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람들이 꼽은 2023년 최고, 최악의 유행

패션 분야 관계자 7명이 직접 말했다.

패션 
57,488 Hypes

한 해에도 유행은 돌고 돈다. 2023년에는 Y2K부터 바비코어, 콰이어트 럭셔리, 청바지와 오버사이즈 셔츠를 포함한 에브리데이 웨어, 시스루 등이 패션 신의 유행으로 언급됐다. 이 중에는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스타일도, 쳐다보지 않고 싶은 아이템도 있을 것이다. 2023년의 끝물이 다가오는 지금, 패션계에서 일하는 일곱 명에게 올해의 최고, 최악의 유행을 물었다.

이혜미 투모로우 쇼룸 세일즈 & 디스트리뷰션

BEST – 미우미우 언더웨어

미우미우가 컬렉션 쇼에서 스타킹에 언더웨어를 매칭한 게 가장 재밌었다. 보기에도 귀엽고,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는 ‘트렌드’처럼 느껴졌다.

WORST – 미니스커트 & 롱부츠

올해 여름에 미니스커트와 롱부츠를 함께 신은 여성들을 자주 봤다. Y2K 트렌드의 영향이었을까? 계절감도 안 맞고, 그렇다고 예쁘지도 않은 스타일이 왜 유행했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되는 스타일링처럼 보였다.

홍광일 샘플라스 대표 & 바이어

BEST – 스타일리스트의 부상

2023 가을, 겨울 시즌부터는 브랜드 디렉터보다 벳시 존슨이나 로타 볼코바와 같은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느낀다. 패션 업계에서 다소 뒤에 위치했던 그들이 문화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또, 스타일리스트의 힘이 커지면서 디자이너와의 협력과 알력이 동시에 생길 텐데, 그 둘 사이의 균형이 패션 신을 더 풍부하게 만들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WORST – 올드머니 룩

클래식이 베스트라고들 하지만, 의외로 ‘클래식’과 ‘캐주얼’이야말로 마케팅의 수혜를 받았다고 느낀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공연과 카라얀이 지휘하는 공연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높은 담이 한 번 생기면 신진 디자이너들이 설 곳이 없어진다. 그리고 올드머니 룩이 최근 트렌드라고 언급됐지만, 실제로 존재했나 싶은 의구심도 있다. 그 피비 파일로조차도 이번에 디테일이 많은 옷을 선보이지 않았나.

남은욱 파브리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BEST – 남성 네일

한 5년 전부터 네일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자가 무슨 네일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미니멀하게 옷을 입었을 때 하나의 포인트이자 장신구 같은 역할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나 해리 스타일스 등 유명인이 남성 네일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시도는 해보고 싶지만, 동시에 부담을 느끼는 남성에게는 젤 네일보다는 매니큐어를 추천한다. 언제든 원할 때 지울 수 있다.

WORST – 과도한 사진 보정

많은 사람이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릴 때 필터 등을 사용해 얼굴이나 신체 비율을 조정한다. 물론 적당한 보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곡이 너무 심한 사진을 보면, 그들이 자기 몸을 이해하기를 원치 않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옷걸이’가 좋은 사람은 뭘 입어도 멋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는 스타일을 연구하며 맞는 아웃핏을 찾는 사람들은 더 멋지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몸의 기준을 서양인에 맞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 더 자기 몸을 사랑하면 좋겠다.

현국선 스타일리스트

BEST - 조나단 앤더슨

스타일리스트로서 바라봤을 때 조나단 앤더슨은 참 매력적인 디자이너다. JW 앤더슨, 로에베를 보면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철학을 잘 담아낸다. JW 앤더슨이 컬렉션에서 개구리 형태의 슬리퍼를 다른 옷들과 조화롭게 선보인 게 대표적인 예다. 로에베는 거울과 같이 일상에 흔한 소재를 갖고 옷을 만드는데, 그 모습이 아이처럼 순수해 보이기도 하다.

