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 & 슬롬 인터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MINISERIES'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드는 12부작.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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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2007년 개봉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만남과 갈등, 권태와 헤어짐 등 연인 사이 벌어지는 각종 이야기를 담아내며 호평받았다.

흥미롭게도 수민슬롬의 정규 앨범 <MINISIRIES>는 이 영화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남성이 작곡을, 여성이 작사를 맡았다는 점, 연인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가 결합된 음악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 그렇다.

1번부터 보너스 트랙 2곡까지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MINISIRIES>에는 수민과 슬롬의 매력과 장점이 두루 담겨 있다. 동시에 이 앨범은 두 아티스트에게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MINISERIES>는 텀블벅을 통해 제작됐죠. 모금액 100%를 찍었을 때 기분은 어땠어요?

슬롬: 정말 기뻤죠.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웠고요. 다른 프로젝트들과 차별을 두고 싶어서 저희가 직접 참여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검수도 했거든요. 그런데 앨범 제작과 텀블벅을 동시에 하다 보니 오히려 축하할 틈이 없었어요.

수민: 축하 인사도 서로 못 건넬 정도로 바빴어요. 모인 돈은 저희 것이 아니잖아요. 팬들의 돈으로 앨범을 제작한다는 것이 의미가 크고 또 조심스러워요. 다른 의미로 앨범을 잘 만들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용의 싱글 ‘그 때들엔’에서 두 분의 협업을 처음 봤어요. 피처링에 수민이, 프로듀싱에 슬롬이 있었죠. 이번 앨범의 시작이 그 트랙이었을까요?

슬롬: ‘그 때들엔’을 저희의 공식적인 첫 협업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앨범 수록곡 몇 개는 ‘그 때들엔’ 전부터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수민: 음악 타입은 다르지만, ‘그 때들엔’은 진용이 DJ 칼리드의 역할을 도맡아 아티스트들을 섭외한 음악이에요. 저는 슬롬이 참여한지도 몰랐어요.

두 분의 첫 협업은 어떤 곡이에요?

슬롬: <MINISERIES>에 수록된 ‘신기루’요.

앨범 발매 전 사운드클라우드에 ‘불만사항’과 ‘노래방’을 공개했죠. 이 곡들의 반응을 보며 <MINISERIES>에 대한 확신을 얻지 않았을까 궁금했어요.

수민: 마찬가지로 그 곡들이 올라갔을 때는 앨범이 얼추 완성되어 있었어요. 발매 일정도 잡았었는데 취소됐었죠. DJ 소울스케이프와 함께 앨범에 관한 세부사항을 조정한다든지, 엔지니어나 앨범 아트워크 디자이너, 비디오 감독 등 앨범을 도와줄 팀원을 찾아다니는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에요.

실제로 앨범 작업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네요.

수민: 실질적인 작업 기간은 굉장히 짧았어요. 발매일이 취소된 이후로 슬롬이 <쇼미더머니 9>에 트랙 메이커로 섭외되고, 저도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발매일이 취소된 덕분에 적기를 찾지 않았나 싶어요.

슬롬: 발매 일정을 애써 잊으려고 다른 일정을 잡고 “오히려 좋아”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저는 2015년부터 작곡가로 활동했지만, 누군가와 직접 만나고 얼굴을 보며 활동한 것은 2020년에 처음 해봤거든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잘 됐지 않나 싶어요.

‘노래방’과 ‘불만사항’이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수록곡과 차이가 있나요?

슬롬: 수민이 편곡에 참여했다는 점이 달라요. <MINISERIES>는 제가 인스트루멘털 50%를, 수민이 보컬 50%를 책임진 앨범이에요. 그런데 보너스 트랙에는 수민의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렇다 보니 저도 이 앨범에서 제가 하지 않았던 부분을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노래를 불렀죠. 제가 2020년의 클래지콰이, 알렉스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노래방’은 저희가 서울에서 처음 만나서 만든 곡이기도 해요. ‘신기루’나 ‘곤란한 노래’ 등은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원격으로 만들었거든요.

