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팻 마켓 도쿄
서울을 찾은 일본의 가장 특별하고 젊은 빈티지 숍.

#Streetsnaps: 팻 마켓 도쿄
서울을 찾은 일본의 가장 특별하고 젊은 빈티지 숍.
2000년대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운영하는 일본의 빈티지 숍, 팻 마켓(PAT Market). 수많은 빈티지 스토어가 모인 도쿄의 거리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유독 돋보인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일본 스트리트 스타일인 ‘우라하라주쿠’ 무드를 담은 확고한 의류 셀렉션부터 비정기적으로 여는 파티까지, 이들의 행보는 폭넓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런 팻 마켓의 친구들 네 명이 서울을 찾아 팝업과 파티를 열었다. <하입비스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팻 마켓이 보여주는 도쿄 유스 문화의 표상을 서울에서 포착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먼저 자기소개 해주세요.
진: 팻 마켓과 예얀(YEYAN)의 공동 창립자 겸 스타일리스트, 진이라고 해요. 또 디제이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종합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수도: 팻 마켓의 스태프, 수도라고 합니다. 예얀 멤버로서 디제잉과 영상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히카루: 팻 마켓의 공동 창립자 히카루예요. 예얀에서 아트 디렉션과 그래픽 디자인도 맡고 있고요.
코헤이: 히카루는 말이 없어서 다들 ‘그림자 사나이’라고 불러요(웃음). 저는 팻 마켓의 이벤트 기획과 PR을 담당하는 코헤이라고 해요.
팻 마켓은 무엇인가요?
코헤이: 팻 마켓은 오늘 한국에 온 진과 히카루를 비롯해 총 네 명의 오너가 운영하는 빈티지 스토어에요. 재밌는 점이라면 창립자들은 각자 따로 자기 스토어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여러 빈티지 스토어의 협동조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팻 마켓에서 취급하는 옷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코헤이: 오너마다 취급하는 스타일이 모두 달라요. 예를 들어 진은 스트리트 스타일의 옷을 주로 판매하고, 하루토는 유럽 빈티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요.
그 모든 장르를 관통하는 팻 마켓의 공통된 키워드를 꼽자면요?
코헤이: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일본 거리요. 모두 아카이브 피스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저희가 파는 모든 옷이 저마다의 시대를 대표하는 ‘바이브’를 담고 있다는 점이 팻 마켓의 강점이에요.
진: 브랜드로 치면 너무 다양한데, 요즘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페노메논이에요.
서로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얼핏 보면 평생을 함께한 친구 사이 같은데.
진: 히카루와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어요. 그때는 저희 둘 다 패션에 관심이 없었지만요. 수도와 코헤이는 이후에 합류했고요.
히카루: 수도와 코헤이는 팻 마켓의 단골 손님이었어요. 그러다 함께 여러 재밌는 일을 벌이면서 정식으로 팻 마켓에 합류하게 됐죠. 반면, 코헤이는 4년 전쯤 사진 촬영에서 알게 됐어요. 알고 보니 저희가 자란 동네도 비슷해서 빠르게 친해졌죠. 창립자를 제외하면 수도가 제일 먼저 합류했고, 코헤이가 가장 마지막이었어요.
젊음에서 오는 패기도 있겠지만, 설립 초기에는 미숙함에서 비롯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스토어를 운영하며 특히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진: 굳이 꼽자면 신에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 같아요. 하지만 돈보다는 재미가 먼저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코헤이: 저는 이번 한국 팝업에서 판매할 옷을 들고 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웃음).
패션에 대한 열정, 그리고 나이 외에도 팻 마켓 구성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코헤이: 저희 모두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는 게 공통점 같아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희 모두 음악과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결국 그 분야를 업으로 삼게 됐어요. 도쿄라는 도시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또 다른 공통점이에요. 멤버 중 도쿄 출신은 아무도 없지만, 저희는 모두 무엇이든지 도쿄에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쿄 출신이 아닌데 왜 하필 도쿄를 선택했나요?
코헤이: 저와 진, 히카루는 이바라키현 출신이고, 수도는 군마현 출신이에요. 아름다운 점도 많지만, 도쿄에 비하면 너무 평범하고 지루한 지역이죠. 그래서 저희 모두 상경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자랐어요. 그때의 열망이 헛되지 않게끔 도쿄에서 성공해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싶어요.
도쿄에 오프라인 매장을 차린 과정은 어땠어요?
진: 원래 팻 마켓의 자리에는 니분노이치라는 숍이 있었어요. 당시 저희는 각자 빈티지 숍을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니분노이치가 오사카로 이전하게 되자, 숍 대표님이 저희에게 연락해서 공간을 물려줄 테니 저희끼리 가게를 차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온라인 빈티지 숍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때라, 저희가 유독 튀어 보였나 봐요.
