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추천 7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은 TV 시리즈 위주로 소비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마니아층을 넘어 큰 흥행을 하면서 전보다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초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2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최근 개봉한 <주술회전 0>도 할리우드 대작들 사이에서 높은 순위를 지켰다.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명작들을 꼽아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이 항상 먼저 언급된다. 실제로 지금 넷플릭스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등의 대표작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 = 지브리’는 아니기에 이번 글에서는 일부러 스튜디오 지브리의 믿고 보는 명작들을 제외하고 리스트를 만들어봤다. 지브리 명작 라인업은 이 글을 참고하자.

이미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며 ‘볼 사람은 다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 인기작들부터 잔잔한 감성을 담은 청춘 로맨스 작품들과 <인셉션> 못지않은 세련된 연출이 빛나는 작품,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는 가족 드라마까지, 지금 넷플릭스에서 놓치면 안 될 극장판 애니메이션 7 작품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귀칼 신드롬’의 기폭제가 된 작품. 단지 애니메이션 장르뿐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로 봤을 때도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9년 동안 가지고 있던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갈아치웠고, 세계적으로도 2020년 제작된 어떠한 영화보다 흥행했다. 이러한 성공을 거둔 데에는 TV 시리즈부터 이어져온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을 신을 구현해낸 뛰어난 작화 수준이 큰 역할을 했다. 이미 볼 만한 사람들은 다 봤겠지만, 혹시나 아직도 ‘내가 찜한 콘텐츠’ 리스트에 저장만 해둔 사람들이 있을까 봐 첫 번째로 소개하고 가도록 한다.

<너의 이름은.>

마찬가지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감상했을 작품.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수입 3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기를 살고 있는 도시와 산골의 남녀 고등학생에게 몸이 서로 수시로 바뀌는 현상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바디 체인지와 타임 슬립 요소를 통해 이어지는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과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희망과 기적을 이야기하는 연출은 극적이고 훌륭하다. 이처럼 많이 알려진 작품을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검증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직 리스트의 모든 작품이 낯설다면, 취향에 따라 두 작품 중 하나를 먼저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다.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천국의 문>

비교적 최근작들에 이어 20여 년 전에 제작된 클래식을 한 편 소개한다. 최근 실사판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 번 원작의 대단함을 느끼게 해준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의 극장판. 타이틀은 밥 딜런의 명곡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따왔다. 이야기는 2071년, 화성의 수도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 사고에서 시작된다. 사고 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사망하고, 정부에서는 사건 용의자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다. 비밥 호의 카우보이들도 현상금 사냥에 나서게 되고,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과정이 그려진다. 시리즈 특유의 영상미와 연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서점에서든 넷플릭스에서든 한 번 접했다면 바로 기억이 날 것이다. 충격적인 제목과 달리 청춘 로맨스 장르의 작품.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밝은 성격의 사쿠라와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 우연히 주운 공병문고를 계기로 서로 비밀을 공유하며 점차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병문고에 적힌 비밀이란 바로 사쿠라가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이 정도만 들어도 알겠지만 어느 정도 눈물은 각오하고 봐야 한다. 2015년 만들어진 소설이 원작으로, 출판 직후부터 큰 인기에 힘입어 만화와 실사 영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제작될 만큼 화제가 됐다.​

<파프리카>

내용이 난해하더라도 훌륭한 연출을 갖춘 작품을 찾는다면 곤 사토시의 <파프리카>가 있다. 곤 사토시 감독은 장편 데뷔작부터 국제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렸고, 대표작 <천년여우>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함께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대상’에 나란히 뽑히는 등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파프리카>는 2010년 사망하기 전 남긴 그의 유작. 29세의 정신과 치료사가 또 다른 자아인 18살의 꿈 탐정 파프리카로서 환자들의 꿈 속에 들어가 그들의 병을 밝혀내고 치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영화적인 연출이 크게 호평을 받았다. 영화 <인셉션>의 팬이라면 이 영화도 일단 보기 추천한다.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는 청각장애인 소녀 니시미야 쇼코가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 전학 오면서 시작된다. 같은 반이었던 주인공 이시다 쇼야는 지루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자 아이였고, 주변 친구들이 점차 자신과 시끌벅적하게 놀아주지 않게 되자 곧 지루함을 풀기 위해 쇼코를 괴롭히면서 왕따를 주도하게 된다. 물론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사건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쇼야는 쇼코를 다시 찾아가게 되고, 두 사람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금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감동적 스토리와 영화적 연출 모두 호평을 받았으며, 같은 해 개봉한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흉내낼 수 없는 연출”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9기: 어른 제국의 역습>

무려 30기까지 존재하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편이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전체를 이야기할 때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장면이 많아서 “아이들 보여주려고 같이 영화관에 갔다가 부모가 울면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많다. 전국의 어른들이 모두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는 독특한 상황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 차이를 드러냄과 동시에 다시 가족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신형만(노하라 히로시)의 과거 회상 장면은 비슷한 세대의 많은 관객들에게 눈물을 쏟게 한 명장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