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당’ 임정식 셰프 인터뷰: 한식당 최초 미쉐린 3스타

‘뉴 코리안’이라는 독창적인 한식 요리의 선구자 ‘정식당’ 임정식 셰프가 또 하나의 역사적인 성취를 이뤄냈다. 바로 그가 운영하는 뉴욕 ‘정식당’이 2024년 미쉐린 가이드에 미국 한식당 최초로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것. 이같은 그의 성취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에 우리나라 전통 한식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미쉐린 가이드 ‘만점’에 해당한다는 바로 그 3스타에 선정됐던 그날의 소감부터 본래 지닌 털털한 성격에서 흘러나오는 인간 ‘임정식’의 솔직담백한 대답까지 모았다. 수십년 간 묵묵히 지켜왔던 음식 철학 “맛있게 만들자”라는 일념 하에, 이윽고 세 개의 별을 거머쥐게 된 그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2009년부터 ‘정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정식 셰프.

먼저 축하한다. 뉴욕 ‘정식당’이 미국 한식당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 최고 등급인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당시 뭘 하고 있었나?

고맙다. 조금 놀랄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경찰이랑 통화 중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대답이다.

개인적인 일로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있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미쉐린 3스타 선정 소식을 듣게 돼서 놀랐고 기뻤다.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룬 것 같기도 하고, 오래 기다려왔던 일에 좋은 결과를 얻게 돼 후련하기도 했다.

취사병 시절, 제육볶음을 잘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쉐린 셰프의 꿈을 꿨다고?

군대에서 우연찮게 시작한 취사병으로 처음 요리에 발을 들였다. 삶에 대한 목표 의식이나 꿈이 없던 20살의 어린 나는 그 순간부터 ‘미쉐린 셰프’가 인생의 꿈이 됐다. 지금은 그걸 이루게 됐고(웃음).

스페인 미쉐린 2스타 식당에 무작정 이력서를 지원하기도 했다. 

문득 스페인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이력서를 제출하고 찾아갔다. 2007년에는 스페인 식당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었다. 특히 본인들의 전통 요리를 재해석한 ‘뉴 스페니쉬’ 스타일 음식이 인기였는데, 그곳에서 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에 가면 한국의 음식 문화를 재해석한 ‘뉴 코리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페인 식당에서 근무 도중 잠깐 쉬는 시간에 ‘정식당’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10분. ‘정식당’ 아이디어 탄생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름부터 메뉴, 인테리어까지 떠올렸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2009년 1월, 임정식 셰프의 머릿속에만 있던 ‘정식당’이 현실로 실현됐다.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잘 됐나?

우리는 운이 좋게도 오픈하자마자 잘 됐다. 당시 정부에서 ‘한식 세계화 추진단’도 진행하고 있어서 시기적으로 운이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

당시 처음 선보였던 코스 요리는 어떤 컨셉이었나?

가수들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듯이 우리는 첫 번째 메뉴 코스를 ‘1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하고 싶었던 메뉴들을 거침없이 다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유치하지만.

이번에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뉴욕 ‘정식당’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 ‘정식당’은 오픈 당시 어땠나?

뉴욕행은 서울에 미쉐린 가이드가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서울과는 달리 초반에 장사가 안돼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묵묵히 노력했더니 원했던 미쉐린 3스타도 받게 됐고, 조금씩 식당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식당 시그니처 메뉴 ‘맛있는 김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수저, 포크, 나이프 없이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코스를 하나 짜보자.” 이게 첫 시작이었다. 당시 김부각으로 서비스하는 구절판 메뉴가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네모난 김부각을 동그란 부각으로 모형만 변경해서 안에 밥을 채워 넣었는데, 그게 ‘맛있는 김밥’이 됐다. 어느덧 지금은 정식당을 대표하는 메뉴가 됐고.

정식당 메뉴 구성은 어떻게 하나?

메뉴를 자주 바꾸거나 하진 않는다. 못하는 걸 수도 있지만(웃음).

미쉐린 3스타 셰프의 겸손한 대답이다.

결국에는 완성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보다는 ‘훌륭함’에 초점을 두고 메뉴를 개발한다. 재료나 특정 메뉴 등 주제를 정하고 나면 그 음식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고, 해당 음식으로 유명한 맛집에 가서 먹어도 보면서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개발 중인 신메뉴가 있나?

만두로 재미난 메뉴를 하고 싶어서 일 년 동안 연구 중인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냉동 만두가 너무 많다(웃음).

임정식 셰프의 음식 철학은 뭔가?

음식 철학은 정식당을 처음 열고나서부터 계속 받는 질문이지만, 수십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맛있게 만들자”. 열 번 강조해도 지나침 없는 ‘맛’ 있는 식당을 운영하자.

임정식 셰프 기준 맛있는 음식이 궁금해지는 대답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

내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퍽 고민이 되지만, 단연 라면에 타바스코를 뿌려 먹는 조합을 가장 사랑한다. 좀 더 덧붙이자면 지금 같은 겨울은 해산물 철이라 대방어에 ‘쏘맥’, 초장 찍은 굴에 ‘쏘쥬’, 가끔은 버터 바른 빵에 소금을 조금 찍어서 좋은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말하고 보니 다 술안주네(웃음).

혹시 1위로 꼽는 맛집도 있나?

곰탕은 ‘마포옥’, 회는 ‘형제수산’, ‘치맥’은 ‘깐부치킨’ 식스팩.

20대 임정식이 꿈꿨던 미쉐린 셰프라는 목표를 이뤘다. 그렇다면 지금 꿈은 뭔가?

안정된 삶. 올해는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흑백요리사> 시즌 2 출연할 생각이 있나?

불러줘야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