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펑크정신, 반항정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어요.” DPR 크림과 아틱의 EP <NO DRUGS>는 이 한마디로 정의된다. 두 사람은 시장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음악이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반문하듯, 그 어디든 노트북을 펼치고 케이블을 꽂은 순간이 곧 스튜디오가 됐다.
<NO DRUGS>의 여섯 개 트랙은 그렇게 태어났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새벽, 투어 이동 중 창밖을 보며 나눈 침묵, 함께 웃던 짧은 순간들. 형태보다 직감, 전략보다 본능으로 움직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리듬으로 곡을 엮었다. 함께 만든 곡이 많아질수록 서로의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가 됐다. 서로에게 ‘뮤즈’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하입비스트>는 이들의 작업 너머의 시간과 태도에 주목했다. 펑크와 반항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놀랄 만큼 성실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음악을 만들고, 어떤 감정으로 함께 시간을 쌓아왔는지. 그 이중성과 그 안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들었다.


첫 합동 EP <NO DRUGS>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처음 함께 작업한 앨범인데, 이 앨범이 세상에 공개된 기분은 어때요?
DPR 크림: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어서 공개된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앨범을 내다 보니,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도 되고, 사실 조금 걱정도 되긴 했어요.
DPR 아틱: 정말 바쁘게 작업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고, 앨범 발매 전 제 싱글 ‘Mirror ball’도 나와서 정신 없었네요. (웃음)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서로에 대한 기대나 걱정이 있었나요?
DPR 크림: 사실 걱정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듀서로서 많은 음악을 만들어 봤기에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죠. 그래서 걱정보다는 기대와 재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DPR 아틱: 맞아요, 저희가 장르에 대한 경험도 많고 잘하는 부분이라 걱정은 별로 없었어요. 우리가 재밌고 자신 있게 하면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실제로 함께 작업을 해보니 더 잘 맞았나 보네요?
DPR 크림: 둘 다 몰입이 잘 되는 작업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잘 맞았어요. 장소를 자주 바꾸면서도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해서, 아틱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좋았죠.
DPR 아틱: 서로 투어 기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작업했어요. 특히 크림 형의 보컬을 좋아해서, 그 점이 작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앨범에는 복합적인 감정과 이중성을 담았다고 하셨는데, 이 키워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가사에 녹였나요?
DPR 크림: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지고 있고, 이를 숨기기 위해 과장하는 모습도 보여요. 그걸 드러내지 않은 사람과 드러낸 사람을 기준으로, 누군가는 좋고 누군가는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이중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DPR 아틱: 누구나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죠. 그것을 표면적으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가 이중성을 만드는 거예요. 이런 점들이 ‘Dirty’나 ‘DRIFT’와 같은 곡의 가사에 녹아 있어요.
직접 느꼈던 이중성의 예시가 있을까요?
DPR 크림: ‘DRIFT’ 음원을 들어보면, 가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초반에 과하게 자랑하는 내레이션이 나와요. ‘나 이렇게 멋진데, 진짜 너 떠날 거야?’라는 식의 과한 허세를 부리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잡기 위해 애쓰는 이중적인 모습이 담겨있어요. 그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DPR 아틱: 인간은 모두 이중성을 보이는 모습이 있을 거예요. 크림 형이 말한 음원 내 나레이션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예시인 것 같아요. 예시보다는 리스너들이 들어보면서 느낀 이중성이 드러난 사례를 생각해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시장의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두 아티스트의 진짜 이야기를 담았다고요? 이 방향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DPR 아틱: 투어를 함께 하면서 서로가 서브컬처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우리가 잘하는 음악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죠. 시도하지 않았던 걸 보여주면서 펑크정신과 반항정신을 담고 싶었어요.
DPR 크림: 맞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영역에서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시대정신에 반영될 거라 믿어요.
‘Jealous’를 선공개하고 ‘DRIFT’를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DPR 크림: ‘DRIFT’는 앨범의 핵심 키워드인 이중성(Duality)이 가장 많이 담겨 있는 곡이에요. 음악 초반에 들리는 멜로디 속 나레이션 내용이 타이틀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DPR 아틱: ‘Jealous’를 선공개한 이유는 가장 자신 있는 곡이었기 때문이에요. (웃음) 작업을 하고 나서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에요. ‘DRIFT’는 이중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팝적인 요소가 강조돼서 타이틀로 완벽한 선택이었죠.


