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폴로지 창립자 인터뷰: 견고한 패러다임을 뒤집다

가방과 스트랩을 분리하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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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는 오랫동안 메인 아이템을 보조하는 종속적인 역할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토폴로지(Topologie)는 이 견고한 패러다임을 단숨에 뒤집었다. 가방과 테크 기기에 영구적으로 결합되어 있던 ‘스트랩’을 과감히 해체하고 독립시킴으로써, 소비자에게 무한한 조합의 권리를 쥐여준 것이다. 전 세계 40여 개의 매장을 전개하며 글로벌 패션 씬의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는 토폴로지가 마침내 서울 성수동에 아시아의 새로운 거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본질적인 기능주의와 유려한 미학 사이의 완벽한 균형. 그 성공적인 안착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공동 창립자 카를로스 그라농(Carlos Granon)와 라이언 라이(Ryan Lai)를 만나, 브랜드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인 ‘공동 창작(Co-creation)’과 2026년 봄, 여름 컬렉션에 깃든 우주적 상상력에 대해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다.

글로벌 마켓에서 토폴로지의 성장세가 매섭다. 한국 독자들에게 두 창립자의 역할과 브랜드를 관통하는 핵심 정체성에 대해 직접 소개해 달라.

카를로스: 만나서 반갑다. 프랑스에서 온 카를로스다. 토폴로지의 공동 창립자로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과 리테일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벌써 전 세계에 40개가 넘는 공간을 선보이며 다양한 문화권의 고객들과 조우하고 있다.

라이언: 공동 창립자이자 토폴로지의 디자인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전반을 디렉팅하고 있는 라이언이다. 토폴로지는 단순한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모듈화된 아이템들을 매개로, 동시대의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주도적으로 직조해 낼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에 가깝다. 우리는 결코 완제품의 틀 안에 소비자를 가두지 않는다.

토폴로지의 씬스틸러는 단연 ‘스트랩’이다. 기능적 부속품으로 여겨지던 스트랩을 메인 프로덕트로 격상시키고, 무려 12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라인업을 구축한 발상의 전환이 흥미롭다.

라이언: 기존의 하드웨어 기반 액세서리나 패션 브랜드에서 스트랩은 본품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존재감이 미미한 요소였다. 하지만 우리는 스트랩 자체가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과 인체와 맞닿았을 때 발생하는 기능적 잠재력에 주목했다. 본품으로부터 스트랩을 과감히 분리하는 결정은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카를로스: 이 결정 덕분에 스트랩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수천 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겨났고, 소비자들은 그날의 기분, 착장, 목적에 따라 가방과 폰케이스에 각기 다른 질감과 컬러의 스트랩을 자유롭게 이식하며 고도의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아시아 주요 도시 중 서울, 그것도 하위문화와 하이엔드가 혼재된 성수동을 첫 플래그십의 무대로 선택했다. 이곳에서 어떤 에너지를 감지했나?

카를로스: 글로벌 확장을 전개하며 한국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수순이었다. 서울은 현재 전 세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기민한 흐름을 주도하는 메가시티다. 가장 아방가르드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이 시장에서 토폴로지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도전이었다.

라이언: 성수동은 과거의 산업적 유산과 미래적인 트렌드가 충돌하며 막대한 창조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지역이다. 이곳의 트렌드세터들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 거침이 없고, 패션을 일종의 놀이로 즐긴다. 정형화된 룰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조합을 찾아내는 토폴로지의 DNA와 성수동 특유의 자유분방한 에너지는 완벽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 확신했다.

과거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와의 협업이 글로벌한 파장을 일으켰다. 역동적인 한국 로컬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협업 구상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라이언: (웃음) 아직 수면 위로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의 대답은 ‘Keep in mind(기대해도 좋다)’다.

매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토폴로지 월(Topology Wall)’이 압도적이다. 이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단순한 진열 이상의 상징성을 띠는 것 같다.

라이언: 정확한 시선이다. 토폴로지 월은 브랜드를 관통하는 ‘공동 창작(Co-creation)’이라는 철학이 시각적으로 발현된 거대한 캔버스다. 우리는 고객에게 ‘완성된 문장’을 주지 않는다. 대신 다채로운 ‘알파벳(스트랩, 가방, 케이스 등)’을 벽면에 펼쳐둘 뿐이다. 고객은 이 벽 앞에서 거대한 백팩에 마이크로 사이즈의 액세서리를 믹스하거나, 미니멀한 파우치에 극도로 볼드하고 화려한 등반용 로프 스트랩을 결합하는 등 디자이너조차 예측하지 못한 기발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제품의 최종 디자인 권한을 소비자에게 온전히 이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럭셔리다.

무수한 선택지 앞에서 망설일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디렉터로서 제안하고 싶은 ‘마스터피스’ 조합이 있다면?

카를로스: 매우 매력적인 질문이지만, 우리의 대답은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이것이 정답이니 이렇게 입으라”고 지시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은 토폴로지와 가장 거리가 먼 태도다. 우리는 오히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자신을 대변하는지 관찰하고 싶다.

라이언: 굳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다면, 나는 ‘딥 포레스트(Deep Forest)’ 컬러의 백에 채도가 높은 비비드 ‘오렌지(Orange)’ 스트랩을 강렬하게 충돌시키는 컬러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당신의 정답은 당신이 직접 매장에 와서 찾아내길 바란다. (웃음)

이번 플래그십 오픈과 함께 2026년 봄, 여름 컬렉션 ‘더 스타바운드(The Starbound)’를 공개했다. 컬렉션을 관통하는 메인 미학을 꼽는다면?

라이언: 이번 컬렉션은 1960년대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지의 우주, 즉 ‘스페이스 에이지(Space Age)’와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 미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아카이브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초현실적이고 과감한 컬러 팔레트가 특징이다. 번트 오렌지, 메탈릭 오렌지, 틸(Teal) 블루, 비비드 핑크 등은 아웃도어 기반의 기능성 소재 위에서 낯설고도 매혹적인 시각적 충돌을 일으킨다. 실용적인 기어(Gear)가 자칫 빠지기 쉬운 무채색의 지루함을 타파하고, 매 시즌 고객의 뇌리에 남는 신선한 미학적 자극을 선사하고 싶었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피스를 소개해 달라.

라이언: 이번 시즌 새롭게 도입된 ‘컬러 블로킹(Color Blocking)’ 기법이 적용된 피스들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모노톤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가방의 패턴을 입체적으로 세분화해 다양한 컬러 패널을 조합했다. 보스턴 백과 배럴 백 라인에서 이 구조적인 컬러 유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마스터피스는 ‘로보(Robo)’ 백이다. 이 가방은 기하학적인 틀을 벗어난 프리폼(Free-formed) 실루엣을 자랑한다. 단 한 장의 원단으로 입체적인 볼륨감을 구현해 냈으며, 어깨에 걸쳤을 때 사용자의 신체 곡선에 맞춰 자연스럽고 인체공학적으로 흘러내리는 드레이핑(Draping)이 압권이다. 형태의 한계를 실험한 토폴로지의 새로운 진화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성수 플래그십을 찾을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카를로스 & 라이언: 규칙과 한계는 내려놓고 오길 바란다. 수천 개의 교차점 속에서 당신의 정체성을 가장 완벽하게 대변할 오직 하나뿐인 조각을 직접 완성해 보길 바란다. 토폴로지 월은 당신의 상상력을 위해 언제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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