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울스 디렉터 인터뷰: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건, 여성의 새로운 힘이에요.”

나이키가 택한 런던의 ‘하입’한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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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는 일종의 선언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감각을, 신념을 입히겠다는 의지다. 샬롯 노울스와 알렉산드르 아르세노가 전개하는 노울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끊임없이 탐구해온 건 옷을 통해 드러나는 여성의 힘이다. 두 사람은 그 힘에 대한 질문을 매 시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대답해왔다.

데뷔 초, 노울스의 컬렉션은 종종 ‘유혹의 미학’으로 불렸다.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코르셋, 얇게 찢긴 니트, 투명한 소재와 거친 텍스처가 교차하는 장면들. 그들의 옷은 한눈에 ‘섹시함’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안에는 관능 이상의 것이 있었다. 노울스는 욕망을 대상화하지 않고, 스스로의 디자인으로 다시 쥐고 흔드는 방식을 택했다. 그 덕분에 런던 패션 신에서 가장 도발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그들의 탐구는 나이키와의 협업으로 확장됐다. 비스듬히 잘린 레깅스, 뒤집힌 코르셋, 긴장감이 도는 실루엣. 그들의 디자인은 점점 더 정교해졌고, 동시에 더 솔직해졌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샬롯 노울스와 알렉산드르 아르세노에게 패션에 매료된 순간, 나이키와의 협업 과정, 그리고 그들이 믿는 ‘패션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울스 디렉터 인터뷰: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건, 여성의 새로운 힘이에요.”

먼저 노울스라는 브랜드를 아직 생소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브랜드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저희는 2017년에 런던에서 노울스를 시작했어요. 어느새 8년째네요. 처음에는패션 이스트(Fashion Eas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죠. 젊은 디자이너들이 쇼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플랫폼이에요. 그때 처음 나이키의 매디슨을 만났고, 그 인연이 지금의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브랜드 초창기에는섹시함의 부활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단순히 노출이나 이미지로서의 섹시함이 아니라, 여성의 몸과 주체성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코르셋, 란제리, 페미닌한 실루엣은 오랫동안 억압과 연관되어 왔지만, 우리는 그것을힘의 상징으로 바꿔보고 싶었죠.

이번에는 정말 원초적인 질문인데요. 분이 디자이너로서 패션에 빠지게 계기는 무엇인가요?

샬롯 노울스: 패션은 어릴 때부터 제 삶의 일부였어요. 외할머니가 작은 부티크를 운영하셨는데, 언제나 완벽하게 차려입으신 분이었죠. 열세 살 무렵, 할머니가 <보그> 정기구독권을 선물해주셨는데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잡지를 넘기면서나도 언젠가 이런 옷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그때 엄마가 10대 때 쓰던 오래된 베르니나 재봉틀을 물려주셨어요. 저는 그걸로 천을 자르고, 옷을 만들고, 제 몸에 맞춰보면서 자연스럽게디자인이라는 세계로 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같은 꿈을 꿔왔던 셈이네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저는 완전히 다른 길에서 출발했어요. 캐나다 교외에서 자라면서 하드코어 음악을 듣고, 남들과는 다른 옷을 입었죠. 그런 모습이 주변에선 늘 이질적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저를 더 자극했어요. 반항심이랄까 (웃음). 그러다 인터넷에서 알렉산더 맥퀸, 마틴 마르지엘라 같은 디자이너들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저에게는 구원이었어요. “세상엔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그 깨달음이 제 인생의 시작점이었죠. 그 이후엔 자연스럽게 패션을 전공하게 됐어요.

노울스 디렉터 인터뷰: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건, 여성의 새로운 힘이에요.”

브랜드의 영감을 주는뮤즈 있나요?

샬롯 노울스: 저희에게 가장 큰 영감은 단연옥토버예요. 저희의 인하우스 피팅 모델이자, 밴드옥토버 아이즈의 보컬이기도 하죠. 그녀와 우리 브랜드가 함께한 지 벌써 7년째네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저희 컬렉션의 모든 샘플은 옥토버가 항상 먼저 입어보는데, 우리가 만든 옷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녀가 입어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죠. 옥터버는 노울스가 상상하는 여성을 완벽히 체현하는 인물이에요.

디자이너로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나요?