두사람 각각의 강점이 다른데, 이번 음원 작업에서 서로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DPR 아틱: 저는 작업할 때 뮤즈가 필요한데, 같이 작업하면서 크림 형이 뮤즈가 되어줬어요. 작업적인 측면에서 사운드적인 면은 영향을 정말 많이 받게 되었고, 그만큼 작업을 대하는 시야가 넓어지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작업할 때 방향성을 잡고 확실하고 정확하게 하려고 하는 편인데, 크림 형의 부드러운 면이 저를 많이 중화시켜준 것 같아요.
DPR 크림: 저도 성격적인 면에서 아틱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틱은 제 부드러운 성격을 영향을 받았다고 했지만, 저는 오히려 아틱이 방향성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성격 덕분에 의지도 많이 하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성격 덕분에 시너지가 정말 잘 나왔어요.
두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하면서 의견 충돌이나 크리에이티브한 토론이 있었을까요?
DPR 크림: 의견 충돌은 없었어요. 작업하면서 워낙 대화를 많이 하기도 했고, 서로 존중하면서 타협점을 찾아 작업했던 것 같아요. 사실 둘이 워낙 하고자 하는 방향이 같아서 순조로웠던 것 같아요.
DPR 아틱: 토론은 투어 때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작업의 방향이나 투어 공연에서 있었던 일, 느낀 점 등을 나누면서 밤 새고 했어요 (웃음). 그 길고 많은 토론을 통해 이 앨범이 나왔죠.
흥미로운 점은 이번 앨범에 담긴 6곡 모두가 작년 월드투어 중에 탄생했다고요?
DPR 크림: 투어 기간에 작업하는 게 바쁘고 정신없긴 했지만, 저희에게는 최적의 작업 환경이라 너무 좋았어요.
DPR 아틱: 진짜 둘이 그 점이 너무 잘 맞아서 좋았어요.
DPR 크림: 투어 기간에 작업하면서 영감을 받은 건 아무래도 공연장의 에너지나, 공연장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아닐까요? 디제잉을 하고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서브컬처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투어 중 음악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호텔 방이나 이동 중에도 즉흥적으로 녹음하거나 비트를 만들기도 했나요?
DPR 아틱: 저희 앨범 음악을 쭉 듣다 보면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Dirty’ 끝부분에 사이렌 소리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게 사실 멕시코 공연 때 작업하다가 들어간 사이렌 소린데, 너무 잘 어울려서 그대로 녹여냈어요. 그다음 곡 ‘DRIFT’ 앞부분에도 이어지게 넣어놓은 점이 숨은 포인트에요.
DPR 크림: 그리고 투어 기간에 작업하다 보니, 곡마다 나라가 있어요. 방금 아틱이 말한 ‘Dirty’는 멕시코에서 탄생한 곡이고, ‘XO’는 보스턴 공연 때 헤네시 XO를 마시며 작업한 곡이에요. 다른 곡들도 탄생지가 있으니, 정답은 들어보면서 유추해 보세요. (웃음)


작업 도중 여유가 생기면 어떤 취미를 즐기세요?
DPR 아틱: 저희는 꾸준히 작업하려고 해요. 거의 매일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정한 스케줄에 맞춰 실행하는 걸 좋아해요. 운동하고, 오늘은 무슨 작업을 할지 계획을 세우죠. 취미라면 운동을 즐깁니다.
DPR 크림: 아틱이 말했듯이, 저희는 거의 매일 작업실에서 작업해요. 근데 집중이 안 될 때는 카페를 가서 작업하거나, 음악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작업 얘기하면서 네트워킹을 하기도 해요.
그럼, 요즘 두 분이 빠져 있는 것은요?
DPR 크림: 음… 저는 원래 배우는 걸 좋아해서, 가리지 않고 유튜브도 보고..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해요. 사실 최근에 빠진 건 아니지만요. (웃음)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아까는 작업적인 강점을 여쭤봤지만, 조금 색다르게 서로의 사소한 모습 중에 팬들이 알면 재미있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DPR 아틱: 크림 형은 사실 말이 많은 편이에요. 무대에서 보여지는 모습에서는 과묵해 보일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정말 대화가 끊이질 않아요. 웃음도 많고요.
DPR 크림: 맞아요, 저 사실 말이 많아요. (웃음) 예전에는 걱정이 많아서 말을 아낀 경향이 있었어요. 아틱은 생각보다 진짜 무던한 사람이에요. 제가 그 점을 닮고 싶을 만큼 차분하고, 성실한 면이 있어요.
DPR 아틱: 맞아요, 저 성실해요. 저나 형이나 둘 다 성실한 건 기본 성격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도 말이 많아요. 특히 작업 이야기할 때는 더요. (웃음)
DPR의 일원이자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DPR이 아닌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DPR 아틱: 저는 DPR인 저와 그냥 인간인 저는 다르지 않아요. 그저 예술과 창작을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DPR 크림: 저는 예전에는 DPR로서의 저와 인간으로서 저를 구분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퍼포머가 아니었고, 대중에 저를 드러내는 게 조심스러웠죠. 지금은 공연을 하고, 제 노래를 내면서 자신감도 올라가다 보니 경계가 없어졌어요. ‘내가 DPR 크림이고, DPR 크림이 나야‘라는 생각이에요.


이번 <NO DRUGS> 앨범을 통해 팬들이 느꼈으면 하는 메시지나 전달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DPR 크림: ‘아, DPR이 이런 음악도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DPR 아틱: 저희를 통해 장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 좋겠어요. 저희가 잘하는 음악을 보여드린 만큼, DPR 크림과 아틱이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잘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DPR 크림: 저희 매일 작업하고, 보여줄 것들이 정말 많으니 기대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팬들과 리스너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DPR 크림: 인터뷰가 공개될 즈음에는 도쿄 공연 이후겠죠? 저희 7월 5일 도쿄 공연 잘 즐기셨을지 모르겠네요, 도쿄 공연 이후 대구에서도 공연합니다. 대구 이후엔 유럽에서 여러 공연 할 예정이니 이번 여름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겠네요. (웃음) 기대 많이 해주세요.


스타일리스트
Joonyong An헤어/메이크업
Hyunmi Goo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Hypeb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