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맛 과자의 종말. 마가렛트 해남 고구마 맛 등판
호구마! 아니, 해남 고구마 맛 마가렛트.

바나나와 녹차로 점철되었던 제과 시장에 롯데제과의 ‘해남 고구마’ 맛 마가렛트가 등판한다.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격자무늬 ‘국민 과자’의 역사는 1987년으로 올라간다. 그 유명한 심슨 가족과 동갑이니 우리는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지나기 이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기 전부터 마가렛트를 먹어온 셈이다. 먼 나라의 예시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 생전에 마가렛트를 좋아하던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제사상에 마가렛트 탑을 올린다는 지인의 미담에서 그 역사를 실감할 수 있다.
오븐에서 갓 구운 듯 고소하고 달달한 맛으로 사랑받는 오리지널을 기반으로 마가렛트는 변주를 거듭해왔다. 초코맛은 원조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고, 모두가 바나나와 녹차맛 신제품을 내놓았던 2016년에는 뚝심 있게 밀크&쿠키 맛을 선보였다.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긴 했어도 그래놀라나 오곡 빈처럼 실험적인 맛도 꾸준히 시도했다. 이번에 출시하는 ‘마가렛트 고구마’는 부드러운 마가렛트 속에 고구마를 넣은 소프트 쿠키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라는 말은 마가렛트를 먹고 만든 게 아닌가 싶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에 찐 고구마의 달콤함이 더해졌다. 진한 고구마 맛으로 정평이 난 해남 땅끝마을 산 고구마다. 고구마 고유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속은 노오란 고구마로, 쿠키의 겉은 보랏빛으로 꾸미는 세심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주춤하는 ‘바나나 맛’ 열풍과 과도기에 접어든 ‘녹차ㆍ말차 맛’ 과자 사이에서 고구마 맛 마가렛트는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 데워먹으면 더 맛있다는 입소문이 벌써 자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