수민: 저는 이런 속내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아니, 보컬 튠을 하는데 너무 열받는 거예요. 음이라는 게 잡혀야 튠을 하잖아요. 근데…. 아냐, 잘 했어. 다 도전이야.

직접 노래해보니 어땠어요?

슬롬: 굉장히 어색하고 민망했어요. 수민이 제가 생목으로 부르는 영상을 가지고 있는데 공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수민: 빡치게 하면 그 영상 올릴 거야.

“둘의 작업 스타일이 잘 맞는다”라고 밝힌 적이 있어요.

슬롬: 저희 둘 다 곡의 한 부분을 만들더라도 완성에 가깝게 만들어요. 수민은 아카펠라를 보내줄 때 직접 프로듀서로서, 보컬리스트로서 어떤 그림이 나올 것인지를 그린 뒤에 보내줘요. 저는 그걸 받으면 “목소리 작업은 다 끝났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신나게 살을 붙이죠. 곡을 두 번 정도 주고받으면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수민: 저는 어떤 작업에서도 ‘데모’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 음악에 집중하고 빠져들어서 최대치를 표현해요. 무언가를 완성도 있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가 즐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런 방식으로 제 에너지를 전달하니까 슬롬도 본인 원래 성격과 다르게 그 자리에서 바로 작업을 진행해요. 즐기면서 앨범을 만들었고 좋은 곡들이 계속 나왔죠.

슬롬: 차 안에서 음악 들으면서 엄청 놀고, 클럽에 있다가도 갑자기 밖에 나가서 이어폰으로 노래 들으면서 “뭘 만든 거야, 이거 너무 잘 만든 거 아냐?” 같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어요.

음악 작업 외적으로도 잘 맞는다고 느꼈나요?

슬롬: 음악을 하다 보면 농담도 음악 쪽으로 치우치거든요. 수민이 그런 제 농담을 잘 받아줬어요. 농담이 아니라 음악 장르 이야기를 할 때도 즐겁고요. 사람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해 줬던 것 같아요.

수민: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 관해서 “저 사람 약간 컴프레서 걸려있는 것 같지 않아?” 같은 식의 농담인 거죠.

슬롬: 쓰레기통의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리면 “밥 말리 노래 생각난다”라고 말한다든지요

<MINISERIES>의 뼈대를 잡아가던 과정이 궁금해요. 앨범을 만들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슬롬: 잘 맞는 부분과 비슷해요. 머리를 싸매가면서 만든 곡은 단 하나도 없어요. “오늘 이별 노래 만들까?” 하면 “그런 곡은 1990년대 알앤비지” 같은 식이었어요. 저희끼리 농담조로 시작하면 그 안에서 참고할 아티스트나 믹스의 형태 같은 것들을 추가해나갔어요. 제가 어떤 곡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수민은 본인이 좋아하는 곡 중에서 비슷한 음악을 이야기했고요.  그렇다 보니 모든 트랙이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달라요.

수민은 이번 앨범에 관해 “지금까지의 작업 방식과 달리 슬롬에게 믿고 맡겼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슬롬의 어떤 점 때문에 그랬나요?

수민: 저는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일을 벌이는 성격이에요. 반면에 슬롬은 저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일을 해요. 다른 프로듀서들이 제게 보내준 곡들과 비교해도 슬롬의 곡이 퀄리티가 가장 좋아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죠. 악기를 많이 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풍부함을 끌어내는 스타일이 너무 재밌기도 하고, 보컬을 생각하고 곡을 만드는 배려가 많은 프로듀서인 점도 맘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그리고 제가 구사하는 EQ 대역과 밸런스가 잘 맞아요. 슬롬의 음악은 저음역대가 풍성하고 탄탄한데, 제 보컬은 높게 쏘면서 밀도가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딱 채워주는 느낌이에요.

