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비프리 & 허키 시바세키

“바깥세상 얘기가 좋아요. 비현실적인 래퍼 라이프스타일 말고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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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합작 앨범 <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을 발매했어요. 둘은 서로 어떻게 알게 됐나요?

허키 시바세키(이하 허키): 원래 아는 사이였습니다. 기억이 안 나요.

해당 앨범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허키: 수록곡 ‘힙합의 학생’을 먼저 만들었는데, 그냥 앨범을 함께 만들기로 했어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어요. 만날 때마다 한두 시간씩 작업하면서 한 곡씩 만들었죠. 취미활동 하듯이요.  

비프리: 작년 10월쯤 작업하자고 하다 만들게 됐어요. 처음엔 여섯 곡만 하자고 했다가 그게 아홉 곡이 됐고, 그러다가 일 년에 열두 달이 있으니까 열두 곡을 만들기로 했어요. 마침, ‘12’라는 숫자에 종교적인 의미도 있더라고요.

허키: 그랬었어? 이 얘기는 지금 처음 들어요(웃음).

앨범명이 독특하고 긴데, ‘갓 선 심포니 그룹(God Sun Symphony Group)’은 뭔가요?

비프리: 사실 최대한 거창해 보이게끔 그렇게 지었어요. 그래서 사용된 샘플들도 거창하고.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는 ‘선 라’라는 아티스트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선 라는 앨범의 한 요소에 불과해요. 제가 예전부터 하던 고민이 종교의 시작인데, 인간이 처음 숭배했던 대상이 태양이니까 모든 종교는 결국 태양의 신에서 비롯된 거겠다고 혼자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선 라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도 저희처럼 음악을 했었고요.

허키: 비프리는 원래 이런 음모론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전 그걸 재밌게 들어주고요. 이번에도 똑같았어요.

그럼, 이번 앨범의 주제는 뭔가요? ‘태양의 신’은 아닐 것 같은데.

허키: 현실 세계에 대한 얘기에요. 나가서 일하고 사람들도 만나는 삶. 음악을 하다 보면 현실 감각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게 되고요. 그런데 마침 비프리가 밖에서 일을 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해주더라고요. 

비프리: 개인적으로는 최근 음악 외의 일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게 많이 담긴 거 같아요.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하는 제 모습, 제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친구와의 대화 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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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 앨범을 듣고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했나요?

허키: 별생각 없었어요.

비프리: 저를 너무 미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내기 전에 늘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이번엔 얼마나 더 미친 사람 같아 보일까, 사람들이 날 그렇게 안 봤으면 좋겠다’고요. 종종 댓글을 보면 마치 제가 무슨 악마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비프리의 음악을 기다리는 열혈 팬도 많죠? 

그 몇 명 덕분에 계속 음악을 하는 거예요. 그들이 저한테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오는지 물으면 저도 “오케이. 사실 뭐 있어. 한번 들어볼래?” 하게 되죠.

그렇게 나온 이번 앨범은 호평이 정말 많더라고요. 보람은 좀 있었나요?

허키: 반응이 괜찮아서 기분은 좋아요. 하지만 전 그거보단 그냥 음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요. 왜냐하면 전 이 일을 조기 축구하듯이 하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안 한다는 건 아니에요. 조기축구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땀 흘리면서 열심히 뛰고, 못하면 화도 내잖아요. 이 앨범도 만들면서 딱 그 생각만 했어요. 재미.

비프리: 보람은 있어요. 신기하기도 해요. 전 ‘방구석 음악가’가 된 지 오래됐거든요. 이런 인터뷰도 오랜만이고요. 전 사실 그냥 아저씨예요. 주 수입원도 음악이 아니에요. 알바로 먹고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또 스트리밍 등의 숫자를 보면 저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긴 하잖아요. 그걸 보고 왜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저한테 관심을 다시 가지는지 궁금해지긴 했어요. 물론 그 이유도 알 거 같지만요.

이유는요?

비프리: 제가 힘들었으니까요. 힘든 마음을 담은 노래를 내니까 사람들도 외면한 거죠. 그런데 이젠 정신을 좀 차리고 긍정적인 마음을 보여주려고 하고, 말도 좋게 하니 사람들이 다시 듣는 거 같아요. 

최근엔 헨즈 클럽에서 공연도 했어요.

비프리: 제가 전 이전 소속사를 나오고 ‘방구석 음악가’가 된 이후로는 사람들이 저를 보러 잘 안 왔어요. 공연이든, 뭐든. 그런데 그날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어요. 물론 제가 주최한 파티가 아니어서 그랬던 거일 수도 있겠지만, 신기했어요. 전 계속 지금처럼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반가워하니까요.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활동하는 사람의 기분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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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비프리는 다시 ‘방구석 음악가’가 아닌 건가요? 

비프리: 아니요. 모든 아티스트는 늙으면 음악을 만들고, 그걸로 끝인 ‘방구석 음악가’가 되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다들 그 사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자유로운 길이니까.

허키: 사람들이 음악은 취미라는 걸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해외 나갈 때 작성하는 서류 직업란에 래퍼, 비트메이커라고 쓰면 좀 이상하잖아요.

그럼 뭐라고 써요?

허키: 원래는 무직이라고 썼는데, 그렇게 쓰니까 공항에서 의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프리랜서라고 쓸까 해요. 

