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바이펜 인터뷰 - 가짜 예술을 하는 진짜 예술가

‘모노폴리’는 인생의 축소판.

미술  

필자와 샘바이펜은 3년 전, 그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큐레이터와 작가로 처음 만났다. 이후 세 번째 개인전에서 관객과 작가로, 그리고 지난 주에 열린 네 번째 개인전, <모노폴리>에서 마침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다시 마주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샘바이펜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2015년 첫 개인전 이후 벌써 네 번째 개인전이다.

온라인에 작품을 공개하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얻는 것도 좋지만, 전시 공간에서 큰 규모의 페인팅 작업을 거친 원화를 선보일 때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을 느낀다. 이런 욕구 때문에 매년 전시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아직은 형태나 기법, 재료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싶어 욕심도 부리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전시 제목이 <모노폴리>다. 미국의 유명 보드게임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어릴 때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모노폴리>나 <부루마블>을 하며 시간을 보낸 것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때는 그저 다 같이 할 수 있는 놀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나이부터 이미 돈을 좇으며  땅과 건물을 사고 파는 오락을 통해 자본주의를 맛보고 있었던 것 같다. 고작 1㎡ 정도의 보드판이 사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샘바이펜 <모노폴리> 전시 인터뷰 - 가짜 예술을 하는 진짜 예술가 2018

전시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는 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장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내 전시공간 안에서 작품을 보며 자유로운 사고가 생기도록 유도하고 싶다. 물론, 그림 하나하나의 의미와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그것은 내가 전시 안에서 주사위를 던져 관객을 한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모순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시간을 내어 오시는 관람객이 내 작품을 마주하며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은 이번 전시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전시장에서 작품에 대해 물어보면, 기쁜 마음으로 몇 시간이 걸리든 설명할 의향이 있다.

이번 전시와 기존 전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난 세 개의 전시 <TIRED> <WASTED> 그리고 <EXPERIENCED>는 내가 느낀 것, 즉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모노폴리>는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 ‘돈’을 매개체로 하여 내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이지만, 가장 비현실적이기도 한 양면의 모습을 가진 것, 그렇기에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던진 것이다. 나의 독자적인 스토리텔링보다 다양한 교류를 통해 모두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

샘바이펜 <모노폴리> 전시 인터뷰 - 가짜 예술을 하는 진짜 예술가 2018

지난 전시는 프린트 작품의 비중이 많았다.

이번 전시는 오직 원화 작품으로만 구성했다. 14점 정도의 신작이 공개되며, 그중에는 새로운 ‘글씨’ 시리즈가 포함되었다. ‘글씨’ 시리즈는 나의 기존 작업 이미지가 가진 곡선 형태를 유지한 새로운 작업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만화 포맷이 효과적이고 직접적이라는 것에 영향을 받아 글씨를 내 마음대로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비자, 폰허브, 포토샵 등의 로고를 원하는 방식으로 그린 결과물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재미있다. 한 단어가 우리의 습관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다르게 읽히는 현상에 집중해서, 글씨라는 것을 형태와 크기, 컬러 등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가능성을 열고 싶었다.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주로 나무를 커팅한 후 채색한 조각을 서로 연결하거나 캔버스 위에 배치하는 식의 작업을 한다. 기존에는 MDF를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원목을 사용했고, 작품이 가진 곡선의 특징을 극대화하고자 목판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아크릴 물감과 스프레이. 캔버스의 정형화된 사각 프레임이 가진 플랫함과 자유로운 형태의 나무 위에 분사된 물감의 대비를 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샘바이펜 <모노폴리> 전시 인터뷰 - 가짜 예술을 하는 진짜 예술가 2018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이 늘 샘바이펜을 따라다녔다.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할 여유도 없었다. 대학교 중퇴 후, 할 수 있었던 게 그림 그리는 것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와 그림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고, 당시 나의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했던 캐릭터가 비벤덤이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비벤덤이 어릴 적 내 모습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이후 좋은 기회로 꾸준히 새로운 작업을 이어왔다. 내게 영향을 준 것을 흡수해 내 스타일로 풀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그려보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내 스타일을 확고하게 정하기보다는 해보고 싶은 것을 다양하게 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이번 전시도 그간 내가 했던 작업에서 벗어나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상당히 많은 양과 종류의 배지를 수집한 걸로 알고 있다.

배지를 모으는 특별한 사연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로고의 이미지를 작은 사이즈로 모을 수 있어 하나둘씩 산 것이 어느새 상당히 쌓여버렸다. 어느 순간 수집이 되어버린 것 같다. 또 내가 현재 작업하는 입체적인 페인팅 기법이 배지 형태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

샘바이펜 <모노폴리> 전시 인터뷰 - 가짜 예술을 하는 진짜 예술가 2018

이번 전시를 위해서도 배지를 제작했나?

이번 전시에서는 배지, 스티커, 티셔츠를 판매한다. 특히, 스티커는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제작되어, 한 색상씩 손수 찍은 제품이다. 소량으로 제작된 티셔츠도 이번 전시 콘셉트에 맞게 상업성을 띠는 로고나 캐릭터가 인쇄되어 이미 소비되었던 빈티지 티셔츠 위에 개인전 타이틀과 캐릭터의 얼굴을 찍어 재생산했다. 세상에 한 장밖에 없는 티셔츠다.

전시를 진행하는 갤러리는 어떤 곳인가.

갤러리 스탠은 내가 첫 개인전을 마치고 뉴욕으로 놀러 갔을 때 인연이 되었다. 작품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내 작품에 흥미를 가져주셨고,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하셨다. 그렇게 시작해 두 번의 개인전과 부산, 그리고 해외 아트페어를 함께하며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다. 편하고 친한 친구이자 감사한 존재다.

샘바이펜 <모노폴리> 전시 인터뷰 - 가짜 예술을 하는 진짜 예술가 2018

샘바이펜을 대표할 문구를 꼽자면, 여전히 ‘FAKE ART’다.

‘FAKE ART’는 내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수식하는 개념이다. 예술은 특정 소수만을 위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작가의 관점을 통해 현실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전 세대의 현대미술, 미니멀리즘, 표현주의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끝없이 배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정의한 ‘진짜 예술’은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이 절대 아니다. 누군가가 ‘진짜’라고 정해놓은 교과서적인 목표를 좇기보다는,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표현하고 싶다. 그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매년 개인전을 열 정도면 그간 쌓인 작품 수도 상당할 것 같다.

전시 기간 중 판매되지 않은 작품은 주로 집이나 작업실에 보관한다. 아마 이번에 작품 판매가 잘 안 되면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개인전에 꼭 와야 하는 이유를 제안한다면?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나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자유로운 사고를 갖는 것’인데, 꼭 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모순인 것 같다. 다만, 매일 똑같은 현실이 지겹다고 느끼는 분들이 와서 새로운 것을 보며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내 개인전은 무료다.

 

샘바이펜의 신작과 한정판 굿즈를 만날 수 있는 네 번째 개인전 <모노폴리>는 아래 주소에서 12월 2일까지 진행한다.

갤러리 스탠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12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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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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