슬롬: 실제로 EQ가 이미 되어있는 것 같이 들려요. 믹싱할 때 쉽죠.

사랑을 앨범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민: 가사를 쓸 때 곡 안에서 스토리텔링이나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타입이에요. 사랑이나 인간 사이의 관계 이야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들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슬롬: <MINISERIES>를 정규 앨범으로 기획한 순간부터 앨범을 표현하기 가장 정확한 콘셉트가 무엇인지를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시간 순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MINISERIES>라는 제목과 함께 관계의 유기성을 만들었어요.

앨범의 주제가 사랑이라면, 가장 두드러지는 장르는 시부야케이죠. ‘여기저기’나 ‘한 잔의 추억’ 같은 곡들이요.

슬롬: 1990년대, 2000년대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희가 좋아하는 그때의 음악들이 지리적으로 어디에 있을까에 관해 생각해 봤어요. 그게 일본이었고 당시 활동하던 몬도그로소나 토와테이, DJ 가와사키 같은 비트 기반의 제이팝 아티스트를 많이 떠올렸어요.

수민: 당시 일본 음악의 상징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어요. 비트 자체도 그렇고 악기 구성도 그렇고요.

‘곤란한 노래’는 시대적으로 1990년대, 2000년대 한국 음악과 닮아 있고요.

슬롬: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던 예전 노래들을 닮았죠.

수민: 사용된 노트도 한정되어 있어요. 구수한 스케일 안에서 왔다 갔다해요. 한국화된 지훵크 같은 거였죠.

‘곤란한 노래’가 타이틀곡이 된 이유가 있나요?

수민: 음악을 하는 사람도, 음악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심지어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곤란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짚었어요.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익숙한 느낌이 가장 무섭잖아요. YG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덕션을 항상 똑같다고 말하지만, 어느 순간 부르고 있는 것처럼요.

‘곤란한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어떤 내용이에요?

수민: 호빈 감독과 촬영했어요. 스토리 자체는 <별주부전>을 떠올리면 돼요.

슬롬: 저는 거북이고, 사람들을 밝게 만들고 원기를 충천하게 하는 여의주를 수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이에요. 그 구슬을 받은 수민이 주변 모든 사람을 밝게 만들고요. 근데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굉장히 곤란한 느낌을 담고 있죠.

수민: 일본 광고 특유의 감성이 좀 도드라져요. 이미지 컷들만 봤을 때는 ‘아, 멋있다’ 싶은 장면들도 있고요. 스토리도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도 호빈 감독 특유의 엉뚱함, 미술의 강력함 등이 들어가 있어요. 슬롬이 대놓고 ‘나는 슬롬이다’ 하는 경우도 있고, 애매하게 걸리는 장면도 있어요.

슬롬: DJ 칼리드가 뮤직비디오에서 노래도 안 할 거면서 자꾸 끼어드는 경우가 있잖아요. 수민이 노래하고 있는데 옆에서 애매하게, ‘쟤 뭐야?’ 싶을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많아요.

다른 곡의 포스트 프로덕션도 계획이 있나요?

수민: 지인 통해서 어떤 사람이 다른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들은 적은 있어요. 이건 협의된 상황은 아닌데 앨범 발매 이후 사람들 반응 보고 하나 더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요즘 빌보드 스타일이죠.

‘한 잔의 추억’이 후보일 것 같은데요.

슬롬: 저희도 ‘한 잔의 추억’을 또 다른 타이틀곡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발매 전에 저희 음악을 깊게 감상한 사람들은 ‘한 잔의 추억’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앨범 전체의 내용은 간결하고 직관적인데요. ‘한 잔의 추억’은 비교적 복잡하죠. 이 곡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수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우선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멘붕’인 시절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아, 몰라”와 같은 식으로 분노에 휩싸여 있다면 그때는 “우리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코로나19 끝나면 만나자” 같은 분위기에 노출되어 있었어요. 이러한 그림을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만났을 때 “얘들아, 잘 지냈어?”라고 하듯이 재밌게 푼 곡이 ‘한 잔의 추억’이에요.

