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의 대선 출마 선언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칸예 웨스트의 한마디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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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모든 뉴스가 칸예 웨스트의 대선 출마 소식으로 도배됐다.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제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우리의 비전을 하나로 합치고, 미래를 건설하여 미국의 약속을 실현해야 한다. 나는 2020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다!”라고 선언했다.
갭과의 ‘이지 갭’ 10년 파트너십 체결, 앨범 <God’s Country>의 첫 번째 싱글 ‘Wash Us in the Blood’ 공개, 키드 커디,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 TV 쇼 준비, 이지 셸터 건설 등, 칸예 웨스트는 한 주 동안 다양하고 놀라운 소식을 공개했다. 그렇기에 대선 출마 소식은 어쩌면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그러나 칸예 웨스트의 의도나 대통령 후보로서 능력과 상관없이, 그의 출마 선언이 실제 대선에 끼칠 영향에 대해 미국 유권자들은 우려를 가지게 됐다.
칸예 웨스트는 출마 선언을 했지만, 실제 후보자가 되기까지의 절차를 밟진 않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미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자로 선출했으며, 제3 정당들 또한 후보자 선출을 마쳤다. 칸예 웨스트는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이미 6개 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기한을 놓쳤으며 나머지 6개 주 역시 7월 중으로 신고를 마쳐야 출마가 가능하다. 인구 밀집 지역인 텍사스와 뉴욕을 포함한 12개 주는 칸예 웨스트가 당선되는 데 필요한 선거인단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2016년 대선은 이례적으로 제3 정당에 많은 표가 몰렸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대로 제3 정당이 “트럼프의 대권을 쥐고 있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당시 힐러리 클린턴은 근소한 표차로 선거 결과를 판가름할 몇 개 주에서 패배했다. 2020년 대선은 2016년보다 더욱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균형이 엇비슷한 만큼, 칸예 웨스트가 기명후보(투표지에는 이름이 없지만 이름을 적어넣는 방식으로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는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칸예 웨스트는 지난 2019년에도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 밝혔지만, 그보다 앞선 첫 출마 언급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5년 9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수상 소감에서 처음 대통령 출마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당시 칸예 웨스트는 “내가 이 일을 하고 난 뒤 뭘 잃게 될지 알 수 없다.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건 나라는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 진리를 믿는 사람들 말이다.”라며 “아마도 이 순간에 짐작했겠지만, 나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칸예 웨스트는 사회 문제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리더로 인식되길 희망했다. 그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난 후 조지 부시를 향해 대안을 촉구했고, 2015년 초에는 칸예 웨스트의 부인 킴 카다시안의 인스타그램에 칸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힐러리 클린턴이 함께 찍은 사진이 게시됐다. 민주당은 칸예 웨스트가 처음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트위터를 통해 환영 인사를 보냈다.
칸예 웨스트의 정치적 견해가 바뀌었든, 아니면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든 간에 그 변화의 순간을 정확히 짚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2016년 12월 칸예 웨스트가 트럼프 타워를 방문한 장면은 잊을 수 없다. 이후로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와 칸예 웨스트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인트 파블로’ 투어에서 칸예 웨스트가 한 발언들과 ‘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옹호하는 그의 모습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일부 언론은 칸예 웨스트의 대선 출마 선언이 유권자의 표를 분산시켜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키려는 얕은 술수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언론은 칸예 웨스트의 대선 출마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기회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가 실제 대선 후보에 오를지 여부나 그에 관한 정보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2016년 이후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실행 가능한 행동은 직접 후보자를 조사하고,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것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