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한로로

한로로는 시를 노래한다. 위로하고 사랑하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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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교를 졸업했나요? 작년에는 학업을 병행 중이라 말한 적 있어요.

졸업했어요. 돌아보면 무지 힘든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다 지치면 학교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거든요. 반대인 적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음악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조화로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졸업하니 후련하긴 해요.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죠? 어렸을 때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부터 즐기며 썼는데, 글은 어쩐지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을 찾던 중,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사에 제 생각을 담아서요. 그래서 혼자 집에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고, 가수가 되려면 서울로 가는 게 낫겠다 판단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됐죠. ‘국문과’라면 제가 좋아하는 작문도 배울 수 있고, 가사를 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대학 진학의 이유 중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는 꿈도 있었나 봐요?

일부 맞아요. 제가 잘할 수 있고,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전공하고 싶었거든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한로로, 뮤지션, 싱어송라이터, 어센틱, 가수, 집, ㅈㅣㅂ, 재, 인디 뮤지션, 인디, 촛불, 보수공사, 입춘, 사랑하게 될 거야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스물한 살 때였는데, 당시 저는 고향인 창원에서 지내고 있었거든요. 팬데믹이라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서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지냈죠. 그때 현재 소속사인 어센틱과 연락이 닿았고 부모님께 서울로 미팅을 하러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래, 잘하고 와!”라며 지지해 주셨어요. 당시 부모님은 제가 전업 뮤지션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하셨을 거예요.

당시 집에 있던 우쿨렐레와 무료 작곡 프로그램으로 만든 데모곡을 소속사에 보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4개월 만에 데뷔하게 됐다고. 돌아보면 어때요?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 초반에는 무언가에 과감하게 도전해도 될 나이인데, 환경이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충동적으로 ‘가수에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이 들어 우쿨렐레와 작곡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써서 데모곡을 만들어 보낸 거예요. 소속사는 이런 저를 신선하게 봐준 것 같고요.

음악을 만들 때, 곡보다 가사와 메시지가 먼저인가요?

맞아요. 곡을 ‘만든다’보다는 ‘쓴다’라고 더 자주 표현해요. 음악을 만드는 순서는 먼저 글을 쓰고, 내용을 가사로 만들어 어울리는 멜로디를 붙이고 편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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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어떤 이야기를 가사에 담나요?

때때로 세상이 날카롭고 차갑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을 음악으로 전하고 싶어요.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같은 마음이었어요. 상처받은 사람들은 물론, 모두가 더 따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이런 저와 마음이 동한 사람들이 한데 모일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는 음악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런 마음이 통한 건지, 뮤직비디오, 라이브 영상, SNS 등에 댓글로 “위로를 받았다”라는 댓글이 많아요.

제 노래가 소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기뻐요. 어떤 팬들은 구체적인 사연을 이야기하며 그 상황에 빗대어 위로받았다는 이야기를 댓글에 써주기도 했는데, 그런 댓글이 모여 어떤 연대감을 형성하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껴요. 앞으로도 열심히 음악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는 동력이 되고요.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거죠?

맞아요. 얼마 전에는 ‘내가 왜 음악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고민해 본 적 있어요. 결론은 세상을 더 따듯하게 만들고 싶더라고요. 이런 마음은 제가 겪은 몇몇 상황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부모님께 받은 사랑, 언니에게 받은 따듯한 마음,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전해준 진심 등을 통해 저도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제게 위로와 사랑은 참 중요해요. 흔들리고 위태로운 저를 지탱해 줬으니까요. 이런 마음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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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매된 EP <집>도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 음반인가요?

지난 EP <이상비행>이 현실에서 벗어나 나만의 이상과 꿈을 용기 있게 찾아 떠나고 싶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면, <집>은 ‘이상 비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시점에서 시작되는 앨범이에요. 돌아온 현실은 차갑고, 폭력적일 때도 있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앨범의 화자인 저는 ‘원래 살던 곳은 이런 곳이었지’라는 현실 자각을 하며 비판의 목소리도 내요.

이전에 발매한 곡들보다 다소 어두운 무드의 음악을 선보인 이유가 있나요?

앨범이 주는 분위기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재’는 앞서 말한 폭력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요. 사회를 집에 비유한 앨범이고, 또 다른 더블 타이틀 곡인 ‘ㅈㅣㅂ’은 우리가 살던 따듯하고 아늑한 집이 어떤 ‘폭력’으로 무너졌다는 주제를 담았어요.

