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미국 포토그래퍼의 렌즈 속에 담긴 일상의 '비비드함'

1962년, 광고계에서 일하던 조엘 메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는 포토그래퍼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 라이카 카메라 두 대와 함께 떠나는 세상 밖으로의 탐험, 그 여정의 시작이었다. 컬러와 흑백 카메라 한 대씩을 메고 그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몸집만 한 강아지를 팔에 안고 뉴욕거리를 활보하는 남자부터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연인의 초상, 바람에 흩날리는 스카프를 두른 여성의 분위기까지 미국의 모든 풍경이 그의 피사체가 되었다.

조엘이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당시만 해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컬러 필름은 흑백보다 열등한 것이라 괄시하던 시기. 독학 사진가였던 그는 이런 편견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않고 있었고, 단지 그의 직감을 따랐다. 사진을 ‘글로 배우지 않은’ 덕에 다수 대중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되 작가로서 자신만의 시선을 투영해 재보정해나간 것. 정해진 수순처럼 무명의 독학 포토그래퍼는 컬러 사진의 재부흥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같은 동시대의 포토그래퍼와 함께 ’뉴 컬러 사진’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간략한 전기. 그의 작품 세계를 더 탐구하고 싶다면, 이번 주 런던 비틀즈_+헉슬리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메이어로위츠의 전시를 주목하자. 갤러리의 소장인 자일즈 헉슬리-팔러(Giles Huxley-Parlour)의 추천사는 조엘 메이어로위츠 작품의 매력을 함축한다.

“메이어로위츠는 예술적으로 그리고 그래픽적으로 사진을 굉장히 이해하고 있는 작가이며 사진이 무엇인지, 사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 어떤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전시는 그가 1970년대 초쯤 작업한 사진들로 작가 자신이 ‘필드 포토그래피(field photography)’라 칭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 시기 조엘의 사진은 특정 소재를 중심으로 초점을 겨누지 않은 것이 특징. 한쪽으로 기울어진 야자수, 플로리다의 풍광이 가득한 수영장, 다이빙 보드 지지대, 한 폭에 담긴 미국의 작은 순간들은 어느 것 하나 혼자 돋보이는 법이 없다.

<조엘 메이어로위츠: Towards Colour 1962-1978> 전시는 5월 23일부터 6월 24일까지 런던 비틀즈+헉슬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Beetles+Huxley Gallery
3-5 Swallow Street, London W1B 4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