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능률을 높이는 노동요 7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음악은 뭘까? 패션 디자이너, 사진가, 바텐더, 패션모델, 작가, 요가 지도자, 셰프 등 전문가들이 각자의 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음악을 사연과 함께 보내왔다. 소울, 힙합,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리스트는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Minnie Riperton ‘Lovin’ You’

“지난 헬무트 랭 2024 봄, 여름 컬렉션을 위한 모델 피팅을 진행하던 당시, 여섯 시간쯤 지났을까? 모두가 지쳐가고 있던 그때, 이번 시즌부터 헬무트 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하고 있는 피터 도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 피팅을 진행하던 모두가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팀원 중 누군가 그 노래의 음원을 스피커로 틀었다.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이 노래는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보컬과 더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피곤함도 잊고 다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렇게 컬렉션 준비를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박자윤 헬무트 랭 수석 디자이너

Bawrut ‘I Hear Voices (Lauer Remix)’

“‘둥 탁 둥 탁 탕 당 당 당 다다당당!’ 곡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드럼 소리는 나를 신이 나게 만든다. ‘I Here Voices(Lauer Remix)’는 자기장처럼 불타오르고 때로는 ‘우르르 쾅쾅’ 벼락같은 소리를 내며 나를 고양시킨다. 큰 에너지를 주는 곡인 만큼 아침부터 듣진 않는다. 하루 두 번, 오후 4시와 저녁 9시에 모든 어시스턴트가 퇴근하면 지친 내게 에너지를 부여하기 위해 이 노래를 플레이한다. 대형 작품 제작은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I Here Voices(Lauer Remix)’는 더 나은 미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시간에 활력을 더하는 소중한 노동요다.” 우한나 작가

Izzy Camina ‘UP N DOWN’

“콘셉트에 따라 촬영장에서 듣는 노래도 다르다. 석양처럼 차분한 음악으로 시작해 분위기를 사로잡아야 할 때도 있고, 세련된 노래로 모델의 에너지를 끌어 올려야 할 때도 있다. 후자의 상황에 가까운 촬영이면 ‘UP N DOWN’을 튼다. 패션쇼의 오프닝 곡으로 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패셔너블하고 도회적인 곡이다. 음악이 모델과 사진가인 나를 어떤 공간으로 데려가는 기분. 무아지경이라 말하면 어떨까? 이 음악을 틀었던 기억은 몇 번 있지만, 곡의 후반부는 기억이 흐릿할 만큼 촬영에 몰입했다.” 송근도 사진가

<원피스> OST ‘OVERTAKEN(Drums of Liberation Music)’

“작년과 올해 한 번씩, 푸드 트럭을 타고 동료들과 함께 전국 투어를 다녀왔다. 타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트럭을 타고 전국을 누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시간 운전의 피로함은 물론, 자주 초행길을 달리기에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우리가 만든 타코를 맛있게 먹을 고객을 떠올리며 기운을 차린다. 이제 2년째 전국 투어를 다니고 있는 만큼, 나와 동료들에게 한 가지 루틴이 생겼다. 목적지 도착 3분 전에 어떤 노래를 함께 듣는 것.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OST ‘OVERTAKEN(Drums of Liberation Music)’을 들으며 각오를 다진다. 전국에서 타코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다. 이 음악을 크게 틀고, 힘차게 달리는 푸드 트럭에서 동료들과 함께 외친다. Tacostand, assemble!” 최상재 타코스탠드 셰프

심규선 ‘소로’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촉감이 무겁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어깨에 중력이 더해져 가슴이 움츠러든다. 매일 요가 수업에 진심으로 임하는데, 나의 수행 길은 그 진심과 별개로 엉켜있는 넝쿨 숲처럼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뿌연 안개가 자욱한 기분. 그 흐릿한 눈으로 본 SNS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이들도 있다. 다시 눈을 감고 싶어지는 상황, 그럴 때면 차라리 암흑을 택한다. 굳게 감은 눈으로, ‘나의 길’을 밝히기 위해 심규선의 ‘소로’를 튼다. 잔잔한 보컬이 밤 공기와 섞여 어떤 위로가 되는 듯하다. ‘그대여 외로워 마시오. 모든 길은 다 이어져 있소’라는 가사를 들으며 지친 몸을 달래고, 차오른 눈물을 꿀꺽 삼키며 크게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 오늘도 한 발자국 더 내디뎠구나.’ 다시 깊은 숨을 들이킨다. 꼬여 있는 길도 걷다 보면 지름길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다시 묵묵히 있어야 할 내 자리 요가 매트 위에서 발목에 힘을 주며 꼿꼿이 일어서 본다.” 신유정 요가 지도자

Coi Leray ‘Players’

“모델 활동을 시작한 뒤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신감, 자존감 그리고 여러 감정이 요동친다. 때로는 자존감이 낮아진 내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면 실망스럽다.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은 내 모습을 꺼내기 위해 촬영 시작이나 런웨이에 오르기 전에 듣는 노래가 있다. 코이 르레이의 ‘Players’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가사의 주인공처럼 자신감이 솟는다. 나 또한 대단하고 멋진 모델이라 주문을 외며 런웨이에 첫발을 올린다. 당당하게.” 조안 모델

Catendé ‘Vinicius de Moraes’

“지난 5년간 운영하던 바 ‘에이스포클럽‘ 옆에 자매 가게 ‘웨스트윙‘을 오픈했다. 새 가게도 첫 가게를 열 때와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고객마다 다르겠지만, 저마다 원하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첫 가게가 블루스와 소울을 주로 틀었다면 새 가게는 재즈와 보사노바로 밝은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음악이 중요한 공간인 만큼, 웨스트윙을 준비하며 이 가게와 어울리는 한 곡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근사하고 어른스럽되, 난해하지 않은 ‘Vinicius de Moraes’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노래야말로 우리가 만들 칵테일과 그걸 즐기러 올 고객의 시간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권민석 바 웨스트윙 바텐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