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캔디 박재형 대표 인터뷰: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코리아’의 주최자

공연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채널 캔디의 정체까지 모두 물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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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칸예 웨스트(이하 예)와 타이 달라 사인이 채널 캔디가 주최한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코리아’ 공연을 펼쳤다. 예의 약 14년 만의 내한인 만큼, 해당 공연은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다만, 해당 공연은 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콘서트가 아닌 ‘리스닝 파티’로 진행될 것으로 발표됐다. 마이크를 잡는 대신, 스테이지를 누비며 음악을 관객들과 함께 청취하는 형태의 행사. 이번 공연은 콘서트만큼은 못 해도, 올해 초부터 이어진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시리즈의 계보를 잇기엔 충분한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엄청난 변수가 생겼다.

리스닝 파티가 끝난 뒤, 예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다시 한번 오른 것이다. 그 후, 무려 정규 1집부터 10집까지의 주요 트랙 54곡을 연달아 불렀다. 그가 지금까지 그 어떤 콘서트에서 선보였던 것보다도 긴 트랙리스트였다. 한국에서 예의 커리어 사상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후 예가 ‘깜짝 공연’을 펼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오갔다. 한국인의 ‘떼창’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공항 입국장에서 예를 열심히 환영해 준 팬들 덕분이라는 말도 나왔다. 더불어 신생 기업인 채널 캔디가 이 공연을 어떻게 성사한 건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더러 보였다. 하지만 진실은 오직 아티스트와 공연 관계자만 알고 있을 터.

<하입비스트> 또한 그런 궁금증을 갖고 이번 공연의 주최사인 채널 캔디의 박재형 대표를 만났다. 그가 말하는 예와 타이 달라 사인의 내한 공연 기획 과정, 그리고 채널 캔디의 방향성은 모두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널 캔디 박재형 대표 인터뷰

최근 채널 캔디가 주최한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코리아’를 성황리에 마쳤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시원섭섭합니다. 함께 고생해 준 팀원들에게도 고맙고요. 진행 과정에서 역경이 정말 많았거든요. 

기획 단계에서는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요?

소통이요. 계약하기 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중간에 에이전트가 갑자기 바뀌거나,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식이었죠. 하지만 계약 이후부터는 아티스트 팀과 직접 소통하게 되면서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어요. 

국내에서 예 내한 루머가 처음 돈 것도 그때쯤이었죠?

그럴 거예요. 예 팀 비주얼 디렉터인 어스와 프로덕션 총괄 제이크가 고양종합운동장에 직접 답사하러 온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더라고요. 그렇게 직접 만나서 머리를 맞대다 보니 아티스트 측과의 유대감도 커지고, 확신도 생겼어요. 정말 다행이었죠.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실제로 한국 공연 이후에 예정된 대만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되자 내한도 무산될 것 같다는 여론이 생겼죠.

대만 공연을 주최하는 팀이 직접 암표를 리셀하려는 사례가 있었거든요. 아티스트 측이 그걸 알게 되면서 공연이 결국 불발됐죠. 아티스트를 상대로, 또 팬 분들을 상대로 존중이 없는 거잖아요. 대신 그 사건 이후로 한국 공연만큼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해당 연출엔 어떤 의도가 담겼나요?

예가 <VULTURES 1>의 콘셉트가 검은색이고, <VULTURES 2>의 콘셉트는 흑과 백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공연은 흑백의 대비가 어우러지는 느낌으로 연출했어요. 예가 1부와 2부에서 각각 다른 컬러의 공연 의상을 입고 나온 것도 그런 콘셉트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사막에서 100명의 댄서와 겨루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다고 해서 흙도 400톤 넘게 공수해 왔죠. 

성경과 관련된 내용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워낙 복잡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성경 관련 레퍼런스도 있고, 아티스트의 서사도 모두 연출에 녹아있어요. 그런데 예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이번 공연의 취지는 오페라였어요. 그래서 스탠딩 좌석도 따로 안 만들었어요. 멀리서 감상하는 오페라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요.

그런데 그 오페라에서 예는 무려 70곡 이상의 곡을 들려주고 갔어요. 특히 그중 메들리 형식의 라이브 공연은 그의 커리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인데, 어떻게 성사됐나요?

인터넷엔 공항 입국장에서 누가 ‘Fxck Adidas’라고 크게 외친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 깜짝 공연을 한 거라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 라이브 공연은 원래부터 논의해 둔 상태였어요. 그래도 그 팬 분께 감사드립니다(웃음).

그런데도 콘서트가 아닌 ‘리스닝 익스피리언스’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홍보한 이유가 있나요?

콘서트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가 마이크를 잡을 거라고 공표했다면 티켓을 훨씬 더 많이 팔 수 있었겠죠. 가격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었을 테고요. 그런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라이브 공연에 대해선 미리 얘기할 수 없었어요. 대신 아티스트를 믿고, 저희 일을 묵묵히 했어요. 