샬롯 노울스: 항상 그래요. 사실 그게 브랜드의 핵심이에요. 그래서 때로는 제품이 조금니치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노울스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해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저희는 정말디자인 그 자체를 사랑하는 타입이에요. 기능, 형태, 소재, 마감. 모든 걸 집요하게 파고들어요. 그래서 동료 디자이너들이 저희 브랜드를 높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브랜드가 포기할 만한 세세한 디테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요. 우리가 만드는 옷은 언제나아무 데서도 볼 수 없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나이키와의 협업 컬렉션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요?

샬롯 노울스: 저는 평소에 배드민턴을 즐기는데요. 솔직히 마음에 드는 운동복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너무 기능적이거나, 너무 남성적이죠. 저는 운동할 때도 여전히나답게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아주 개인적인 욕망에서 출발했어요. 운동할 때 입을 수 있고, 그 상태 그대로 거리로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옷. 땀을 흘린 뒤 코트를 걸치고 길을 걸어도 여전히 내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옷. 그런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이키와의 협업은 그런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준 기회였어요. ‘스포티함패션을 대립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으로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결국 핵심은파워예요. 운동이든 패션이든, 여성들이 자신의 힘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컬렉션의 감정적인 중심이었습니다.

어떻게 구체화 되기 시작했어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나이키와는 이 주제에 대해 오래 대화를 나눴어요. 스포츠라는 영역에서여성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보통 스포츠는 땀, 근육, 경쟁처럼 남성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죠. 하지만 여성에게 운동은 종종 일상과 맞닿아 있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행위에 더 가깝습니다. 달리기를 나간 뒤 같은 옷으로 전시 오프닝에 들르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는 식으로요.

그래서 이번 협업은트랜지셔널 웨어(Transitional Wear)’ , 상황과 시간, 장소를 넘나드는 옷을 만드는 데서 출발했어요. 운동할 때도, 거리에서도, 파티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성에게 힘을 주는 동시에, 그 힘이남성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감각으로 표현되기를 바랐죠. 그렇게 2년 전부터 나이키와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컬렉션이에요.

이번 컬렉션에서 정말 세심한 사람만 알아볼 법한 디테일이 있다면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정말 많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거의 2년에 걸쳐 진행됐거든요. 평소라면 6개월 안에 쇼를 준비해야 하지만, 이번엔 시간이 충분했어요. 그래서 모든 요소를 집요하게 다듬을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신축 밴드에 들어간 로고, 플라이니트(Flyknit) 코르셋의 직조 패턴, 슈즈 토 캡의 몰드, 가방의 구조까지 all considered!! 그 어떤 것도 우연이 아니에요.

샬롯 노울스: 러닝 재킷이나 미니 스커트에는 리플렉티브 원단이 자가드로 짜여 있어요. 조명을 비추면 강하게 빛나죠. 밤길에서도 안전을 지켜주는 기능적 디테일이에요. ‘기능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이키의 퍼포먼스 기술과 협업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샬롯 노울스: 달라졌다기보단, 훨씬 확장됐어요. 나이키의 기술력과 자원을 통해 평소엔 불가능했던 걸 해볼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 플라이니트를 활용해 전체 코르셋형 러닝탑을 만든 건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어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맞아요. 보통 플라이니트는 신발에만 쓰이죠. 우리는 그걸 의류에 적용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덕분에 코르셋에 탄성과 강도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어요. 또 염색 과정에서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젤 다이(Gel Dye)’ 기술도 활용했죠. 나이키와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어요. 젊은 브랜드로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기술들이니까요. 도전이라기보다즐거운 실험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어떤 여성이 소비하길 원하시나요?

샬롯 노울스: 자신의 취향에 확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을 완전히 컨트롤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여성이요.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맞아요. 우리는 이 컬렉션을 통해여성의 스포츠웨어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를 새롭게 제시하고 싶었어요. 옷을 입는 순간, 마치 자신만의 갑옷을 두른 듯한 느낌을 받길 바라요.

샬롯 노울스:. 참 이 말을 꼭 덧붙여야하는데요 (웃음). 이번 컬렉션의 아이템들은 충분히 대중적이에요. 과하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끌죠. 누구나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 룩이랍니다.

마지막으로, 분에게 패션이란 무엇인가요?

샬롯 노울스: 가장 나답게 만드는 일.

알렉산드르 아르세노: 삶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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