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 매드사키 인터뷰: “그간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태양의 가장 개인적인 앨범을 위해 탄생한 작품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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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EP 앨범 <Down to Earth>로 돌아온 태양이 일본의 아티스트인 매드사키와 협업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페로탕 서울의 그룹전 <Zero, Ten>의 일환으로 새롭게 공개되는 매드사키와 태양의 협업 작품 세 점과 태양이 소장한 매드사키 작품 두 점이 바로 그것.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매드사키가 재해석한 <Down to Earth>의 아트워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당 작품은 그래피티로 묘사된 앨범 아트워크와, 매드사키의 상징과도 같은 ‘스마일리 페이스’로 간소화된 태양의 얼굴이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바이닐 한정반에만 포함되는 태양의 가족과 더블랙레이블 스태프를 묘사한 그림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두 작품 모두 “<Down to Earth>는 그동안의 서사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한 음반”이라는 태양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어서 다른 쪽 벽면엔 두 사람을 이어준 소중한 계기가 된 매드사키의 그림 두 점이 걸렸다. 두 작품은 앤디 워홀의 <꽃>을 원작으로 했지만, 번진 듯한 페인트의 질감에서 매드사키만의 위트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 태양의 사적인 감정과 이야기가 담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Down to Earth>는 태양이라는 개인과 매우 밀접한 음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이 매드사키와 협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앨범에서 미처 못다 한 말이 있었던 걸까? <하입비스트>가 태양과 매드사키를 만나 조심스레 물었다. 
태양 & 매드사키 인터뷰: “그간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taeyang, madsaki, sol, 태양, 페로탕 갤러리, 매드사키

All artworks ©MADSAK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이번 협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태양: 2017년에 열린 페로탕 갤러리 전시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을 만났지만, 나와 결이 가장 비슷했던 건 매드사키였다. 정말 털털했기 때문이다. 작품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인연을 이어오다 이번 EP 앨범 <Down to Earth>를 발매하며 협업하게 됐다.

매드사키: 태양이 내 스튜디오에 방문하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후에 앨범 아트워크를 디자인해달라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작업 과정에서 재밌는 일화도 있었나? 함께 ‘좋은 사케’를 마셨다든지.

태양: 중간에 팬데믹도 있었던 만큼, 함께 사케를 기울일 만큼 시간이 많진 않았다. 대신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 매드사키에게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선물했고, 이후에 매드사키도 나한테 과자를 선물로 보내줬다. 

태양은 매드사키의 ‘Andy Warhol Flower 2’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각자 서로의 작업물에서 느껴지는 특징을 꼽자면?

태양: ‘훵키’함. 특히 작품에서 힙합의 요소가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느꼈다. 주로 그래피티 스타일로 작업하다 보니 그림에 예고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런 점에서 매드사키의 작품은 볼 때마다 새롭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봤을 때 뚜렷한 색감과 다양한 레이어가 드러내는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매드사키: 댄스. 난 춤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는데도 태양이 춤을 잘 춘다는 건 알겠더라. 
태양 & 매드사키 인터뷰: “그간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taeyang, madsaki, sol, 태양, 페로탕 갤러리, 매드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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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사키는 과거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림이 최대한 ‘게토’스러워 보이게끔 ‘네스티’하게 그림을 그린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연히 그래피티 아티스트 출신일 줄 알았는데, 대학에선 ‘파인 아트’를 전공했더라.

매드사키: 4년 동안 미대를 다니면 학교에 완전히 세뇌당한다. 그래서 난 학교에서 배운 것의 반대로 했다(웃음). 물론 세상엔 아름다운 그림이 정말 많다. 다만 내 눈엔 미술관의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뚝뚝 흘러내리는 듯한 그래피티 스타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런 스타일의 회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매드사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그래피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그래피티를 직접 한 건 아니다. 게네들은 전부 미쳤다. 밤에 나가서 아침에 들어오는 건 기본에, 몇몇은 벽을 타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져서 오기도 했다. 그래서 난 벽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대신, 스프레이 페인트를 캔버스에 뿌렸다. 

그래피티 스타일의 ‘스마일리 페이스’도 여러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매드사키: 특별한 뜻은 없다. 단지 내가 재창조하려는 대부분의 명화엔 이미 얼굴이 그려져 있으니 굳이 나도 그릴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다. 내가 <모나리자>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굳이 얼굴을 그리지 않아도 그게 <모나리자>인 건 모두가 알 테니까. 사실 얼굴까지 그리기엔 내가 너무 게을러서다(웃음).

과거 한 인터뷰에서 스마일리 페이스를 그릴 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감정에 따라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모습도 달라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드사키: 그래서 스마일리 페이스는 가장 마지막에 그린다. 그리고 적당한 느낌이 오지 않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혹시라도 망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태양의 가족사진을 재해석한 작품의 아기에 그려진 스마일리 페이스도 여덟 번 만에 완성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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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블랙레이블 스태프들의 얼굴이 ‘스마일리 페이스’로 묘사된 작품엔 태양의 얼굴만 선명하게 그려졌다.

