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인터뷰: 지코가 선택한 유일한 아티스트

소년에게 건네는 위로, ‘it’s not your fault’.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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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가 설립한 KOZ 엔터테인먼트에는 그를 제외하고 단 한 명의 아티스트만이 소속되어 있다. 그 주인공은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한 음악 ‘새벽 제세동’으로 리스너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던 싱어송라이터 다운이다. 다운은 2018년 재즈 장르에 기반을 둔 첫 EP <panorama>로 데뷔했으며, KOZ 엔터테인먼트 합류 이후 ‘새벽 제세동’ 시리즈를 다듬은 싱글 세 장을 발매하며 천천히 이름을 알렸다.

데뷔 후 2년 반이 지나 그가 발표한 <it’s not your fault>에는 ‘새벽 제세동’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다채로운 색감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흑백만이 가득하다. 지난 몇 년 사이 그와 그의 음악 세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걸까? <하입비스트>가 그와 나눈 대화에는 이번 EP의 주제와 최근 겪어온 변화 그리고 다음 행보에 관한 힌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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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Z 엔터테인먼트 입단 이후 첫 EP를 발매했어요. 어떤 앨범인지 설명해주겠어요?

원래 제목은 <소년>이었고 소년을 대상으로 삼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근데 비슷한 주제의 음악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때 본 영화가 <굿 윌 헌팅>이었어요. 영화의 명대사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냐)”가 극중 맷 데이먼을 비롯한 현실의 소년들 그리고 성인들까지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말 같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잘못’에 관한 내용 위주로 노래를 쓴 것 같아요. 잘못에 대한 트라우마, 염세적인 생각, 비판적인 시선 등이요.

앨범 소개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말씀해주신 것과 내용이 다르네요?

앨범 소개도 맞는 내용이에요. 사람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거죠. 소년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이중성을 가장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에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자주 표출하잖아요. “나는 네가 너무 싫어. 근데 너무 보고 싶어” 같은 거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죠.

입단 후 첫 EP라고 소개를 했지만, ‘새벽 제세동’ 시리즈를 하나로 묶어서 EP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본다면 두 작품 사이에는 음악적으로 간격이 있는데요.

‘새벽 제세동’ 시리즈는 하나의 EP가 맞아요. 사실 그때의 음악은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이 아니에요. 제가 듣고 싶은 음악, 보는 영화, 접하는 문화가 아예 달라졌는데 옛날에 만든 곡을 리마스터링하고 그 분위기에 맞는 곡을 새로 만들어야 했죠. 그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약간 방황을 했는데, 이번 EP에는 그 모습이 담겨 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it’s not your fault’라는 제목이 방황하던 본인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죠. 저는 이번 EP가 열린 결말이기를 원해요. 그게 예술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나의 타이틀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죠.

올해 발매한 싱글 ‘자유비행’이 ‘새벽 제세동’ 시리즈와 <it’s not your fault>를 구분하는 시작점으로도 보여요. 그 곡이 EP에서 빠지게 된 이유는 뭔가요?

앨범 전체 흐름과 맞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사랑의 끝에 도달했을 때 깨닫는 어두운 부분을 담은 염세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자유비행’은 너무 따뜻했어요. 그래도 겨울에 나오면 좋을 노래 같았고, EP에서 빼는 김에 싱글로 냈어요.

우선 타이틀곡 이야기를 해볼까요. ‘연남동’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타이틀곡은 ‘이름’이고 하고 싶은 말이 담긴 곡은 ‘BADKID!!!’거든요. 하지만 ‘이름’은 이별보다는 위로에 중점을 둔 곡이었고, ‘BADKID!!!’는 감정을 마구 분출하는 곡이라서 타이틀곡에는 안 맞았어요. 한편으로는 대부분 연남동에 가본 기억이 있으니까 이별이라는 주제를 대입하기 좋을 것 같았고요.

왜 많은 동네 중에 연남동이었어요?

저는 동네가 가진 힘이 있다고 믿어요. 연남동을 걷다가 문득 제가 과거의 연남동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남동은 힙스터의 상징 같은 동네였는데 이제는 모두가 ‘연트럴 파크’에 놀러 가잖아요. 이걸 이별이랑 연관 지어서 ‘나랑 너만 아는 그런 곳이었는데 지금 보니 너만 없어졌다’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죠. 불광동 거리, 신당동 거리. 이런 건 좀 이상하기도 하고요.

앨범 소개를 보면 “하나의 점으로 회귀한다”라고 적혀있어요. 이 내용이 첫 곡인 ‘dot.’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dot.’은 완벽한 사랑은 이별을 통해 완성된다는 내용이에요. 어느 날 제가 생각을 하면서 원을 계속 그렸는데 그게 점처럼 보였어요. 사랑을 하다 보면 “결혼하자”, “평생 함께하자” 같은 말을 하잖아요. 사랑이 원이라면 그런 것들로 안이 다 채워지고 마침표처럼 보이면 그때 이별이 오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dot.’은 이별이라는 마침표이자 완벽한 사랑을 뜻하는 거죠.

‘dot.’에서 들리는 카세트 테이프 소리도 되돌아간다는 것을 표현한 거겠네요.

그렇죠. 이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하나로 이어져요. ‘호스텔’에서는 낯선 여자와 잠을 자며 외로움을 채우려 하고 ‘BADKID!!!’ 속 화자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 있죠. 그리고 ‘이름’부터 ‘HOME’까지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꿈을 꾸는 거예요. 꿈에서 깨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서 예전 연인과 닮은 저를 보며 슬퍼하고요. 그리고 다시 ‘dot.’으로 돌아가죠.

