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로드 -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코드네임 청계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코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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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배드애스(Joey Bada$$)가 자신의 소울 푸드를 노래한 곡 ‘Curry Chicken’. 이 트랙을 들으면 커리 생각이 절실해진다. 커리 찬송가는 아니다. 커리 치킨과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 그리고 ‘우리가 뒤에 있으니 염려 말라’는 격려에 보내는 화답이다.

‘내가 책임질게. 걱정하지 마. 저녁에 집에 가면 커리 치킨만 좀 해주세요.’

이 정도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라면 그 맛이 궁금해지지 않나. 사실 조이의 셀프 쿠킹 영상에서 이 커리 치킨의 실체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희한했다. 그건 인도 커리도 미국 커리도 아닌 새로운 것이었으니까.

동대문에도 설명하기 힘든 커리가 있다. 인도와 중국이 만나는 곳, 바로 네팔의 커리를 파는 식당이다.

최자로드 -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hypebeast eats choiza road ep 3 2017

먼저 커리 레스토랑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부터 알아야 한다. 최자를 이곳에 전도한 뮤지션이자 커리 애호가인 정재일이 전수한 팁에 따르면, 인도 커리 집에서 이 메뉴를 시켜보면 ‘사이즈’가 딱 나온다.

“팔락 퍼니르라고 시금치 커리 있잖아. 그걸 먹어보면 안대. 중국집은 자장면 잘하는 데가 다 잘한다는 속설처럼.”

“팔락 퍼니르가 맛이 없으면 다른 메뉴가 아무리 맛있어도 좋은 커리집이라 할 수 없어.”

“이 집에서는 팔락 퍼니르와 치킨 티사 마살라 그리고 머튼 반달루를 먹어봐야 해. 향이 강한 커리를 못 먹는 사람이라면 에그 커리도 매력 있지.”

“팔락 퍼니르는 시금치를 갈아 만든 커리에 양젖 치즈가 들어 있어. 미역이나 해초 같은 끈적끈적한 느낌이 좋아. 마일드하고 순해서 인도 커리 특유의 강한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먹기 편해.”

“정말 맵고 센 것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머턴 빈달루. 머턴이 양, 빈달루는 맵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 많이 매운 커리야. 양고기라도 비리지 않아.”

“치킨 티카 마살라는 기본 중의 기본. 탄두리 치킨에 붉은 커리를 뿌린 거라 생각하면 돼. 심하게 맵지 않고 달콤하기도 해서 인도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라면 입문용으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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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맛은 중국 음식과 인도 음식의 중간이야. 그래서 특별하고 재밌어. 차오멘도 인도 음식점에는 없는 메뉴야. 중국 차오멘이랑 다른 점? 향이 있는 게 달라. 끝맛이 화해. 그냥 네팔 음식이야.”

이곳은 인도 음식점이 아니라 네팔 음식점이다. 네팔은 지리적으로 인도와 중국과 동시에 접해 있어 음식 또한 두 나라의 영향을 모두 받았다. 중국 음식인 차오멘을 파는 것이 그 흔적.

“커리도 인도풍에 비해 향이 강하지 않고 순한 편이야.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더 잘 맞고 쉬워.”

BGM: Khalid – ‘Let’s Go’
인도와 중국 색깔이 섞인 네팔 느낌. 칼리드의 옛날 음악이랑 묘하게 어울려.

“가성비는 여기가 진짜 최고야. 둘이서 커리 세 개 정도 시키고 탄두리 치킨을 추가해도 괜찮아. 보통 탄두리 치킨은 한 마리나 반 마리 단위로 팔잖아. 여기는 살코기만 안주 사이즈로 나와.”

이 집 카레는 버터 맛이 과하지 않아 쉽게 물리지 않는다. 담백해서 계속 들어간다는 얘기. 접시 사이즈가 작아서 가격도 저렴한 편. 여러 가지를 주문해 맛보기에 맛도 가격도 부담이 없다.

“난 레몬 안 뿌리고 먹어. 닭도 닭 비린내가 좀 나야 맛있어. 돼지도 돼지 냄새가 나야 맛있듯이. 꼭 다른 향신료로 죽일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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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는 난이 먹는 재미가 있지 않냐. 찍어 먹고 위에 얹어 먹고. 여기는 갈릭 난이 특히 맛있어. 갈릭 버터가 마늘 향이 많이 나고 고소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데 향이 강한 커리랑 잘 어울려.”