‘ㅈㅣㅂ’을 ‘집’이라 쓰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집의 뼈대가 무너진 느낌을 제목에 구현하고 싶었어요. 가사 중 ‘활활 타오르는 나의 집 바삐 죽어가는 나의 집’이라는 말은 망가진 집을 표현한 거고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결국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해야 하니, 더블 타이틀 곡 ‘재’의 가사처럼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 따듯함과 사랑을 재생시키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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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수록곡을 순서대로 읽으면 앨범이 전하는 메시지가 선명해져요. 지난 EP <이상 비행>에서 ‘귀가’하니, ‘ㅈㅣㅂ’은 망가진 듯하고, ‘먹이사슬’ 같은 사회가 다시 보이며, ‘놀이터’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재’만 남은 것 같은 지금, ‘생존법’을 찾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보수공사’를 하게 된달까요. 의도했나요?

앨범에서 곡의 흐름과 메시지,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음악에서 가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기도 하고요. 가사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앨범의 마지막 곡까지 다 들은 후, ‘앨범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라는 식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앨범의 스토리가 탄탄해야 할 것 같아 제목부터 가사 등, 모든 면에 신경 쓰고 있죠. ‘한로로라는 뮤지션은 왜 이런 가사를 썼을까’, ‘이런 곡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처럼 누군가와 의견도 주고받으며 소통도 하고, 따듯한 마음을 나누길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가사를 시처럼 대하나요?

맞아요. 직접적인 내용보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가사를 좋아해요.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길 바라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

작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상과 최우수 모던록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BTS RM이 청취 인증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데뷔 3년 차, 이런 관심이 적당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하나요?

빨리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어요. 점점 사람들의 관심은 커지는데, 내가 이런 걸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요. 결국 다 이유가 있을 거라 믿고 자만하지 않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몰두해야겠다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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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가사에 거짓을 담고 싶지 않아요. 제가 겪은 진실된 감정이 담기길 원하거든요. 동시에 일상적이고 소통이 가능하며 공감이 되는 메시지를 담고 싶고요.

“한로로의 음악에는 Y2K 감성이 묻어난다”라는 리뷰는 어떻게 다가와요?

하고 싶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는데, 그런 수식어가 뒤따르는 걸 보며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스며드는 음악이 됐구나 생각했어요. 2000년대생 뮤지션에게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칭찬이라 생각도 들어요.

뮤지션으로서 요즘 부쩍 관심이 가는 것도 있나요?

시야를 넓히고 싶어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졌으니 더 폭넓은 주제를 음악에 담고 싶거든요. 그래서 영화도 보고, 시집도 읽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오히려 전에는 취향이 확고했는데, 요즘은 그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음악으로 만들어야겠다, 느끼는 순간은 주로 어떤 때인가요?

일상적인 순간이요. 지금처럼 대화를 나눌 때를 비롯해 일상에서 번뜩 떠오르는 게 있으면 메모를 해요. 스마트폰 메모장에든, 수첩이든 무작정 적어둬요. 시간이 지나면 그 메모가 가사의 소재가 되어 자연스럽게 음악이 되는 거고요. 여러 개의 글이 모이면 그중 공통된 메시지가 보이는 메모를 모아 편집해 가사에 담는 거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물수제비’를 공동 작곡하기도 했어요. 다른 뮤지션을 위해 음악을 만드는 일은 어땠나요?

다른 뮤지션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듣고는 즐겁게 작업했죠. 뮤지션으로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기도 했어요.

한로로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이소라 선배님을 존경해요. 그중에서도 <눈썹달>(2004)을 참 좋아해요. 중학생 때 ‘바람이 분다’라는 곡을 듣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멜로디와 가사가 이렇게 멋진 에너지를 줄 수 있구나’ 하면서요. 보컬로는 바네사 칼튼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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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쓰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여름의 두근거림과 생기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조금 써두었어요. 함께 여름을 좋아하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서로가 떠오르는 계절이 왔는데, 자주 못 봐도 우리 초록 잎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포개자는 내용의 곡이에요. 발매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올해엔 어떤 계획이 있나요?

곧 단독 콘서트를 열어요. <집> 발매 기념 공연이기도 한데, 밴드와 함께 음원과는 또 다른 라이브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목표는 무엇인가요?

바쁘고 정신없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희망을 포함한 따듯한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 그러길 바라요. 재밌는 걸 보고 맘껏 웃어도 보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낭만적인 목표도 잊지 않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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