EP를 들으면서 ‘BADKID!!!’가 다른 곡들과 다르다고 느낀 이유를 방금 말해준 것 같아요. 다른 곡들은 이별과 위로를 다루는데 이 곡만 감정의 분출이 담겨 있더라고요.

사람의 감정 중 가장 큰 게 분노라고 생각해요. 기분이 99% 좋다가도 짜증이 한 번 나면 떨치기 어렵잖아요. 그게 소년 같다고 느꼈어요. 정제되지 않고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죠. 실제로 일부러 튀어나오게 느껴지도록 앨범 중심에 배치를 했어요.

앨범을 들어보면 프랭크 오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프랭크 오션의 영향을 안 받은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차이점이라면 받은 영향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느냐 마느냐인 것 같아요. 프랭크 오션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프랭크 오션의 음악에 있는 사운드와 흐름을 실제로 표현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프랭크 오션을 따라 했다기보다는 제 방식으로 해석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검정치마의 음악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도 얼터너티브 록 같은 음악을 꼭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잔잔하다가 마지막에 터지고, 가사는 염세적인 그런 음악이요.

피처링 아티스트들 중에서 릴보이와 권진아의 이름이 눈에 띄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더라고요.

‘이름’은 이적이 나에게 이런 노래를 불러준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곡이에요. 저 말고 다른 누군가가 저에게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저에게 마치 이적처럼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줄 사람을 고민하던 중 권진아가 생각이 났어요. 예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만났는데 목소리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서 무작정 DM을 보냈죠.

릴보이는… 찰떡이지 않나요? 제가 긱스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그냥 찰떡이라고 생각했어요. 연락을 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죠. 한창 <쇼미더머니 9>이 방영될 때여서 괜히 그걸 이용하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코에게 물어보니까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뭘 그런 걸 고민하냐”라고 하더라고요. 역시나 찰떡이었어요.

‘허밍’에서 의 피처링도 찰떡이었는데요.

그게 좀 재밌어요. 원래 체와는 다른 곡을 작업하고 있었는데 결과가 너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지금의 ‘허밍’을 들려줬는데 이 곡으로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세 시간 만에 작업을 끝냈어요.

다운 인터뷰: 지코가 선택한 유일한 아티스트가 건네는 위로, 'it's not your fault', dvwn, 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지코, koz 엔터테인먼트, 코즈, 케이오지, dress, 릴보이, 맷 데이먼, 라나 델 레이, 저스틴 비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프랭크 오션, 권진아, 연남동, 연트럴파크

‘dot.’에는 코러스로 폴카이트와 쟈드가 참여했지만, 피처링에는 표기가 안 됐어요.

피처링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건 저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처럼 쓰였기 때문이에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자주 해요. 크레딧에는 이름을 안 올렸지만 코러스에는 들어가 있는 거죠. 저 곡은 여자 목소리가 메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쟈드의 목소리가 곡의 아이덴티티를 다 잡아먹을 정도로요.

드레스, 글로잉독, 노이즈캣, 제인, m/n 등 비교적 젊은 음악가들이 앨범에 많이 참여했어요.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음악적 취향은 각자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재밌는 앨범이 나올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그 중에서 ‘Dot.’, ‘호스텔’, ‘BADKID!!!’ 세 곡을 만든 m/n은 앨범의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KOZ 엔터테인먼트가 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현 하이브에 인수가 됐죠. 이 점이 본인에게 영향을 끼친 게 있을까요?

음악을 만드는 본질적인 부분은 안 바뀌었지만 외부적으로는 바뀐 게 좀 있죠. 사람들이 저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음악 방송에 나오니까 부모님도 좋아했어요.

현재 KOZ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아티스트기도 해요. 그런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거 같은데 어떤 걸 준비하고 있나요?

원래는 테임 임팔라 같은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회사가 회사다 보니 너무 저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또 저는 팝 음악도 좋아해요. 라나 델 레이 좋아하고, 저스틴 비버 이번 앨범도 되게 좋게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앨범에는 좀 더 가창력이 돋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판매량에 대한 욕심도 있고요.

방향성에 관하여 사장님인 지코가 해준 조언 같은 게 있을까요?

있죠. 근데 제가 잘 안 들었어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이번 앨범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연출자니까 그걸 꽉 잡고 싶었죠. 대신 사운드 부분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번엔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다음엔 다른 사람도 즐길 수 있는 팝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몽글몽글한 팝 음악은 아닐 것 같아요. 제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혹시 지코가 본인을 왜 영입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없어요. 왜 영입한 것 같냐는 질문도 자주 들었는데 답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제 음악이 부끄럽고 제가 음악을 잘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코는 제가 음악을 잘 만든다고 생각했으니 데리고 온 거겠죠? 대중과의 접점이라든지, 좀 소년처럼 부르는 느낌을 좋아해서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어요.

<it’s not your fault>가 하나의 원을 그린 앨범이라면 얼마나 잘 그려진 것 같나요? 사람이 그리는 이상 ‘완벽한 원’은 없잖아요.

눈을 감고 그린 느낌이에요.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울퉁불퉁할 수도 있고 완성이 안 될 수도 있고요. 완벽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아도 실제로는 어렵죠. 사랑이 딱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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