라이브로 듣게 되어 가장 기뻤던 곡은 무엇이었나요?

예의 정규 1집 수록곡인 ‘Jesus Walks’랑 ‘Through The Wire’요. 특히 ‘Through the Wire’는 20대 초반의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준 곡이에요. 그때 패기 하나로 뉴욕에 사업을 하러 갔는데, 힘든 일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이 곡을 들었어요. 예도 턱이 으스러진 상태에서 이 명곡을 만들어냈는데, 나도 잘할 수 있다고 되뇌면서요. 채널 캔디 박재형 대표 인터뷰
또 재미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꼽자면요?

재밌는 이야기는 아닌데, 아티스트를 독대했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두 시간 정도 미팅을 했는데, 자기를 불러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지금까지의 우여곡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그의 비전을 들으면서, 제가 채널캔디를 만들게 된 계기와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자신감을 얻기도 했어요. 그의 엄청난 에너지를 통해 저 또한 큰 동기 부여를 받았던 자리였죠. 그런 자리를 만들어준 관계자 에릭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편, 공연에 앞서 <VULTURES 2>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머천다이즈도 따로 출시했어요. 그런데 한 이지 브랜드 관계자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잠시 논란이 일었죠.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그 머천다이즈는 이지 브랜드와는 관련이 없는 게 맞아요. 그런데 독수리 로고를 비롯한 제품의 모든 라이선스와 디자인은 예의 투어 팀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어요. 계약서에 저희 권리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이 일과 무관한 이지 브랜드 관계자가 머천다이즈에 관해 ‘NOT APPROVED’라는 코멘트를 남긴 거예요. 결국 저희와 머천다이즈 유통을 담당한 웍스아웃이 모든 욕을 다 먹었어요. 그런데 이때도 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왜요? 

우선순위는 머천다이즈 판매가 아니라 공연을 성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특히 대만 공연까지 무산된 상황에서 머천다이즈를 사수하겠다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는 없었어요. 공연이라도 잘 끝내야 그래도 관객들과의 신의는 지킨 게 되니까요. 끝까지 저희를 믿고 기다려준 웍스아웃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이후로는 이지 팀과도 관계가 좋아져서 지금은 서로 잘 지내고 있어요.

머천다이즈 관련 논란부터 공연이 무산될 거라는 일각의 억측까지, 공연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정말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귀를 닫았어요. 주변에서 하는 말을 전부 듣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다가도 불안해지더라고요. 심할 때는 거의 모든 업계 관계자가 저희 투자자와 파트너에게 예는 절대 한국에 오지 않을 거라고 전화를 돌리는 수준까지 갔어요. 물론 그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채널 캔디는 신생 기업이니까요. 그런데 가장 화나는 건 공연을 마친 지금, 그저 ‘돈 좀 쥐여줬겠지’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그건 어불성설이에요. 아티스트는 돈이 아쉬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채널 캔디 박재형 대표 인터뷰

그렇다면 아티스트 측이 어떤 이유로 신생 기업인 채널 캔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엔 아티스트 투어 팀도 불안했을 거예요. 첫 현장답사가 끝나고 투어 팀과 저녁을 먹으면서, 제 생각과 채널 캔디의 비전에 관해서 설명했어요. 아티스트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며 그들의 지식재산권(IP)의 가치를 어떻게 올리고 보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본인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미들맨’을 모두 잘라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맞았어요. 그런 것들을 투어 팀이 많이 믿어줬던 것 같아요. 반면, 한국에서는 유독 아티스트를 돈으로 보는 경향이 센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그걸 바꾸고 싶어요. 그런 관점은 지속 가능하지 않거든요. 

이제 이 질문을 할 때가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채널 캔디는 뭐 하는 회사인가요?

원래 설립 목표는 미디어 브랜드가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광고나 구독 형식의 수익 모델은 원치 않았어요. 아티스트에게 득 될 게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오프셋스웨리의 내한 공연도 주최하고, 성수동엔 오프라인 공간도 따로 마련해서 공연을 열었어요.

그럼, 채널 캔디는 공연 기획사인가요?

밖에서 보면 분명 그럴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번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코리아’처럼 멋진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을 계속 열 계획이에요. 그런데 채널 캔디의 본질은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IP 사업에 있어요. 아티스트의 권리를 보장하면서요. 이번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 코리아’에서 저희가 촬영한 라이브스트림 영상이 바로 그 예시에요. 그 영상은 공연이 끝난 지금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니까요.

채널 캔디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중엔 오리지널 앨범도 제작하고, 플랫폼을 만들어서 아티스트가 자기 관객을 찾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글로벌 미디어 브랜드가 되겠다는 설립 당시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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