실제로 들어 보면 오랜만에 봐서 좋다는 내용과 함께 “예”라는 애드리브가 나오거든요. 이게 사실 “어머, 얘”거든요. 그런 식으로 여자들의 밤 이야기를 그렸어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홍대 고갈비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다가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술김에 고백할지 말지를 담배 피우면서 고민하고 있는 곡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들키고 싶고,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귀엽게 표현했어요.

슬롬: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스토리텔링이 많이 담겼어요.

수민: 어쩌면 시대적일 수도 있죠. 나중에 어린 친구들에게 “야, 코로나19 알아?” 같은 식으로 귀엽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앨범을 듣다 보면 ‘ㅜ’를 기점으로 살짝 전체 분위기가 바뀐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슬롬: <MINISERIES>는 ‘ㅜ’를 전후로 나뉘어요. 그전까지는 ‘썸’에서 약간 잘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그 뒤로는 잘 안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겨요. ‘ㅜ’도 우는 표정이잖아요.

수민: 사용되는 감정도 더 풍부해져요. ‘일단은’은 권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일단은 너를 사랑할 것 같고, 우리 사이는 춥지도 덥지도 않다고 말하죠. 그런데 브릿지로 넘어가면 사실은 상대 없이는 안 된다는 사실을 넌지시 표현하죠.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순 그 자체잖아요.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슬롬은 2015년, 2016년 즈음 사운드클라우드에서 LA 비트신 스타일의 곡으로 주목받았었죠. <MINISERIES>의 수록곡 ‘ㅜ’는 그때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었어요.

슬롬: 그때의 재방문 같은 거예요. 처음에 드럼 머신으로 곡을 만들고, 수민이 간단한 코드 위에 코러스를 쌓고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멈춰’를 외치고 곡을 마무리했죠.

수민: 아니야. 원래는 보컬 톱 라인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슬롬이랑 곡을 만들 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 곡에서는 다 빼고 싶은 거예요. 인터루드의 개념으로 비트 뮤직에 기반을 둔 곡이 한 곡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목소리를 최대한 빼고 패드처럼 활용하고 싶었고, 코러스를 잔잔하게 만들어서 슬롬에게 보냈죠.

슬롬: ‘ㅜ’는 제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곡들이나 스포티파이에 올린 <Alone> 비트 테이프처럼 인스트루멘털로만 구성된 앨범들의 통로이기도 해요. 앨범에 ‘ㅜ’를 수록함으로써 그 곡들과 연결될 지점을 만든 거죠.

앨범에 활용된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슬롬: 앨범 아트워크부터 그래픽까지 모두 도맡아준 소요 감독에게 저희가 나름대로 아카이빙 한 자료를 보여줬었어요. 결과적으로 저희 세계관에 맞게 너무 잘 만들어졌고요. 저희가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일본은 해외의 팝한 것들을 다 끌어온 뒤, 그걸 일본만의 색으로 2차 가공한 것들이었거든요. 그걸 저희가 <MINISERIES>에서 3차 가공을 해보는 것이 목표였어요. 앨범 작업을 할 때 음악 이야기로 주고받듯이, 소요 감독과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어요.

마스터링을 나잠 수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민: 나잠 수에게 오랫동안 제 앨범 마스터링을 맡겨왔어요. 거기서 비롯된 신뢰도 때문에 슬롬에게도 외주 곡 마스터링을 맡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었는데 좋은 경험을 했다더라고요. 그리고 나잠 수에게 맡기면 왠지 욕심내서 잘 해줄 것 같았어요. 실제로 첫 번째 마스터링 받았을 때 저희 모두 흡족했었어요.

혹시 앨범에 참여한 세션도 있나요?

