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소쿠리클럽이 숲속으로 모험을 떠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길을 잘 못 찾지만 길잡이를 자청한 ‘산수’, 요리를 맡은 ‘지소쿠리’, 시작하자마자 사라지는 ‘홍비’와 ‘제로’, 그리고 산책을 즐기다 느긋하게 합류하는 ‘빈’까지. 다섯 명의 소란스러운 여정을 그리듯, 이들은 이번 EP를 통해 스스로를 ‘아마추어 사냥단’이라 소개했다.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지소쿠리를 중심으로 2019년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한 밴드는 2022년 5인조로 완성됐다. 결성 직후 <EBS>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하며 인디 신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무대와 페스티벌을 거치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을 다져왔다.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하입비스트>와의 만남에서도 멤버들은 웃음과 농담이 끊이지 않았다. 장난을 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형제 같은 그들의 모습 속에는 진짜 청춘의 낭만이 스며 있었다. 그 때문인지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은 지독하게 솔직하다. 거칠지만 진심이 있고, 따뜻하다. 듣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까딱이게 되는 ‘도파민 덩어리’ 같은 음악. 그것이 지소쿠리클럽의 매력이다.
결성 3년 만에 인디 신의 루키에서 독보적 존재로 성장한 이들은, 이름처럼 여전히 클럽의 자유로움과 유쾌함으로 음악을 이어간다. <하입비스트>는 자연을 닮은 다섯 명의 ‘아마추어 사냥단’ 지소쿠리클럽을 만나, 그들의 새로운 모험에 대해 물었다.
‘아마추어 사냥단’ 지소쿠리클럽 여러분 반갑습니다. 처음부터 엉뚱한 질문입니다만, 만약 다섯 분이 실제로 ‘아마추어 사냥단’이 되어 함께 모험을 떠난다면, 각자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지소쿠리클럽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하입비스트>. 음.. 저희의 대장은 의외로 듬직한 산수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산수가 길을 잘 외우는 재주가 있거든요. 유일하게 면허가 없는 멤버인데, 길잡이를 자처합니다. 요리는 역시 지소쿠리가 할 것 같아요. 외모만 보면 이자카야 사장님 같잖아요 (웃음). 홍비와 제로는 길을 잃거나 사고를 하나 칠 것 같습니다. 빈이는 아마 또 산책 중일 것 같아요.
이번에 발매된 EP <Amateur Hunting Squad>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아마추어 사냥단’이라는 콘셉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자연을 좋아하고 또 자연스러운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전 앨범도 물고기를 뜻하는 <LUNKER>나, 자연에서 하는 레저인 <Climbers>로 앨범명을 정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낚시하고 캠핑을 좋아한다고 해서 베어 그릴스와 같은 자연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자연을 좋아하는 것뿐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과 같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앨범 제목만 보면 뭔가 오합지졸 원정대 같은 느낌이지 않나요?
특히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인상적인데요. 이것도 지소쿠리클럽 특유의 자연스럽고 거친 매력의 연장선일까요?
맞아요. 지소쿠리클럽이 추구하는 음악 자체가 빡! 딱! 멋있는 음악보다는,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고개를 까딱거리게 되고, 다리를 떨게 되는 그런 음악이거든요. 그런 음악이 저희에게는 더 도파민 덩어리입니다.
스스로 만든 독특한 장르 이름인 ‘캠핑록’과 ‘피싱팝’은 서프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명칭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이런 장르를 구상하게 되었나요?
저희 음악은 해변에서 듣기 좋고 나른한 스타일이 많아요. 그래서 서프록으로 듣는 분들이 정의해주시고, 저희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사실 저희는 아무도 서핑을 못 해서 저희랑 좀 동떨어진 것 같았고, 뭔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진짜 좋아하고 우리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캠핑과 낚시로 이어졌습니다. (웃음)
멤버 모두 처음부터 캠핑과 낚시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캠핑과 낚시가 멀리서 볼 때는 여유롭고 즐겁게만 보여도, 순탄치만은 않은 액티비티입니다. 이게… 사실 초반에는 지소쿠리가 살짝 강압적으로 많이 데리고 다녔어요. 같은 걸 보고 같이 놀아야 음악의 결도 비슷해진다면서… 그래서 저희 결성 2주년 워크숍을 억지로(?) 만들어서 캠핑에 같이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웃음).