이 집 음식에서는 어딘가 익숙한 매운맛이 느껴진다. 뭔가 다른 점을 깨달았다. 청양 고추. 청양고추의 깔끔한 매운맛이었다.

“예리한데? 청양고추가 한국 사람들한테 친숙한 매운맛이잖아. 여기는 한국화된 인디언 푸드의 좋은 예 같아. 이게 한국화된 건지 원래 네팔 음식이 이런 건지 알 수 없지만.”

한국적으로 개량이 많이 되어 있어서, 진짜 인디언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 아쉬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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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대표하는 맥주 킹피셔. 도수가 5% 정도 되는 인도 국민 라거다. 몰트와 함께 쌀이 들어가서 단맛도 느껴진다. 목 넘김이 시원해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기 제격이다.

“킹피셔는 말하자면 인도 카스. 담백한데 약간 단맛도 있어서 인도 음식이랑 잘 어울려. 원래는 골든 이글을 마시러 자주 왔었어. 다른 인도 맥주보다 도수가 2~3도 더 높은 라거인데 끈적끈적해. 지금은 단종됐는지 안 들어와서 아쉬워.”

“여기 네팔 직원분들 한국어 발음이 정말 좋아. 저기 저분도 한국 온 지10년째라는데 올 때마다 한국어가 조금씩 늘어 있다니까. 그런 것도 여기 매력이야.”

이 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 점심, 저녁 시간만 피하면 좀 낫다는 팁이 너무 빤하다면? 영등포 분점으로 향할 것. 최근 역사문화관과 하남에도 매장을 추가했다.

“아, 안나푸르나의 셰르파들 있잖아. 요즘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셰르파들이 김치찌개를 그렇게 잘 끓인대. 이 근처 창신동에 아예 네팔 음식 거리가 있거든. 거기도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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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칸막이가 명당이야. 옆 테이블이랑 마주 보지 않아도 되는 구조고. 중앙 테이블과는 달리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대화할 수 있어. 중요한 미팅이나 데이트할 때 칸막이 자리에 앉으면 좋아.”

“마음에 드는 친구랑 썸 타고 싶을 때 오기도 좋아. 근처 청계천 통해서 다 연결되어 있어 밥 먹고 할 게 많거든. 좀 걷다가 광장시장 들러서 막걸리 한잔할 수도 있고, 동대문 가서 ‘닭한마리’도 먹을 수 있고.”

“아, 해도 저무는데
노가리에 맥주 한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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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데려오면 카오산 로드 같다고 좋아해. 가벼운 안주와 함께 값싸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야.”

청계천을 걷다가 을지로3가 쪽으로 나와 외진 골목으로 향한다. 예상치 못한 광경. 네온사인 간판이 즐비하고 수백 개의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늘어선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는 친구들과 와도 손색없고 데이트하러 오기도 괜찮아. 근처에서 밥 먹고 얘기 좀 하면서 청계천을 걷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가볍게 한잔하러 오기 딱이거든.”

걸음마다 웅성웅성한 기분 좋은 소음이 가까워졌다. 시공간의 문에 가까이갈수록 건너편 세상의 소란함이 점점 크게 들려오는 판타지처럼.

“특히 메인 로드의 조명이 좋아. 더 어두워지면 서로가 정말 아름다워 보여. 우리 얘기는 아무도 못 들을 것 같은 그런 시끌시끌한 분위기도 매력이고.”

옆 편에 공구상가 골목이 있는데 밤이라 셔터를 내렸다. 알록달록한 셔터와 가로등 불빛이 네온사인 조명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형성한다. 묘하다. 한국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이 집은 선택권이 없어. 착석과 동시에 머리 수대로 노가리 한 마리와 생맥주 한잔이 나와.”

“고추장 마요네즈가 좀 매우면, 꼭 간장 마요네즈를 달라고 주문해. 그게 팁이야. 추가 메뉴로는 번데기. 난 여기 2005년부터 왔는데, 그땐 노가리랑 번데기 두 개밖에 없었거든. 옆집들이 생기면서 황도나 치킨 같은 메뉴가 추가됐어.”