슬롬: 블란다라고, LA에 있는 작곡가 친구가 있는데요. <Alone>의 ‘Recurring Dreams’를 만들려고 만났을 때 원 테이크로 연주한 걸 제가 녹음 받아서 사용했어요. ‘어떻게 될 것 같아’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둔 상태에서 마찬가지로 LA에 있던 때, 카이 스미스라고 두아 리파의 밴드 마스터 겸 기타리스트가 근처에 있다길래 트랙을 들려주고 기타를 녹음 받아서 사용했어요. 기타가 섬세해지다 보니 베이스도 녹음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종우 베이시스트에게 부탁했고요.

수민: ‘곤란한 노래’는 완성하고 나고 보니 너무 좋아가지고 주변에 다 들려주고 다녔거든요. 사람들이 자이언티가 참여한 줄 알더라고요. 그래서 이후에 자이언티에게 코러스를 요청했어요.

뮤지션 수민을 수식하는 대표 단어는 ‘네오 케이팝’이라고 할 수 있죠. 우선 네오 케이팝이란 무엇인가요?

수민: 제 예전 소속사 직원 중 한 분이 네오 케이팝이라는 단어를 제시하셨어요. ‘NEO’는 ‘NEW’라는 뜻이니까 새로운 케이팝이라는 의미잖아요. 저는 여러 번 말했듯이 케이팝을 좋아하거든요. 동시에 제가 하고 있는 것들, 저희가 하고 있는 것들은 다 케이팝이고, 그 안에 카테고리가 다양하게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이 하는 팝이라는 단순한 접근이죠. 새로움을 제시하는 건 제가 항상 좋아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새로운 케이팝을 하자는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MINISERIES>는 지난 앨범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새로움 자체보다는 듣기 편안한 측면이 많이 강조되어 있죠.

수민: 제 앨범들은 각각 다 달라요. 또, 듣기 쉬운 음악은 다른 의미로 좋은 음악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필인(Fill-in)이 많거나, 듣기 어려워야지만 좋은 음악은 아니잖아요. 지금 왕성한 테크노 신의 무언가를 가져와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MINISERIES>처럼 듣기 편안한 음악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엄청나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 차이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반갑고, 뭐가 좋고 구리다고 말하는 것은 달갑지 않아요.

<쇼미더머니 9> 출연 이후로 대중들은 슬롬을 ‘힙합 프로듀서’라고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이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슬롬: 솔직히 부정하진 않아요. 제 작곡 기법 자체가 루프에 기반을 두고 여러 가지 샘플링에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만큼, 힙합에 근간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MINISERIES>에 있어서는 제 음악을 귀 기울여 듣고 계신 사람들에게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음악이 다양하고, 힙합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탐색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쇼미더머니 10>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죠. 앨범 발매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겠어요.

슬롬: 우선 <쇼미더머니 10>을 잘 소화하고 이후에 제가 만들어 놓은 곡들을 합쳐서 온전히 제 앨범을 내야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적어도 미니 앨범이고 조금 더 견고한 단위가 될 수도 있고요. 이미 모여 놓은 곡이 있어서, 살을 붙여나가면 좋을 듯 해요.

수민의 <MINISIRIES> 다음 계획은 뭐예요?

수민: 앞서 <MINISIRIES> 발매를 예정했다가 불발이 됐단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 이후로 음악에 집중하면서 만들어 놓은 곡들이 많아요. 거기다 지금 저의 감성으로 또 작업을 해서 조합을 해보려고 해요. 정규가 될지, 나눠서 EP가 될지는 매우 고민스러운 일이긴 한데요. 가볍지 않은 규모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결국에는 큰 그림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이전에 ‘네오 케이팝’이라고 자주 언급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은 해요.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 경향은 더 심해질 거 같고요. 그리고 폭죽 같은 음악들도 할 건데, 매우 집중되고 호소력 짙은, 수민 만의 발라드 같은 것들이 준비되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섞일 수도 있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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