 있다. 도심이든 자연이든, 각자의 모험을 떠나길 바라는 이번 프로젝트의 콘셉트와도 완벽히 부합한다.
인라인 컬렉션과 이번 나이키 캡슐 모두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이 스테이트먼트 피스들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착용성’은 모든 피스를 디자인할 때 고민하는 요소다. 옷의 존재감은 강하되, 현실 세계에서 입을 수 있어야 한다. 풀 룩으로 착장하면 드레스업된 강렬한 스테이트먼트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입을 필요는 없다.
힘을 빼고 연출하고 싶다면 컬렉션 내의 베이직한 피스와 믹스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볼륨감 있는 볼드한 스커트에 여유로운 핏의 티셔츠를 매치하는 방식이다. 기본 아이템이 실루엣의 균형을 잡아주어 전체적인 룩이 한결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진다.
사람들이 당신의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에너지나 감정을 느끼길 바라나?
내가 생각하는 패션의 힘은 일상의 순간들에 ‘숭고함(Sublime)’의 감정을 불어넣는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미소나 가벼운 칭찬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 고객들이 MB의 옷을 처음 입었던 날의 경험을 이메일로 보내줄 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느낀 도시의 에너지나 한국 젊은이들의 패션 스타일은 어땠나?
사람들이 자신의 옷차림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보는 것이 즐거웠다. 서울의 젊은이들은 펑크(Punk)한 태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버사이즈 스트리트웨어를 매우 세련되고 깔끔하게 소화한다. 과감하고 강렬한 룩이지만, 모든 디테일이 정교하게 계산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멜리타 바우마이스터 브랜드가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꿈이 있다면?
나이키와 함께 시작한 여정 자체가 하나의 꿈이다. 우리는 제품을 넘어 사람들에게 닿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했다. 콘셉트 단계부터 디자인 과정, 서울에서의 팝업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서로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독창적인 언어를 담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컬래버레이션이자 최선의 결과물이다. 또한 브랜드 차원의 단기 목표는 남성복 라인을 안착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가구 디자인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언젠가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