지금 같은 초여름날 밤은 이곳을 위해 생긴 계절 같다. 겨울은 노상을 접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다.

“여기 겨울도 나쁘지 않아. 분위기는 좋지만 사람은 많이 없는 곳. 겨울 바다 같은 그런 느낌이야.”

BGM: Dennis Brown – ‘Things in Life’
<중경삼림>의 금성무가 바에서
임청하를 만날 때마다 이 노래가 나와. 그런 설렘이 있는 곳이지.

“이 노래 느낌이 되게 좋아. 가사도. 인생이 원래 ‘업 앤 다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살아 있고 함께다. 딱 이런 데서 사람들이 맥주 한잔 마시면서 할 수 있는 얘기잖아.”

“야, 그냥 마셔. 마시고 털어버려. 원래 사는 게 그런 거 아냐? 네 얘기 들어줄 사람이 아직 여기 있잖아. 이 노래랑 잘 어울리는 지점이야. 서로 위로하고 들어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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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3~4년 전이었나. 최자가 ‘여대생이 사귀고 싶은 남자 연예인’ 1위로 선정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에 따르면, 힙합 스타일을 고수하던 최자가 어느 날 롱 코트에 구두를 신고 나타났던 시기와 일치한다.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유행한다고 따라 입는 건 의미가 없잖아. ‘핫’하다는 아이템으로 도배하면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 근데 나는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입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 반팔티 하나를 입더라도 핏이 잘 맞아서, 내 몸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사람이 자신감 있어 보이고 멋져 보이거든.”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멋있는 이유는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서.

최자가 화려한 옷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옷이 화려하면 옷에 가려서 사람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다.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 말은 들리긴 해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잖아. 하지만 조용하게 얘기하는 사람 말은 집중이 돼. 옷도 무난한 게 멋있지.”

칼하트와 오베이 그리고 요즘은 에이카 화이트와 더블알엘까지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특징도 그렇다. 무난하면서 그 안에 멋이 있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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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역시 그 시대에 잠깐씩 유행하는 스타일보다는 클래식 모델이 최자의 취향에 가깝다. 반스 어센틱, 나이키 에어포스 원, 아디다스 슈퍼스타. 나이가 들어도 어울리는 베이식한 디자인이다.

오늘 그는 컨버스 잭퍼셀을 신었다.

“기본적인 컨버스를 좋아해. 옛날 오리지널 올스타부터 하이톱, 로우톱까지. 컨버스 라인이 나한테 잘 어울리고, 나이가 더 들어서 신어도 멋있는 신발 같아.”

“나는 굳이 유행에 편승해서 힙해 보이고 싶지 않아.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힙의 기준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복잡한 것들은 심플해질수록 깊어지는 법이거든. 스타일도 그렇다고 생각해.”

다시 패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의 스타일도 그랬다. 갑자기 스타일이 바뀌었는데, 핵심은 음악이 바뀌진 않았다는 점. ‘포멀한 옷을 입고도 이런 힙합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명제가 참으로 받아들여졌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 매치가 됐던 것 같아. 덜 멋지지도 않고 더 멋없지도 않은 무난함의 끝. 하지만 선택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무지 아이템의 매력처럼.”

“여기도 그런 대안을 제안할 수 있는 좋은 장소야. 요즘은 주말에 할 일도 내가 아니라 남이 결정해 주는 느낌이잖아. 누군가 정해준 이 주의 핫 플레이스에 가고 그 기준에 맞춰야 트렌디한 사람이 되는 거지.”

“여기는 오래된 지역이고, 이곳을 찾는 사람 모두가 힙한 사람은 아니야. 이 공간이 좋아서 올 뿐. ‘힙’한 것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사실은 정말 힙한 거지.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HYPEBEAST Eats: 최자로드>에서 소개되는 맛집들의 상호명과 위치 등의 세부 정보는 시즌 1의 마지막화에서 일괄 공개됩니다.

[HYPEBEAST Eats: 최자로드 다시 보기]
프롤로그
Ep.1 을지로 푸아그라
번외편 최자의 집
Ep.2 집 앞 삼겹살, 학교 앞 떡볶이
Ep.3 선 커리 후 노가리
Ep.4 고등어 샌드위치와 순두부 우동
Ep.5 닭한마리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믿고먹는 #최자로드 #수요일은수요미식회목요일은최자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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