매드사키: 모든 사람의 얼굴을 스마일리 페이스로 그려버리면 작품이 입체적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태양의 얼굴만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대비를 주려고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얼굴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유튜브에서 아이돌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을 찾아보며 그려야 했을 정도다. 

태양: 마침 해당 작품의 제목도 <더블랙레이블>인데, 스타만이 밝게 빛나고, 나머지는 ‘블랙’이어야 한다는 레이블의 사명도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모나리자>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드사키는 주로 이미 존재하는 그림이나 대상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를 통해 원작의 메시지를 변형하기도 하나?

매드사키: DJ 리믹스와 비슷하다. 메시지를 비틀진 않지만, 전반적인 스타일을 더 모던하게 만드는 편이다. 

태양: 매드사키는 여러 소스를 갖고 신선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힙합과 닮아있다. 현대엔 접할 일이 많지 않은 클래식이나 소울 음악을 샘플링한 힙합곡처럼, 매드사키의 작품도 과거의 것들을 지금의 시대에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협업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주제나 방향성을 꼽는다면?
태양: EP 앨범 <Down to Earth>, 그리고 나와 매드사키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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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에 인간적으로 공통점을 느끼기도 하나?

태양: 매드사키가 평범하게 하루를 살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나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더 좋아졌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아티스트가 어떤 삶을 사는지에 따라 결과물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매드사키: 태양은 앨범 제목처럼 ‘Down to Earth’ 그 자체다. 지금까지 만난 유명인들 중엔 거만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힌 듯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태양은 정말 ‘칠’하다. 

매드사키는 <Down to Earth>가 어떤 앨범이라고 느꼈나? 가사가 대부분 한국어인데, 작품을 만들면서 가사에도 주목했을지 궁금하다.

매드사키: 가사를 따로 분석하진 않았다. 대신 멜로디와 그루브를 느꼈다. 재밌는 점은 태양을 만나면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런 만큼, 태양의 음악을 듣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태양은 <Down to Earth>를 통해 꼭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나?

태양: 오랜 공백기를 거친 뒤에 낸 앨범인 만큼 그동안의 서사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결혼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힘든 일도 겪는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난 6년은 날 성장시키고, 지금까지 맺어온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결국 이 앨범엔 팬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감사함과 더불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태양 & 매드사키 인터뷰: “그간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taeyang, madsaki, sol, 태양, 페로탕 갤러리, 매드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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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업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수록곡은 어떤 곡일까?

태양: ‘Inspiration’. 뮤지션이나 작가 등 지금까지 영감이 된 다양한 대상을 나열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곡이다. 물론 그 곡의 가사에 매드사키가 포함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들어간 바이닐로 이번 앨범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점에선 매드사키 또한 ‘Inspiration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트랙에선 귀감이 된 아티스트들을 ‘샤라웃’했다. 요즘은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겨 듣나?

태양: 즐겨듣는 곡은 없고, 관심사가 더 다양해졌다. 과거엔 즐겨듣는 음악이 없으면 조급해져서 찾아보기도 했다면, 지금은 음악이 채울 수 없는 갈증을 미술이나 책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가장 최근엔 평창동에 있는 김종영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보고 산 책에서 큰 귀감을 얻었다. 

어떤 귀감을 얻었나?

태양: 김종영의 <불각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인데, 예술가는 농부와 같다는 내용의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열매뿐이지만, 결국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선 성실함과 정직함이 필요하다는. 그래서 예술가에겐 작품보다도 자신이 어떤 과정 속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 얘기로 돌아가서, 태양은 <Down to Earth>가 노을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에서 비롯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태양에 비유한다면, 태양은 현재 ‘노을’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나? 

태양: 앨범을 만들 땐 노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유일하게 내 마음을 위로해 준 게 노을이었다. 하지만 노을이 너무 아름답게 지고 있지만, 결국 그 노을은 묵묵히 밤을 맞이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 노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앨범으로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밤이 깊어지기보다 다시 힘찬 아침이 오는 건가?

태양: 활동을 다시 시작한 지금은 새벽의 여명에 가까운 것 같다. 해는 다시 뜨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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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업물엔 어떤 감정이 담길 것 같나?

태양: 이번 바이닐 발매로 <Down to Earth> 활동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게 된 것 같다. 큰 서사를 전달했으니, 지금부턴 그때그때 담고 싶은 감정을 표현한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이번 전시 작품을 보는 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나? 

태양: 매드사키가 EP 앨범을 멋진 색채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처럼, 따뜻한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

매드사키: 작품을 보고 태양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을지, 그리고 이 작품들이 왜 <Down to Earth>를 대표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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