2019년 지소쿠리 님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2년 5인조 밴드로 완성된 뒤, 팀으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는데요. 솔로 시절과 비교해 밴드로 활동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밴드 음악으로의 변화가 많이 큰 것 같아요. 솔로 음악은 비어있는 사운드를 많이 추구했었다면, 밴드 이후 음악들은 그래도 많이 채울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곡들을 편곡하면서 모두의 의견이 들어가니까, 그런 부분에서의 다양함들도 생겼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본인의 음악을 하는 거니까 너무 신나고 행복하죠.
지소쿠리클럽은 멤버 각자의 음악적 취향이 다채롭고 개성이 뚜렷해요. 좋아하는 장르도 제각기일 텐데.
지금도 많이 싸우지만, 초창기에는 진짜 엄청 많이 싸웠어요. 합주하다가 울고… 밖으로 나가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요즘은 그냥 의견이 있으면 말로 왈가왈부하지 않고 그냥 해봐요. 일단 아이디어가 있으면 해보고 보는 거죠. 모두가 듣고 납득이 되면 그 의견을 따라갑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어서 음악의 깊이와 넓이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로인한 단점은…합주 시간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곡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보통 지소쿠리 님이 곡의 큰 틀을 먼저 잡고 나면 나머지 멤버들이 세부 아이디어를 더해 완성한다고? 이번 EP 수록곡들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소쿠리가 기타로 곡을 써오면 그걸 듣고 다 같이 어떤 느낌인지 토론을 해요. 그 단계를 안 거치면 다 다른 생각을 해서 곡이 산으로 갑니다… (웃음). 토론 후에는 보통 리듬을 먼저 만들어요. ‘Megamind’는 베이스 라인을 먼저 짰는데요, 밝고 튀는 라인을 짰는데 귀여운 느낌은 이 곡과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기타를 거칠고 청량한 사운드로 녹음했습니다. 템포가 느린 곡이라 쳐질 수 있었는데, 산수가 박자를 많이 쪼개서 빠른 곡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어요. 거기에 빈이 부족한 사운드를 패드랑 신스로 덮어줘서 완성하게 된 곡입니다.
매니저인 김하진 씨를 ‘제6의 멤버’라고 부르시던데요. 실제로 이번 EP에서도 김하진 매니저가 작사와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했더군요. 매니저가 창작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경우는 드문데, 어떻게 이런 독특한 협업 구조가 만들어졌나요?
밴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하진이가 영어 작사를 맡아서 해줬어요. 가사와 제목을 지어주니까 자연스럽게 디렉팅에도 많은 도움을 줬었고, 또 음원 유통 회사에 다니면서 실무적인 부분까지 깊숙하게 도움받게 되었어요. 영상 같은 부분들은 하진이가 또 영화광이거든요.
매니저는 그냥 형식적인 부분이고, 다른 다섯 명과 같은 멤버로 같이 활동하고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는 음악 비전공자의 귀로 듣고 직관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니까 그런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이번 EP의 가사들도 흥미로워요. 이를테면 마지막 트랙 ‘Dime’에서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가난하게는 더 살고 싶지 않아요”라는 현실적인 가사와, ‘Froggie’처럼 귀여운 상상을 담은 노래도 있죠. 이렇게 생활 밀착형 고민부터 엉뚱한 판타지까지 아우르는 가사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가사는 늘 일상적인 순간에서 출발하려고 해요. 거창한 이야기는 제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어색하더라고요. ‘Dime’도 그런 맥락이에요. 살아가면서 큰돈보다 지금 필요한 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게 저와 주변 사람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라 자연스럽게 그런 내용을 쓰게 됐어요.
