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키츠네와 소윙바운더리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내가 먼저 해서 다행이다.’ 지난, 2월 14일 소윙바운더리스의 디자이너이자 디렉터인 하동호 실장이 본인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글과 함께 게재된 사진은 퍽 놀랍기 그지없었다. 같은 옷이라 해도 무색할 정도로 비슷한 니트를 입은 메종 키츠네의 여자 모델과 하동호 실장. 두 사람이 실린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쁜 모델의 얼굴이 아니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니트의 탄생 시즌. 이 것이 중점이다. 메종 키츠네는 2017 가을, 겨울에 발매 예정이었고, 소윙바운더리스는 이미 작년 봄, 여름에 출시됐었다. 세 시즌이나 앞선 하동호 실장이 왜 다행이란 말을 남겼을까.

서론을 따르면 ‘그럼, V자 니트는 다 카피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객관적으로 대답해, 당연히 아니다. 위 슬라이드 세 번째 사진을 보면 1930년대 활동했던 인기 배우 로버트 테일러도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테니스 유니폼에서 파생된 V자 니트는 랄프로렌, 프레디 페리 등 프레피 룩을 대표하는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메종 키츠네와 소윙바운더리스도 이와 마찬가지로 프레피 룩을 기초에 두고 컬렉션을 전개한다. 한 마디로 두 브랜드는 같은 결, 같은 부류, 같은 교집합 안에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니트가 다른 게 있다면 짜임 형태와 팔 소매 간격 정도. 이 외, 색 배색을 포함한 시각적인 모든 것이 같다. 그 누구도 ‘이건 카피가 아니야’라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메종 키츠네 조차. 메종 키츠네 관계자는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 제품은 컬렉션에서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며, 우리의 룩북에서 지워졌다.”고 전했다. 하동호 실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이번 사건을 당한(?) 기분이 어떤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사진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내가 먼저 해서 다행이다” 였다. 세계 시장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분명하다. 한국의 브랜드는 해외 브랜드를 많이 카피하고 있고, 창의적으로 생각해낸 것이라 하더라도 늦게 제품이 나왔다면 그 어떤 브랜드도 그 질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만약 내가 비슷한 디자인을 나중에 했다면? 아찔하다.

메종 키츠네 측에서 사후대처를 깔끔하게 해준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고맙게 생각한다. 또, 대중들도 한국브랜드에 대한 확고한 선입견을 아주 조금이나마 깨어서 국내에서도 창의적으로 매 시즌 열심히 하는 많은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기대해 본다.

지금 이 상황이 반대였다면 그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다. 견해 표명 없이 그저 ‘카피’ 브랜드로 나락 하기 충분한 상황이니까. 지금은 메종 키츠네가 인정하기 전까진 어떤 것도 사실화할 수 없다.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키가 더 크기 때문. 어쩌면 이 사건이 묻히기 전까지 그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 제품을 내리고, 판매를 안 한 것은 글로벌 브랜드로서 바른 자세이지만, 결국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