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사진가가 담은 90년대 할렘
“와인처럼 사진도 멋지게 나이 드는 것.”














북미 문화예술의 대표 지역으로 거론되는 할렘.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의 활동 무대였던 ‘아폴로 극장’의 소재지 그리고 에이셉 라키 등 여러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의 본고장인 할렘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할렘이 이런 이미지를 얻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이 지역은 아직까지도 출입을 금기시하는 소위 말해 ‘위험 지역’이다. 아직도 이렇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한 할렘을 80년대에 정착해 활동 무대로 삼은 아시아인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사진가 나이토 카츠가 그 중 한 명이다.
일본계 미국인 사진작가 나이토 카츠는 최근 뉴욕의 아트 북 박람회를 통해 그의 신작 <Once In Harlem>을 공개했다. 그곳에서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아시아인이 사진 촬영을 하기 여간 쉽지 않았을 것. 그의 다사다난했던 경험을 <바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당신은 일본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후 식당에서 일했다. 뉴욕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는지.
정말 재밌는 이야기다. 어머니께서 신문에 올라온 맨하튼의 식당 요리사 공고를 나에게 들이미셨다. “너 같은 어린이는 이런 곳에 가서 규율을 좀 배울 필요가 있어. 여기에 한번 지원해보지그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운 좋게 지원자가 아무도 없어서 합격할 수 있었다. 2달 안으로 할렘으로 이사 왔다. 1983년이었다. 난 3년 계약을 맺은 상태였지만, 그린카드 발급을 신청한 후 해고되었다. 그래서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해고된 이후로 사진을 찍기로 결심한 건가?
내가 일본에 거주할 당시 어머니께서 필름 카메라를 선물해 주셨다. 항상 챙겨 다니며 친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었지만,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같이 일하던 20대 요리사 한 명이 라이카 M6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사진이 얼마나 환상적일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 향후 캐논 AE-1을 구매 할 수 있었고 이후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85년 해고 된 직후, 난 이곳저곳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 영어는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화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했다. 예를 들면 음악 감상. 나는 주로 ‘클럽 키즈’들과 어울렸다. 아무나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곤 했는데,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가지고 길거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잡지사 내 사진 촬영 일을 맡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촬영했는데, 내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스튜디오를 나서 내가 진심으로 찍고 싶은 뉴욕의 길거리를 촬영하기로 결심한다.
할렘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는지.
나는 치안이 큰 걱정거리가 아니던 어퍼웨스트사이드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렘을 가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다. 버려진 건물들 틈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 등 뒤가 싸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광활한 하늘은 나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관광객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할렘은 나를 이끄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곳에서 거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직접 살지 않고선 할렘을 촬영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저 ‘손님’인 내가 할렘의 거주인들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불공평했다. 그래서 나는 할렘을 방문한 첫날 직감했다. 여기서 거주할 거라고.
언제부터 할렘을 촬영하는 것이 익숙해졌는가?
그저 친절해지려고 했다. 외국인이었고 할렘에 거주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예상했다. 그곳에서 나를 거부하면 할수록 나는 더 친절해지려고 노력했다. 내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보여줄수록 상대방도 마음을 열 것이라 믿었다.
나는 매일 199가와 5 에비뉴 사이에 위치한 뉴스 가판대 근처를 방문했다. 남녀노소가 이 가판대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나는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는데, 처음엔 그들이 날 거부했다. 처음 내 소개를 했을 때 난 없는 사람 취급 당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곳을 방문했고 그들은 결국 나를 받아들였다. 한동안 매일같이 그곳을 방문했다. 가판대를 운영하던 밥은 내 걱정을 하며 “넌 흑인도 아니고 심지어 카메라를 들고 있어. 조심해”라고 충고해 줬다. 나는 그에게 “밥, 괜찮아. 난 여기 거주하잖아”라고 받아치곤 했다.
지금 80~90년대 당시 사진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내 암실에서 자주 보던 것들이라 마치 가족을 보는 것 같다. 또한, 사진술에 대한 위대함을 새삼 느끼곤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급 와인처럼 사진도 멋지게 나이 드는 것 같다고 느낀다. 또한 ‘시간’ 은 감각에 있어서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다. 이것은 볼 수 없고 느낄 수만 있기 때문이다.
나이토 카츠의 책은 현재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