‘Froggie’도 비슷한데요. 화자는 개구리를 집에 데려와서 “얘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도망도 안 가, 묶어두지도 않았어” 이렇게 말하지만, 자유로운 개구리는 결국 밖으로 나가게 되고, 화자는 개구리가 왜 도망갔는지, 어디로 갔는지 막 찾는 내용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연인이든 친구든 집착하게 되고, 자유로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를 빗대어 얘기한 내용인데요, 저희 가사가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인간관계나 걱정, 돈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들이 많아요.
지소쿠리클럽 노래의 언어 선택에도 호기심이 생깁니다. 곡 제목이나 가사를 보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쓰기도 하고, ‘Work, shit, sleep’ 같은 거침없는 표현의 곡도 선보였죠.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의 균형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맞아요. 저희는 노래를 불렀을 때 오는 뉘앙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실제로 거기에 초점을 두어서 가사가 만들어질 때가 많아요. 불렀을 때 원하는 맛이 안 나면 과감하게 가사를 변경하곤 합니다. 그래서 실제 녹음할 때 가사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요.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비주얼 이미지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지소쿠리클럽은 곡 분위기가 마치 한 편의 영화나 풍경처럼 그려진다는 평도 있고, 실제로 ‘Megamind’ 같은 곡은 공식 뮤직비디오까지 공개했죠. 뮤직비디오나 앨범 아트워크 작업 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영향을 받은 영화나 만화 같은 레퍼런스가 있나요?
어찌 보면 음악을 만들 때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아트워크도 조금 자연스럽고 친근하지만 유머스러운 요소가 한 꼬집 들어가야 뭔가 저희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영상들은 매번 레퍼런스가 바뀌지만, 이번 ‘Megamind’는 나홍진 감독님의 <완벽한 도미요리>를 처음 구상할 때 많이 참고했고, 편집 스타일은 발리우드 색감하고 화질을 구사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화질도 구져요 (웃음).
이번 <Amateur Hunting Squad>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새롭게 시도한 음악적 요소나 사운드 실험이 있었나요?
이번에는 오랜만에 퍼커션이 많이 들어왔어요.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EP 전체적으로 사운드를 좀 넣었습니다.
지소쿠리클럽 음악에는 계절과 자연환경의 영향도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계절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언급하신 적 있는데요.
사실 그게 의식적으로 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곡을 만들고 편집할 때 모두의 감정이나 듣는 음악들로 인해서 좀 자연스럽게 그렇게 계절을 타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듣기에는 이번 EP가 살짝 추워지는 지금 듣기 좋은 것 같은데, 여러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데뷔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헬로루키 대상 수상(2022)을 비롯해 인디 신의 기대주로 부상했고, 각종 페스티벌과 단독 콘서트로 팬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대중에게 지소쿠리클럽을 어떤 모습으로 각인시키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페스티벌에 많이 나가면서 ‘지소쿠리클럽’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은 많지만, 음악을 본격적으로 들어보신 분들은 아직도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더 많은 분들이 들어봐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또 저희 음악이 많은 분들에게 각인되어서 매일은 아니지만 한 달에 몇 번씩은 찾아 듣는 그런 음악이 되면 좋겠어요.
지소쿠리클럽은 ‘캠핑록’과 ‘피싱팝’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했지만, 한 가지 콘셉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어요. 실제로도 <Climbers>로 등반, <Amateur Hunting Squad>로 사냥 등 다양한 자연 테마를 선보였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인가요?
사실 농부, 농사꾼 콘셉트를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좀 약한 것 같아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웃음).
최근 단독공연 제목을 보면 <등반가들>, <야생소리 밀렵꾼> 등 앨범 주제와 연계된 독특한 콘셉트 공연을 선보이시더군요. 이렇게 공연마다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특별한 연출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이게 너무 재미있어요. 무대와 연출, MD 등을 하나의 콘셉트로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저희는 너무 재밌고 즐거워합니다. 곧 12월 초에 연말 공연을 하는데요, 이번에도 진짜 재밌고 멋있게 준비하고 있거든요! 한번 와서 확인해보세요!






















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Hypeb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