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디자인 스튜디오 파이널리스트 인터뷰: 김지순이 완성한 가장 날것의 에어 조던 1
치열했던 3일의 레이스.
조던 디자인 스튜디오 파이널리스트 인터뷰: 김지순이 완성한 가장 날것의 에어 조던 1
치열했던 3일의 레이스.
에어 조던 1을 해체하고 다시 배열했다. 서울의 크리에이터 8인이 모인 ‘조던 디자인 스튜디오’. 치열한 레이스 끝에 글로벌 파이널로 향하는 최종 1인은 아티스트 김지순이다.
그의 작업은 늘 조명 바깥에 있던 것들에서 출발한다. 버려진 소재, 그리고 스니커 안쪽에 숨어 있던 파츠. 이번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90년대 마이클 조던이 코트를 누비던 때, 같은 시대 한국의 아이가 밟고 자란 노란 장판과 집 안을 채우던 체리 몰딩의 기억을 해체된 에어 조던 1의 파츠 위로 날것 그대로 배치했다. 어릴 적 가위와 풀로 종이를 오려 붙이던 방식 그대로다.
매끈하게 잘 정돈된 완성품보다 재료와 서사가 가진 힘을 믿는 것. <하입비스트>는 뉴욕, LA, 도쿄의 대표들과 맞설 김지순을 만나 그가 완성한 서울의 답에 대해 물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쟁쟁한 8인의 크리에이터 중 최종 1인으로 발탁되어 글로벌 파이널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본인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마음이 어땠나요?
첫마디가 “정말요?”였어요. 진짜 예상 못 해서 얼떨떨했죠. 조던 디자인 스튜디오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봐요. 저마다 다른 색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에어 조던 1’이라는 신발에 각자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핵심이었죠. 그래서 우승했다는 기쁨보다, 이제 한국 대표로 가니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조던 팀이 준비해 준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 제대로 임해야겠다.’ 작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신 덕분에 저 역시 더 진지하게 제 답을 찾게 됐습니다.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준 조던 팀에 감사합니다.
3일간 워크숍을 치르며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작업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요?
사실 작업 중엔 의도적으로 타인의 작업물을 보지 않았어요. 영향을 받거나 은연중에 정답을 쫓게 될까 봐요. 저는 제 안의 기억과 경험에서 답을 찾는 편입니다. 다만 8명의 크리에이터가 동일한 에어 조던 1을 두고 각자의 삶에 기반해 완전히 다른 8가지 해답을 도출해 내는 그 과정 자체는 꽤 흥미로운 자극이었어요.
평소 버려지거나 외면받는 소재를 다뤄오셨는데, 이 작업 철학이 에어 조던 1에는 어떻게 반영됐나요?
어릴 때부터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에 눈길이 갔어요. 그 시선이 작업으로 이어진 거죠. 에어 조던 1을 완성된 신발이 아닌 10여 개의 원자재로 분해한 뒤, 기존에는 숨어 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파츠들을 전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보이지 않던 요소의 위치와 역할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게 제가 정의하는 재구성입니다.
‘에어 조던 1’을 직접 뜯어보며 새로웠던 지점도 있었나요?
조던 팀이 준비해 준 ‘SAMPLE’ 스탬프 찍힌 에어 조던 1을 직접 해체해 본 것부터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에어 조던 1은 생각보다 분해할 수 있는 파츠가 훨씬 세밀하게 나뉘어 있더라고요. 파츠마다 명확한 이름과 역할이 존재하는 걸 보면서, 그 자체로 완벽하게 설계된 구조물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완성된 조던 디자인 스케치에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어떻게 녹아 있나요?
서울은 저에게 자유롭게 무언가를 시도하고 만드는 공간이에요. 이번 에어 조던 1 스케치에는 현재 서울에서 작업 중인 저만의 재배치 방식과 제가 자란 90년대 한국의 정서를 함께 담았습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과 지금 서울에서의 작업 방식을 에어 조던 1이라는 하나의 오브제 위에 재구성한 거죠.
유년 시절 이야기가 담겼다고요? 정확히 어떤 작업 방식과 요소들인가요?