비프리: 전 무직이라고도 안 써요. 무조건 일용직. 무직이 곧 음악가를 뜻하거든요. 음악가라고 하면 좋아하는 건 판사랑 경찰뿐이에요. “당신은 뮤지션이니까 사회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해.” 늘 이런 식이죠. 

허키: 아무튼 제 말의 요지는 음악은 재미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 철학이 이번 앨범에도 반영됐을까요?

허키: 샘플링으로 모든 걸 끝내고, 작업도 계산하지 말고 즉흥적으로 하자는 무언의 협약 같은 건 있었어요. 빨리 끝내려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한 시간 식사하고 한 시간 집중해서 작업하는 식으로 앨범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비프리: 앨범의 모든 트랙은 ‘번개 송’이에요. 당장 ‘손에 손잡고 ‘23’도 제가 예전에 녹음해 둔 랩에 허키가 10분 만에 비트를 입혀서 탄생했어요. 마법 같은 순간이었어요. 

그 순간이 또 다른 수록곡, ‘마법의 손’의 제목과 가사의 영감이 된 건가요?

허키: 그런 생각조차 안 했어요. 모든 건 즉흥.

비프리: 생각하고 뱉은 게 아니에요. 작업하는 동안 가사도 잘 안 썼어요. 단어 하나, 혹은 주제 정도만 생각해 두면 뭐든지 나오거든요. <FREE THE BEAST>가 이런 즉흥적인 작업 방식의 시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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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록곡, ‘힙합의 학생’엔 비프리가 택시 운전사로 활동하며 겪은 이야기가 담겼어요. 과거 비프리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에 뛰어들고자 택시 운전사를 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잖아요. 그 도전의 결과는 어땠나요?

비프리: 후… 취객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좋은 일보단 안 좋은 일들이 훨씬 많았어요. 돈도 사실상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는데, 이 일 하는 사람들 참 힘들겠다 싶었죠. 그리고 또 소주가 대한민국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술 중엔 소주가 제일 저렴하잖아요.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빨리 뽑아내서 사람들을 쉽게 취하게 하는 술이죠. 소주는 저희 사회를 망가트리는 또 다른 형태의 마약이에요. 이와 비슷하게 대기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음식을 먹여왔고 그걸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봤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그럼, 비프리가 생각하는 지금 가장 중대한 사회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비프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그리고 통제요.  

사회를 어떤 식으로 바꾸고 싶어요?

비프리: 이미 바꾸고 있어요. 전 지금 창작을 통해 싸우고 있는 거예요. 제가 음악을 하는 목적엔 재미도 있지만, 제 생각을 전하기 위한 게 더 커요. 

하지만 모두가 비프리의 생각에 동의하지만은 않겠죠?

비프리: 반발은 늘 많았어요. 그럼 전 거기에 쓸데없는 말보다는 더 많은 음악으로 대처해 왔어요. 그런데 이젠 그걸 그림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표현의 창구는 많아요. 그리고 전 다 잘할 자신 있어요. 영화도 만들고 싶고, 식당을 차려서 백종원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식당?

값싼 도시락, 혹은 김치 타코를 파는 식당을 차리고 싶어요. 우리나라처럼 고급화시켜서 타코 두 개에 1만5000 원씩 받는 그런 식당 말고요. 길거리에 나가 보면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잘 없어요. 이런 게 착취죠. 와중에 지구는 홍수랑 기후 이변으로 난리예요. 그런데 부자들은 다 가난한 사람 탓만 하죠. 자기 자식은 배달이나 막노동을 안 해도 되니까요. 연예인들도 똑같아요. 방송 나가느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몰라요.

아무튼 이런 생각이 많아져서 랩을 하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요. “과연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라고요. 그래서 괴로울 때도 있어요.

허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 모든 사람의 말은 모순이 될 수밖에 없어요.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비프리: 그래서 더 열심히 살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거친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런 삶을 살고 나니 바깥세상 얘기를 하는 게 좋다고 느꼈어요. 비현실적인 래퍼 라이프스타일 말고요.

요즘 한국 힙합 신 전반에도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비프리:  그저 래퍼들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알바를 하면서도 그냥 음악을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힙합은 이제 초기화된 상태거든요.

<쇼 미 더 머니> 종영이 그 계기였을까요?

비프리: 예! 사람들이 힙합이 죽었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 생각해요. 이 쥐구멍 같은 클럽에서 공연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방송에 나와서 관심 좀 받고 외제차도 타게 되니까 정작 자기를 만들어준 사람과 공간을 찾길 두려워해서요. 

두려움이요?

비프리: 다시 이 무대에 섰을 때 매진이 안 될까 봐 두려워하는 거죠. 이젠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다들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반면, 인디 뮤지션들은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거 같아요. 인디 밴드는 계속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그게 제가 허키를 존중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 팬데믹 때 저를 비롯한 래퍼들이 아무것도 안 할 때 허키가 속한 밴드, 효도앤베이스는 정말 활발하게 공연을 이어 왔어요. 그런데 래퍼들은 아직도 롤렉스 차고, 캐딜락 타는 거에 집착하는 거 같아요. 그걸 포기하는 게 진짜 성공하는 길이에요.

허키: 다들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려고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럼, 음악과는 별개로 둘은 훗날 어떤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하나요? 

비프리: 좋은 아버지, 좋은 삼촌, 좋은 남편. 

허키: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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