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디자인 수석 디자이너 이마이 마사즈미 인터뷰
“다음 세대에 우리가 믿고 지켜온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후지필름 디자인 수석 디자이너 이마이 마사즈미 인터뷰
“다음 세대에 우리가 믿고 지켜온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후지필름이 14년간 선보여온 ‘X100’ 시리즈의 여섯 번째 모델 ‘X100VI’가 출시됐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X 서밋 도쿄 2024’ 행사가 일본 롯폰기 미드타운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후지필름의 수석 디자이너 이마이 마사즈미를 포함해 대표이사 고토 테이치, 후지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다수의 포토그래퍼가 참석했다.
이마이 마사즈미는 행사의 주인공인 X100VI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어도 수준급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카메라엔 4천20만 화소 ‘X-Trans CMOS 5 HR’ 센서와 고속 화상 처리 엔진 ‘X-Processor 5’가 탑재됐고, 시리즈 최초로 최대 6.0 스톱의 5축 보디 내장형 손떨림 보정 기능 ‘IBIS’도 적용됐다. 그뿐만 아니라 영상 촬영 기능도 갖춰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
X100 시리즈의 디자인을 총괄한 이마이 마사즈미는 해당 시리즈를 “후지 필름의 역사를 관통하면서도, 다음 세대에 흥미롭고 동시대적인 카메라를 선보이려는” 의도라 표현했다. 더불어 “사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유일한 가치다. 좋은 카메라를 만드는 동시에 그 가치를 유지하고자 한다”라며 후지필름의 명확한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후지필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그와의 인터뷰는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지필름이 90주년을 맞이했다.
2009년부터 16년간 후지필름에서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세계적으로 1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있지 않나? 이를 이어 후지필름도 곧 1백 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이 매우 설렌다. 또 이런 시점에 많은 유저들이 사랑하는 X100 시리즈 디자인 총괄을 맡게 돼 기쁘다.
그 긴 세월동안 후지필름은 어떻게 변화했고, 또 어떻게 성장해왔나?
회사의 이름과 같이 우리는 필름으로 시작된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필름이라는 재료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시대의 흐름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의료업에 필요한 카메라 렌즈, 젤라틴을 활용한 코스메틱 브랜드 등 다채로운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렇다면 후지에게 필름은 어떤 의미인가.
필름도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필름은 사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 우리 디자인팀은 필름의 상위 개념이라 볼 수 있는 ‘사진’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진이란 사진에 관련한 다양한 행동과 거기 담긴 의미를 모두 포괄한다.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해 멋진 풍경을 찍는 것.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해 소중한 순간을 출력해 보관하는 것. 다양한 툴을 이용해 사진을 더 아름답게 편집하는 것도 사진이다. “오늘은 비가 오니 이 옷을 입어야지” 하는 것처럼 “이 순간에는 이 카메라를 들어야지”, “오늘은 교토에 가서 사진을 찍어볼래”라고 생각하는 행위 자체도 사진 활동의 일환이다.
사진이라는 요소가 없다면 필름도 없을 테니.
맞다. 사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카메라를 만드는 동시에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
후지필름과는 2003년부터 함께했는데, 유독 애착이 가는 카메라가 있나?
첫 번째는 X100V. X100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완성도가 높고, 많은 이들이 그런 성과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개인적으로도 잘 사용하고 있고. 그리고 ‘T’ 시리즈의 ‘T5’도 애착이 많이 간다. ‘T4’ 출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T5를 제작할 때 고생을 많이 했거든(웃음).
직접 디자인하지 않은 카메라 중에서는 어떤 모델을 좋아하나?
직접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동 메커니즘이 적용된 카메라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후지카 6’를 꼽을 거다. X 시리즈처럼 클래식한 외관, 유기적인 모양을 띠고 있는 탑 플레이트, 커버를 열면 렌즈가 나오는 형태까지 너무 마음에 든다. 비슷한 셰이프의 카메라도 다수 있지만 ‘후지카 6’는 디자인 밸런스가 완벽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X100VI에 적용된 IBIS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우리는 더 진화해야 해”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전 기종인 X100V를 제작했다. 또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하지만 우리는 이 카메라만으로 만족하거나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X100V 제작 당시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프로세서에 IBIS 손떨림 보정 기능을 추가했다.
어떤 사용자가 해당 카메라를 사용하길 원하나?
후지필름 내부에서는 X100 시리즈를 두고 ‘산책 카메라’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산책 카메라란 말 그대로 산책할 때 가볍게 목에 걸고 쓰고 싶은 카메라다. 누구나 여유로운 풍경 혹은 추억하고 싶은 순간을 가볍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이를테면, ‘일상을 위한’ 카메라?
그렇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수준급 사진을 언제든 찍을 수 있는 카메라. X100Vl는 4천20만 화소 센서를 갖춘 고화질 카메라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카메라, 렌즈 등 마련해야 할 장비가 많지만, 이 카메라는 모든 걸 갖추고 있다. 후지필름 X100 시리즈를 처음 사용하는 유저가 이 기종으로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X100VI엔 필름 이펙터를 구현하기 위한 후지필름의 아카이브를 담은 20가지의 필터가 마련됐다. 현시대에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의 성능 역시 상당히 뛰어난데, 특별한 의도가 있나?
지금 이 시대엔 스마트폰을 사용해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해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하지만 직접 다이얼을 조절하고, 렌즈를 통해 피사체에 집중하고,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해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거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성’이랄까? 그리고 필름은 우리의 영원한 테마이기도 하니까.
요즘 ‘MZ 세대’는 2000년대 초반에 생산된 디지털 카메라 혹은 필름 카메라를 선호한다. 후지 필름은 이런 동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너무 재미있는 현상이다. 아까 당신이 신은 웨스턴 부츠가 멋지다고 말했는데, 1990년에 나 역시 비슷한 디자인의 부츠를 신고 이른바 ‘록스타’ 스타일을 고수하며 밴드 활동을 하던 때가 있다. 패션은 돌아온다고 말하지 않나. 레트로는 세대를 거치며 계속 그 구성요소가 달라진다. 항상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원하고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MZ 세대는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등 최첨단의 기기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좋은 화질에 익숙하다. 그래서 반대로 필름이나 레트로 카메라의 질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 세대가 필름을 즐기는 것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 정착시키고 그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추후 필름 카메라 출시를 기대해도 좋을까?
그건 말할 수 없는 부분인데(웃음). 개인적으로는 만들고 싶다.
후지필름이 곧 맞이할 1백 주년엔 어떤 일이 생길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예상해 보자면 X100 시리즈와 같은 카메라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진화하지 않을까? 버튼이나 다이얼 등 외형의 변화뿐 아니라 카메라가 사용자의 의도를 자동으로 이해하고 반영한다든지. 예를 들어, 카메라가 사용자가 원하는 조명 조건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수치를 조절하는 거지. 하지만 우리는 사진의 본질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고.
후지필름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다음 세대에 우리가 믿고 지켜왔던 가치를 전달하고, 그들이 그것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가 그들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