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vs 람보르기니, 이탈리안 슈퍼카의 최강자는?
애초에 페라리가 없었으면 람보르기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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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자동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답변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중 하나를 고민할 것이라는 데는 큰 의견이 없을 것이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처음 만들어진 공장은 고작 차로 40분 거리에 놓여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지방에서 세계 최고의 슈퍼카 브랜드가 하나도 아닌 둘이나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신통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모두 예나 지금이나 ‘이탈리아 브랜드’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두 브랜드는 첫 창립부터 사뭇 다른 길을 통해 저마다의 위업을 쌓았고, 오늘날 ‘이탈리아 최고의 슈퍼카’ 타이틀을 양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과연 어떤 점이 람보르기니가 아닌 페라리를, 페라리가 아닌 람보르기니를 선택하게 만들까? 도약하는 말과 투우소를 새긴 두 이탈리안 슈퍼카 브랜드를 역사, 모터레이싱, 전기화 전략, 가격, 판매량 등으로 꼼꼼히 비교해봤다.
‘레이싱 드라이버’와 ‘트랙터 사업가’ 출신의 두 창업자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두 창업자는 이탈리아인 그리고 자동차 광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브랜드의 출발은 완전히 다르게 시작됐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어린 시절부터 레이싱을 비롯해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알파 로메오의 레이서로 활약했던 엔초 페라리는 1929년 자신만의 레이싱 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을 세웠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가 설립된 것은 그보다 한참 뒤인 1947년의 일. 애초에 페라리는 자동차 제조회사가 아닌 레이싱 팀으로 시작한 셈이다.
반면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에서 트랙터를 생산 및 판매하며 큰돈을 번 사업가였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도 람보르기니의 트랙터는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자동차 수집가였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페라리를 소유했었는데, 이후 모종의 사건을 겪은 뒤 페라리를 꺾을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를 세우리라 결심한다.
페라리가 없었으면 람보르기니도 없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는 자신의 페라리를 몰던 중 클러치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한다. 트랙터를 만들던 만큼 기계에 능통했던 페루치오는 직접 엔초 페라리를 찾아가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페루치오는 어렵사리 만난 엔초 페라리로부터“트랙터는 잘 몰지 몰라도, 진짜 페라리는 평생 걸려도 제대로 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무시를 당하고 만다. 이에 페루치오는 ‘페라리 보다 빠른 차’ 하나를 목표로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를 설립한다. 이후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슈퍼카로 평가받는 미우라를 만드는 데 성공,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자신의 염원을 이루는데 성공한다.
모터스포츠 세계에서의 위상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페라리만큼 존경받는 브랜드는 없다. 태초부터 레이싱 팀으로 시작한 페라리는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양산차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도 레이싱 카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페라리가 가장 주력으로 출전하고 있는 대회는 ‘포뮬러 1(이하 F1)’이다. 알파 로메오를 제외하면 페라리는 현존하는 F1 팀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해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전설적인 드라이버, 마하엘 슈마허는 자신의 전성기를 페라리와 함께하며 총 5번의 F1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반면 람보르기니는 당대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카들을 제조해왔지만 페라리에 비해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뚜렷한 업적을 세우지는 못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람보르기니는 F1이나 르망 24시 같은 세계적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서킷용 레이싱 카보다는 한정판 공도용 슈퍼카들을 제조하는데 집중했다.
최상위 모델, ‘데이토나 SP3’ vs ‘시안 FKP 37’
레이싱 카를 제외하고, 현재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에서 각각 생산 중인 자동차 중에서 공도에서 주행 가능한 최상위 모델은 ‘데이토나 SP3’와 ‘시안 FKP 37’다.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두 차는 모두 6.5L V12 엔진을 미드십 방식으로 탑재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는 꽤나 닮은 구석이 많다.
페라리의 한정판 아이코나 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인 데이토나 SP3는 1960년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최고를 점지했던 페라리의 레이싱카에 대한 경의를 담아 제작됐다. 제로백은 2.85 초로 최대 속도는 340km/h, 시속 2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4초에 불과하다. 최고 출력은 840 마력.
시안 FKP 37의 스펙 역시 비슷하다. 제로백 2.8초, 최대 속도는 355km/h, 시속 2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6초, 최고 출력은 819 마력을 자랑한다. 단, 시안 FKP 37은 데이토나와 달리 전기 모터와 결합된, 람보르기니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차라는 점으로 주목을 받았다. 두 차 모두 현존 지구상 최고의 슈퍼카로 통하는 만큼, 단순히 숫자로 두 차의 스펙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가격은 어디가 더 비쌀까?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람보르기니 라인업은 우루스, 우라칸, 아벤타도르 총 3가지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모델인 우루스의 가격은 약 2억6천만 원부터 시작된다. 플래그십 모델인 아벤타도르의 가격은 5억 원 후반대부터. 페라리 모델 역시 기본 3억 원대부터 시작한다. 페라리 포르토피노의 가격은 2억 원 후반대부터, 가장 비싼 모델인 SF90 스파이더의 가격은 6억 원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라인업은 812 GTS, 296 GTS, SF90, F8, 로마, 포르토피노 등을 보유한 페라리가 훨씬 다채롭다.
전기화 전략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 고성능을 앞세워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기화를 놓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일반 대중 브랜드에 비하면 늦은 편이지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역시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페라리는 지난 2021년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SF90을 선보였고, 2025까지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람보르기니는 2024년까지 모든 라인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현재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아벤타도르를 전기모터가 탑재된 V12 하이브리드 슈퍼카로 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참고로 해당 모델은 폭스바겐 그룹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지 않고 람보르기니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용 파워트레인이 탑재될 예정이다.
두 브랜드는 매년 전 세계에 몇 대나 팔릴까?
지난해 한국에서 페라리는 전년대비 68.4% 상승한 357 대, 람보르기니는 전년대비 10.9% 상승한 366 대를 판매했다. 특히 람보르기니는 작년 역대 최고 전 세계 판매 대수, 8천4백5 대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같은 해 페라리는 1만1천1백55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라리가 판매 대수 면에서는 람보르기니를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람보르기니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의 2018년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는 점과 전기차 모델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람보르기니의 가파른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