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텐 인터뷰: ‘무한도전’으로 유일무이한 길을 개척하다

홍텐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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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 2023’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보이 홍텐을 만났다. 2006년과 2013년에 월드 파이널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올해도 우승 벨트를 거머쥐며 10년 만에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레드불 비씨원은 파리의 상징적인 테니스 코트인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월드 파이널을 개최했다. <하입비스트>가 직접 방문한 월드 파이널 현장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쇼케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세계 최정상급 기량의 브레이커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난해 목 부상으로 레드불 비씨원에 참가하지 못한 홍텐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언제나처럼 힘차게 스테이지로 뛰어올라가며 경쟁자들을 물리친 그는, 마흔을 곧 앞둔 나이에도 자신의 강점을스태미나로 꼽았다. 대회 하루 전과 우승을 거둔 후, 긴장과 새로운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홍텐의 이야기를 <하입비스트>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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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이름은 김홍열, 비보이 네임은 홍텐입니다. 98년도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25년 됐어요. 현재 플로우엑셀이란 크루와 레드불 비씨원 올스타에 소속돼 있으며,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어요. 폐회식에선 한국 선수단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세계적인 행사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다는 게 사실 긴장되기도 했고, ‘태극기 잘 돌려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무엇보다 여태껏 열심히 춤을 추며 살아왔는데, 브레이킹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대회에서 값진 매달도 따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어 기뻤어요. 또 제가 걸어온 길에 함께해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주요 대회 심판으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20살 어린 선수들과 배틀을 맞붙고 있죠. 현재 나이 만 38세, 2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겠죠. 어린 선수들은 생각한 동작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이제 동작의 난이도를 조금씩 낮춰가야 하는 몸이에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부분들이 아쉽긴 하네요.

하지만 신기한 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선수촌에 가서 꾸준히 운동하고 연습하니까 체력이 더 늘긴 하더라고요. 제 나이엔 현상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싶었는데, 아직 실력이 더 늘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말씀하신 대로 심사도 보고 대회 참가도 하는, 조금 희한한 위치인 것 같기는 해요. 저를 보는 사람들이 헷갈려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제 스스로는 재밌습니다.

그럼 반대로 연륜이 무기라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비보이가 보여줄 수 있는 춤 동작 하나하나를 무기라고 생각할 때, 저의 경우 어린 친구들보다 그런 동작을 특히 많이 만들어 뒀으니까 연륜이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브레이킹이란 장르는 몸을 상당히 많이 써야 하는데요. 다른 스탠딩 댄스 장르와 비교했을 때, 신체 능력을 비교적 많이 필요로 해요. 연륜을 활용하고 싶어도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실력에서 차이가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몸 관리는 필수입니다.

브레이킹 신에서 전설적인 비보이로서 홍텐이 그리는 국내 브레이킹의 미래에 대해서도 말해주세요. 후배 양성에도 관심이 많아 보여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국내 브레이킹 신이 강했는데, 그 이후로는 사실 약간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듯해요. 현재 활동하는 비보이들의 뒤를 이을 다음 세대가 꾸준히 국내 브레이킹 신에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가까운 나라로 봤을 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비보이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하게 ‘한국의 어린 세대들이 브레이킹에 충분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까’겠죠. 저의 경우는 춤추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이 신에 들어오게 됐어요. 마찬가지로 저 역시 뭔가를 멋있게 보여줘서, 어린 친구들이 브레이킹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습니다. 브레이킹이 직업적인 면에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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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입비스트>는 대망의 ‘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 2023’ 하루 전날 홍텐에게 대회 출전 소감을 물었다.

큰 대회를 마치고 쉴 새 없이 ‘다음’을 준비했어요. 이미 2006년과 2013년 두 번이나 레드불 비씨원 챔피언을 차지했는데, 2023년 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을 앞두고 기분이 어떤가요.

아직은 안 떨리는데, 내일이 되면 떨리겠죠? 무대에 오르면 분명 떨릴 거예요. 큰 무대에 서서 경기장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면 또 두근거릴 텐데 뭐 어떻게든 해내겠죠.

여러 번 무대에 올라도 경기 앞두고는 늘 긴장하는 편인가봐요.

연륜이 쌓였다고 긴장이 덜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아예 초반에 세계 대회에 나갔을 때 긴장을 더 안 했어요. 어린 나이기도 하고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모든 게 즐거웠으니까 떨지 않고 잘해낼 수 있었던 거죠.

오히려 잘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커질수록 긴장을 하고 부담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긴장감은 없애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고 가는 거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으니 즐겨야죠.

홍텐은 ‘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 2023’ 8강전에서 영국의 키드 카람을, 준결승에서 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프랑스의 대니 댄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결승에서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한국계 캐나다 비보이 필 위자드를 만났다. 대회 전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홍텐과 필 위자드는 ‘각자 견제되는 선수’로 서로를 지목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견제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필 위자드요. 그 친구랑 계속 하는 말이 있어요. ‘결승에서 만나자. 나는 네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열심히는 할 거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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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위자드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홍텐을 오랫동안 존경한 만큼, 결승에서 그와 만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텐과의 결승전에서는 솔직히 누가 챔피언이 되든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본인이 첫 우승을 거머쥐는 것도 좋겠지만 홍텐이 우승하면 그를 위해 정말 기뻐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텐의 브레이킹은 특히 현란한 풋워크가 눈길을 사로잡죠. 자연스레 신발에도 시선이 가게 되는데요. 본인이 춤을 출 때 평소 즐겨 신는 운동화가 있나요?

이전에는 나이키 코르테즈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딱히 없어요. 좋아하는 신발이 매 시즌마다 계속 출시되는 게 아닌지라, 차라리 신발을 바꿀 때마다 거기에 발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저는 신발에 좀 많이 민감한 편인데, 발이 신발의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또 착화감에 따라 퍼포먼스 실력도 확실히 달라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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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을 자신이 비보이로 참여하는 마지막 대회로 삼았는데 그 이후 목표가 있나요?

일단 지금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이미 올해 벌써 많은 대회를 치르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어져서, 문득문득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요. 파리 올림픽 이후로는 일단 좀 휴식을 취하며 ‘넥스트 스텝’을 고민해 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브레이킹을 은퇴한다는 건 아니고요. 결국 다시 지금처럼 심사를 보며 대회에도 가끔씩 참여하면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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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 2023’에서 챔피언에 오른 홍텐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이루어 놓은 것이 많을수록 잃을 것이 많다는 생각에 겁이 날 수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홍텐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제 예전의 영광은 그냥 잊었어요. 잘했던 건 과거이고 지금은 제가 다시 한번 도전자의 위치에 와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에게 도전해서 이기면 제가 오히려 값진 승리를 얻는 것이고, 지면 지는 대로 지금 거기가 제 위치이겠거니 생각하며 다양한 기회들을 두드리고 도전하려 합니다.

사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언제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도전을 통해 제가 더 발전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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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텐을 비롯해 월드 파이널 출전 선수들의 코멘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원 라스트 찬스 사이퍼와 월드 파이널 2023 및 각종 브레이킹 워크숍 현장은 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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