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열광하는 이유는?

전 세계에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는 콘솔 게임의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에서조차 평소의 두 배 가까운 몸값을 자랑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인기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 게임 속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완수해야 하는 미션도,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쟁조차 없는 <동물의 숲>에 전 세계는 열광하고 있다. 코로나19조차 막지 못한 <동물의 숲>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유튜브 채널 ‘원너겟의 게임 인문학‘의 운영자, 원너겟이 그 이유를 따져봤다.

게임 업계도 피하지 못한 코로나19

Markus Spiske/Unsplash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세계적인 대기업들조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게임 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콘솔 게임 기기 등의 하드웨어 상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기며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반면 소프트웨어 기반의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의 경우,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일부 게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와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된 2월 마지막 주, 국내 평균 게임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35%가 늘었다. <뉴욕타임즈>의 IT 칼럼니스트 피터 서더먼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이 길어지는 만큼, 비디오게임은 몸과 마음을 완화해 주는 치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게임 업계에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

Nintendo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진영에 모두 발을 걸친 채 단숨에 전 세계 게임 시장을 평정한 작품이 있다. 바로 닌텐도의 <동물의 숲>다. <동물의 숲>은 출시 2주 만에 일본에서 약 2백60만 장이 판매되며 닌텐도의 주가를 40% 이상 급등시켰다. 이는 닌텐도 스위치 전용 게임 출시 첫 주 판매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다. 특히<동물의 숲>은 콘솔 게임의 비중이 낮은 한국 시장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며 화제를 모았는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출시 당일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 모두 매진되었다. 해당 게임 소프트웨어가 동봉된 패키지 1만2천 대 역시 이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한 당일 완판되었다.

‘코로나 블루’만이 전부가 아니다

Nintendo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의 윤호영 교수는 <동물의 숲>이 빚은 닌텐도 스위치 품귀현상에 대해 “<동물의 숲>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증가하는 상황과 맞아떨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라고 설명했다. 즉, ‘코로나 블루’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동물의 숲>만의 인기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수많은 게임들 가운데들과 비교했을 때 <동물의 숲>만이 지닌 특징은 무엇일까?  

게임에 지친 게이머들

Alex Haney/Unsplash

오늘날 우리가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게임에는 미션이 존재한다. 게임 속 미션은 악당들을 물리쳐야 하거나, 특정한 물건들을 수집해야 하는 것일 수 있고, 단순한 반복 작업을 통해 특정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게임에는 저마다의 미션이 있으며, 플레이어가 그 미션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한 스토리텔링이 함께 제공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즐거움’이라는 게임의 본질을 잊어버리곤 한다.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아름다운 그래픽을 천천히 감상하기보다 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레벨업을 할 수 있는 방법만을 찾게 되는 것. 여가 활동으로써 게임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 채, 긴박한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전부인 게임

Nintendo

반면 <동물의 숲>에는 어떠한 미션도 없다.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플레이어에게 목표를 강요하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이다. 거대한 적을 무찌르기 위해 레벨업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능력치를 나타내는 숫자를 플레이 내내 지켜봐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평화로운 섬에서 조용히 낚시를 하거나, 자신의 집을 꾸미거나,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다.

‘모험’보다는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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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의 게임 디자이너 데즈카 다카시는 해당 게임 시리즈를 두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임무가 주어지는 게임이 아닌, 휴식에 초점을 맞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저마다의 일상에 지쳐버린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즐기는 게임을 하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느린 페이스를 가진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라고 결심했고 그 결과, 미션도 경쟁도 없는, 평화로운 섬마을 배경의 게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대한 세계관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빚어진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그들도 무의식적으로는 한 템포 천천히 느긋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동물의 숲>은 어떤 게임보다도 현대인의 일상과 동떨어진 세계관으로 빚어진 작품이다. 그리고 그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