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m88 인터뷰: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에너지로 전달되는 것이에요”
한국에서의 첫 번째 공연을 앞둔 대만의 아티스트.
2016년 뉴욕에서 친구들과 함께 촬영한 레오 왕의 뮤직비디오 ‘너와 함께 휴가를 보낼게(陪你過假日)’로 대만 음악 신에 등장한 9m88(조앤 바바, a.k.a. Baba). 이후 9m88는 쉼 없이 앨범을 발표하고, 연기에 도전하거나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며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다졌다. 그런 그가 ‘2024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서 첫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2018년 첫 7인치 싱글 ‘아홉 머리의 히나노(九頭身日奈)’의 발매 투어를 다녀온 이후로 9m88의 활동을 꾸준히 주목해 온 헬리콥터 레코즈의 박다함이 공연을 앞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새 정규 앨범 <Sent>에 관한 이야기부터 첫 한국 공연을 앞둔 심정까지, 9m88의 진솔한 답변은 모두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랜만에 다시 인사를 드리는 것 같아요. 페스티벌을 앞두고 처음 라이브로 만나게 될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합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서울에서 시간을 보낸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한 적은 없었어요. 이번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뻐요.
많은 음악가가 겪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뛰어넘고, 두 번째 앨범 <9m88 Radio>에 이어 세 번째 앨범 <Sent>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앨범엔 언어와 음악 스타일 모두에 변화가 있었다고 느꼈는데요, 새 앨범을 소개해 주세요.
전 앨범과 달리, <Sent>는 해외의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게 하기 위해선 영어로 노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최대한 버리고 작업했어요. <9m88 Radio>를 만들 땐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에너지로 전달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전 주로 대만의 뮤지션들과 협력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노래했어요. 깨진 우정부터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까지요.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이번 앨범 <Sent>를 위해 대만어를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가사는 대부분 영어와 중국어였는데, 대만어로 작업하는 건 어떤 점이 달랐나요?
대만어를 배운 이유는 이제 대만어를 탐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자라면서 대만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배운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이 대만어 사용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어요. 정말 아름다운 일이죠. 대만어는 리드미컬해서 특히 디스코, 훵크 장르와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Tisok Kú Bô Kínn‘을 만들게 됐고요.
레오 왕과의 협업에서 최근 타쿠야 쿠로다와의 작업까지, 음악을 시작한 초기부터 다양한 음악가들과 협업해 왔어요. 계속해서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이유는 뭔가요?
음악은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와의 정식 협업 외에 연주에 참여하는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것 또한 넓게 보면 협업이죠. 그리고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아티스트와 상호작용하며 작업을 재미있게 이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 <9m88 Radio>를 만들 땐 여성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려고 했고, 뉴욕에서 재즈를 공부할 땐 아시아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고민 끝에서, 지금의 9m88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때때로 우리는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점검해야 해요. 저는 친절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화를 내도 괜찮지만, 지금은 평온한 마음을 지향하고 있어요.
예전에 서울의 만물가게인 ‘우주만물’을 방문했을 때 음반을 유심히 디깅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최근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몽골 출신 재즈 싱어 엔지(Enji)의 음악을 듣는 걸 봤어요. 요즘엔 어떤 음악을 주로 듣고 있나요?
최근엔 모타운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특히 아레사 프랭클린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줘요. 그가 가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놀랍더라고요.
뜬금없을 수 있지만, 저는 2021년에 발매된 재즈 앨범인 <This Temporary Ensemble>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뉴욕에서 재즈를 공부하던 시절의 9m88가 떠오르는 앨범인데요, 지금의 9m88가 있기까지 큰 영향을 준 음악가들은 누구인가요?
뉴욕에 있을 때는 선 라, 존 콜트레인, 아마드 자말, 그리고 에리카 바두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특정 아티스트의 영향이 제 음악을 정의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전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감사하게 여겨요.
이번 페스티벌에 오르면서 사람들이 꼭 들어봤으면 하는 9m88의 노래를 추천한다면 무엇일까요? 혹은 지금의 본인을 가장 잘 대변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많아서 한 곡을 고르기 어려워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What If?‘요. 제가 재즈와 소울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아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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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를 일본어로 커버한 적이 있는데, 한국어로 불러보고 싶은 노래도 있나요? 추가로, 수민과 협업한 경험도 있는데 지금 한국에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음악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한국 노래도 언젠가 커버해 보고 싶어요. 물론 한국어 발음이 쉽진 않지만요. 그리고 협업할 수 있다면 오혁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최근 일본 투어를 마쳤어요.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9m88의 공연 준비 과정과 철학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특히 9m88가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라이브 공연은 저에게 동기를 부여해요. 그래서 계속 공연을 하고 싶어요.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정말 힘들지만, 그 점이 흥미롭기도 해요. 그런 경우엔 어떻게든 스스로를 관리해야 하고, 그 뒤엔 관객들이 에너지를 북돋아 주니까요. 저는 보통 공연 전에 마음을 차분히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요.
이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9m88가 공연을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무대를 봐줬으면 하나요?
저와 세션의 무대 장악력을 느끼고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연 후엔 관객들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