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빅 드 생 세르넹의 앤 드뮐미스터 2023년 가을, 겨울 컬렉션
성별의 경계는 애초에 없었다.
앤 드뮐미스터가 파리의 리세 카르노에서 2023년 가을, 겨울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해 12월 앤 드뮐미스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게 된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이하 LdSS)의 데뷔 컬렉션이기도 하다.
LdSS는 “쿠튀리에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보다 성숙한 접근법을 취했다”는 말에 이어 “역대 브랜드 아카이브를 직접 착용해보며 2013년 앤 드뮐미스터가 브랜드와의 작별 인사를 고했을 시점을 반추하며 컬렉션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컬렉션은 LdSS의 개인 컬렉션의 특징이었던 관능미에 대한 재치 있는 해석과 기존의 앤 드뮐미스터의 절제된 확고함의 조화로 돋보인다. 특히 앤 드뮐미스터의 치명적인 흑색에서 시작하여 버건디까지 이어지는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스펙트럼의 색상과 발망 쿠튀르 하우스에서 경력을 쌓은 LdSS의 노련함이 컬렉션 전반에 묻어나 있다.
날카롭게 재단된 재킷과 소매 밑단 아래로 떨어지는 셔츠의 커프스, 그리고 승마 부츠는 이 컬렉션이 앤 드뮐미스터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과거의 컬렉션에서 돋보이던 레이어링은 피부에 가까이 밀착된 옷감과 노출로 대체했다. 숄더 스트랩만을 교차시켜 만든 홀터넥 드레스와 깃털 한 장으로 가린 가슴 등은 과거의 유산에 LdSS의 관점이 투영된 예다.
이 중에서도 압권은 실크 스커트 위로 노출된 상체를 홀터넥의 모양으로 교차한 팔로 가리며 보여준 룩들이었다. 이는 손으로 가슴을 가린 모델들이 등장한 앤 드뮐미스터의 1995년 봄, 여름 컬렉션에 대한 헌사이기도 했다. 또한 성별을 초월하기 위해 짧은 머리를 한 여성 모델들과 함께 긴 머리 남성 모델들을 내세운 시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앤 드뮐미스터의 2023년 가을, 겨울 컬렉션은 기사 상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