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가치를 풍자하는 'Fake Sh*t' 화보
오늘날 소비문화의 현실.
패션은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도구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자유의지로 자신만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는가?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취향과 소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이 상상하고 구현하는 이미지와 캐릭터,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대변하는 아름다움과 부, 욕망의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은 환상에 감화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제품이 아닌 그 브랜드가 대변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맹목적으로 구매하게 만든다. 하나의 재화를 본인의 사회적 위치나 개인의 행복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사진작가 오마 카릴 (Omar Khaleel)은 위와 같은 생각을 영감으로 삼아 ‘Fake Sh*t’ 화보를 촬영했다. 고풍스러운 저택을 배경 삼아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를 착용한 청소년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진짜 메시지는 반전에 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제품은 모두 가품이고, ‘고풍스러운 저택’이라 여겼던 촬영지는 사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다. 이것이 카릴이 들추고자 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창조하는 가상의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비를 통해 가치를 얻으려고 하는 슬픈 진실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