90년대 제 어린 시절 사진들을 다시 찾아봤어요. 가위나 풀 같은 단순한 도구로 무언가를 몰입해서 만들던 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시절의 나라면 어떻게 작업했을까’에서 출발했어요. 에어 조던 1 스케치를 종이 가위로 직접 잘라 겹쳐보고, 원래 안쪽에 숨겨져 있던 파츠들을 바깥으로 완전히 꺼내 재배치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해체 놀이가 지금의 작업 방식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죠.
인솔에는 90년대 한국 집에 필수였던 노란 ‘K-장판’의 질감과 패턴을 적용했어요. 푹신한 장판 위 격자 패턴이 문득 농구 코트처럼 보이더라고요. 90년대 조던이 누볐던 농구 코트와 제가 밟고 자란 장판을 하나로 연결한 겁니다. 패키지 박스에는 그 시절 특유의 ‘체리 몰딩’ 요소를 더해, 90년대 한국의 풍경을 신발 안팎에 완성했습니다.
신발 파츠 중 가장 재미있게 다룬 부분은 어디였나요?
‘Collar Overlay(발목 덧댐)’ 파츠요. 조던의 아이콘인 ‘윙 로고’가 새겨진 데다, 발목을 감싸며 신발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 부위죠. 기존 윙 로고를 한국적인 요소와 결합해 재해석하는 동시에, 하나였던 Collar Overlay를 두 개로 중첩해 배치했어요. 상징을 없애기보다 중첩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조던다움’을 오히려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기존 조던 브랜드의 숱한 협업작들과 ‘김지순의 조던’이 다른 결정적 차이점이 바로 그 지점이겠네요.
맞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유년의 기억과 정서를 건드린다는 점이 첫 번째예요. 장판이나 체리 몰딩처럼 익숙해서 지나쳤던 요소를 통해 집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죠.
구조적으로도 안쪽 면의 파츠를 모두 해체해 바깥쪽에 밀집시키는 파격적인 레이아웃을 취했습니다. 안쪽은 해체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고, 바깥쪽은 전에 없던 새로운 입체감이 생기죠. 이 정서적 서사와 해체주의적 방식의 결합이 기존 협업과 완전히 다른 지점입니다.
기존에 K-POP 아티스트들과 많은 작업을 해오셨잖아요. 그 경험이 이번 이틀간의 작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나요?
K-POP 필드는 극도로 타이트한 시간 내에 최선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환경이에요. 덕분에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판단하고 아이디어를 실물로 시각화하는 데 단련이 되어 있었죠. 이번 스튜디오처럼 이틀 안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끝내야 하는 조건이 오히려 제게는 익숙한 체급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무대가 수많은 스태프의 노고로 완성되듯, 이 모든 것을 준비해 준 조던 팀에 퀄리티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명확했고요.
이제 뉴욕, LA, 도쿄 등 세계 각 도시 대표들과 겨루게 됩니다. ‘서울 대표 김지순’만의 확실한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과 대구를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여러 도시의 결을 직접 경험해 온 ‘토종’이라는 점이 타 도시 대표들과 구분되는 첫 번째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진짜 필살기는 ‘기획력과 스토리텔링’이에요. 한국적인 요소를 조던에 1차원적으로 얹는 게 아니라, 제가 경험한 한국만의 요소와 기억을 조던이 가진 고유의 역사와 스토리에 정밀하게 결합하는 거죠. ‘왜 이 디자인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먼저 세우고, 저와 조던의 각기 다른 서사를 하나의 제품 안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것. 그 깊이감이 제가 서울을 대표해 증명할 가장 확실한 무기입니다.
만약 마이클 조던 본인이 이 커스텀 피스를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원하나요?
장판과 코트를 연결한 제 의도를 알아보시고 “드디어 만났네, 잘해왔다” 한마디 해준다면 스토리가 완벽히 완성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피스를 함께 들고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네요. 어른과 아이의 스니커처럼 사이즈 대비가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최종 우승을 차지해 전 세계 매장에 제품이 공개된다면, 가장 먼저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이 모든 서사의 시작이자 기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 제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저를 믿어주고 손을 건네준 메이(@guttimay)에게 전달하고 싶네요.
전 세계 조던 매니아들과 심사위원단에게 전하는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조던은 문화이자 삶의 서사입니다. 코트 위에서 한계를 깨부수던 플레이어들의 땀과 집념이 담겨있죠. 저 역시 가장 많은 골을 넣는 주인공이 되기보다, 제 자리에서 묵묵히 저만의 정답을 증명해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버려지고 지나쳐지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