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매장을 완성하는 이솝의 5가지 디자인 규칙
이솝 본사 건축 담당 매니저가 직접 답했다.
전 세계 이솝 시그너처 스토어는 약 200여 곳. 모든 매장에는 저마다의 콘셉트가 있다. 이를테면 일본 삿포로에는 흰 설산과 화산 대지의 이미지를 표현한 매장이, 세계적인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놋쇠와 짙은 녹색 스웨이드로 꾸민 재즈 클럽 풍의 매장이 있다. 공통점은 간결하고 정제된 인테리어 위에 현지의 특색을 더했다는 것. 이솝은 어떻게 브랜드의 철학과 지역 디자인의 특색을 각 매장에 담았을까? 이솝 호주 본사의 리테일 건축 담당 매니저 드니스 네리에게 이솝의 노하우를 물었다.
첫째, 다른 ‘매장’ 개념
이솝은 시그너처 스토어를 ‘소통의 장’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전 세계 매장이 그 지역의 고객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 이른바 ‘아교’의 임무를 수행하길 바란다고 한다. 핵심 키워드는 ‘휴식’, ‘공감’, ‘진정성 있는 소통’. 이솝은 이를 바탕으로 매장에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물리적, 정서적 환경을 구축한다.
둘째, 지역과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
이솝의 디자인 철학 중 하나는 매장이 어떤 장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하나의 조화로운 환경을 이루는 것이다. 이솝은 이 철학에 따라 시그너처 스토어 개발의 첫 삽을 뜬다. 첫 번째 단계는 매장이 들어설 지역과 커뮤니티, 그리고 향후 고객이 될 대상을 고려하는 것. 이솝은 지역 역사, 고유한 소재 등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초기 조사 단계에 심혈을 기울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솝과 매장이 들어설 장소 사이의 ‘교집합’입니다. 지역의 특성과 커뮤니티를 특히 신경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 늘 똑같이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디자인 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맥락에 맞는 레퍼런스를 활용합니다.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도 잊지 않죠. 이솝 매장을 짓는 건축가는 브랜드의 확고한 틀과 철학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창조를 전개합니다.”
셋째, 개발, 건축 디자인간의 조화
이솝 매장은 현지 매장 개발팀, 본사 디자인팀, 그리고 건축가가 모두 모여서 짓는다. 이는 지역적 특색, 브랜드 철학, 그리고 미적 가치를 한 곳에 담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솝 매장이 지역 사회에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장소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예요.” 과정은 이렇다. 지사의 현지 매장 개발팀이 선정된 장소를 조사한 후, 본사 디자인팀과의 논의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건축가는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해당 장소에 머물며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흡수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례로 이솝 스타필드 고양을 담당한 본사 건축가는 약 2년간 한국에 머물렀다. 이렇듯 초기 단계에서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들이고,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세 팀이 모여 공동으로 매장 콘셉트를 개발한다. 
넷째, ‘고유의 것’으로 조화로운 환경을 구현한다
앞서 언급 했듯, 이솝은 하나의 조화가 이루어진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역의 뿌리를 파고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에는 총 8개의 이솝 시그너처 스토어가 있는데 모두 소재, 촉감, 삶을 고려해 제작됐고, 완벽한 현지화에 성공했다.
“한국을 예로 들어볼까요? 한국의 첫 번째 매장인 ‘이솝 가로수길’을 들여다보세요. 와이즈 건축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매장은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한지가 벽면에 사용됐습니다. 또 매장 중앙에는 현지에서 공수한 소나무 소재의 카운터가 있죠. 이솝 스타필드 고양도 좋은 예입니다. 비율, 연속성, 질감에 기반한 전통 한옥에서 영감을 얻었고, 균형을 의미하는 여백, 한국 미술의 대표적 장르인 단색화의 영향도 받았죠.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은 물론, 수많은 예술가와 장인을 만나가며 방법을 연구했고, 결국 현지화를 이뤘습니다.”
다섯째, 전 세계 이솝 매장의 공통점 ‘싱크’
이솝은 매장에서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상징하는 장치가 ‘싱크’다. 이는 전 세계 이솝 매장에 반드시 설치되는 것으로, 고객과의 소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소재는 지역적 특색에 알맞은 것으로 정한다. 이를테면 이솝 부산 센텀시티 몰은 바다가 떠오르는 샌드스톤을, 따뜻한 느낌을 강조한 한남 사운즈점은 황동과 붉은색 벽돌을 싱크 소재로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