설립 초기에 팻 마켓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거로 예상했나요?
진: 지금의 팻 마켓 같은 가게를 갖는 게 원래 꿈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어요. 물론 저는 빈티지 숍 코리다를 개인적으로 몇 년간 운영했던 경험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당시 저는 그저 옷을 좋아하는 대학생의 모습에 더 가까웠거든요.
도쿄의 여러 빈티지 스토어 사이에서 팻 마켓만의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코헤이: 가게에 오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스토어가 일본의 전통 가옥처럼 되어 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장소에 온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은밀한 느낌처럼, 매장 안에도 다른 데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빈티지 옷들이 있어 볼거리가 많아요. 특히 외국인들이 팻 마켓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지금은 고객의 절반이 외국인들이거든요.
진: 일반적인 빈티지 스토어는 한 가지 스타일만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 있어요. 진정한 스타일은 그런 유연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또 팻 마켓에서 예얀이라는 별개의 컬렉티브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예얀이 뭔가요?
수도: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요. 파티를 여는 건 물론, 친한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도 찍어주고, 다른 브랜드의 스타일링 작업도 맡아서 진행하고는 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예얀 파티를 꼽자면요?
수도: 일본의 크리에이터와 스토어, 브랜드, 아티스트를 팻 마켓에 한데 모은 행사인 ‘팻 시티 어택’이라는 행사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오사카와 도쿄의 빈티지 스토어는 물론, 타투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 친구들도 모아서 각자의 작업물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했죠. 저희가 추구하는 도쿄의 문화를 한 번에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는데, 성공적이었어요.
추구하는 문화의 주된 영감은 무엇인가요?
진: <ASAYAN>처럼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우라하라주쿠’ 스타일과 문화를 담은 잡지들이요. 비록 그 시대를 직접 살진 않았지만, 약간의 힙합 무드가 묻어있는 당시 스타일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에이셉 라키와 릴 야티를 비롯한 유명인들도 팻 마켓을 찾았어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코헤이: 친구들 사이에서의 입소문이요. 당장 저도 PR 업무를 하다 보니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일종의 의전으로 주변 숍들을 구경시켜 주고는 하는데,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라프 시몬스는 소리 소문도 없이 갑자기 방문해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는 그냥 라프 시몬스를 닮은 외국인 아저씨인 줄 알았거든요.
다들 어떤 옷을 사 갔나요?
코헤이: 에이셉 라키는 월터 반 베이렌동크 청바지를 샀고, 릴 야티는 제너럴 리서치에서 나온 희귀한 재킷을 사 갔어요. 라프 시몬스는 우라하라주쿠 시대를 풍미한 브랜드, 일렉트릭 코티지의 선글라스를 구매했고요.
그런 희귀한 아이템을 공수해 오는 과정은 어떻게 돼요?
진: 영업 비밀입니다(웃음).
코헤이: 모든 옷은 일본 안에서 구해요.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어요. 팻 마켓이 보기에 한국의 빈티지 스토어는 일본과 무엇이 다른 것 같아요?
진: 규모로는 일본이 빈티지 의류 시장이 한국에 비해 훨씬 커요. 그런데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느낀 건 한국의 빈티지 의류 소비자층의 이해도와 감각이 정말 깊다는 거예요. 그리고 같은 스타일의 옷이어도, 한국에서는 그걸 일본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인들이 트렌드의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다고 느꼈어요.
요즘 주목하는 한국 브랜드도 있나요?
코헤이: 일단 도쿄 거리에서는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이랑 떠그 클럽 제품이 많이 보여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강혁을 정말 좋아해요. 스무 살 때 위아래 모두 강혁 제품으로 맞춰 입은 다음에 웨스턴 부츠를 신곤 했죠.
어떨 때 팻 마켓을 운영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 저희가 설정한 목표를 하나둘씩 이뤄갈 때요. 목표를 달성해서 오는 만족감도 있지만, 이전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이 정말 뿌듯해요. 생각해 보면 인생도 그런 거 같아요.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나가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의 반복.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진: 팻 마켓만을 위한 건물을 짓고 싶어요. 1층에는 헤어 살롱, 2층에는 스튜디오가 있는 그런 건물을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부산에서는 고향에 방문한 손님을 구경시켜 주는 문화를 ‘풀코스’라고 일컫는데, 팻 마켓이 제안하는 도쿄 풀코스가 궁금해요.
진: 일단 ‘시즐’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팻 마켓 앞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하라주쿠에서 의류 매장을 구경하고, 시부야에 있는 중국집에서 저녁을 해결한 다음에 ‘서커스 도쿄‘라는 클럽에 데려갈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 집에서 ‘피파’ 게임을 하다가 자면 하루의 완벽한 마무리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