WORST – 테크웨어

테크웨어가 트렌드가 된 지 근 2년 정도 됐고, 이제는 디자인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웨어러블함을 갖춰야 하다 보니,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아트피스를 만들기 어렵고, 깔끔하고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원단을 써야 하니까 그것들을 디자이너가 맘대로 자르고 이어 붙이기도 어렵다. 테크웨어 브랜드의 옷을 한곳에 모아놓고 보면 비슷해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유상민 비이커 바이어

BEST – 미우미우

올해 미우미우는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링, 특히 남성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나 몇몇 컬러웨이의 옷을 선보였다. 여성스럽고 장식적으로 보이던 브랜드가 웨어러블하고, 남자들도 입고 싶어 하는 컬렉션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나도 매장에서 가장 사고 싶던 가방을 하나 샀다.

WORST – 미우미우의 로우 웨이스트

아이러니하게도 미우미우의 로우 웨이스트 스타일은 적용하기 힘든 트렌드로 느껴졌다. 모델들이 입은 모습은 너무 예쁘다. 그리고 하이 웨이스트가 점령했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바잉을 해보니 일반 사람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트렌드가 아니었다. 트렌드가 될 것 같으니, 바이어로서 구매는 해야 하는데 이게 과연 사람들의 구매로 이어질지 싶었다. 실제로 몇몇 제품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잘 안 팔렸다.

서종근 파브리카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BEST – 팝업 문화

패션 비평가 예뻬 우겔버그의 책 <25 Years of Art in Fashion>을 번역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가 한국의 팝업 문화를 흥미롭다고 짚었다. 사실 한국인들은 팝업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로 느끼지 않나. 그런데 그는 전 세계적으로 패션 문화가 디지털로 옮겨가는 지금,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제공하는 팝업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와 비슷하게 지금의 팝업 트렌드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좋은 현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본다.

WORST – 소셜 미디어 중심화

최근 모든 패션 마케팅의 양상이 디지털 특히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미디어나 사람들의 시선도 누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어느 매체에 나왔는지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옷의 냄새나 질감, 디자이너의 이야기 등 우리가 과거에 패션에서 보거나 느꼈던 경험들이 사라지고 있지 않나 싶다. 동시에 디자이너나 매체 등 1, 2차 생산자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고려하다가도 결국 소셜 미디어를 위한 옷이나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패션이 갖고 있던 역동적인 감각이 좀 평면화됐다고 느낀다.

<하입비스트 코리아> 제종현 에디터

BEST – 트롱프뢰유를 의도한 디지털 프린티드 제품

글렌 마틴스디젤, 보테가 베네타의 스웨트팬츠나 데님처럼 보이는 레더 팬츠 등 여러 브랜드가 선보이고 있다. 이런 트롱프뢰유 디지털 프린팅은 옷 입을 때 색다른 재미를 주고, 디지털로 그리다 보니 원본보다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일례로 보테가 베네타의 레이저 프린트 바지는 데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12겹의 프린팅을 했다더라. 기존 의류가 바이닐이라면, 디지털 프린트의 색감과 디테일은 FLAC 음원 같다. 그리고 공급망을 단순화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물론 가격은 아직 비싸다.

WORST – 일부 Y2K 스타일 아이템

티셔츠는 편해야 한다. 그런데 수십, 수백 개의 라인스톤이 박힌 티셔츠는 엎드렸을 때 이물감이 느껴지고 보기에도 오래 입지 못할 것만 같다. 라인스톤이 먼저 떨어질지, Y2K 트렌드가 먼저 죽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마 라인스톤이 먼저겠지만. 또 하나의 맘에 안 드는 Y2K 트렌드로, 샌드 워싱 데님은 멋진 디자이너들이 계속 선보이고 있음에도 정이 안 간다. 어렸을 때 흙밭에서 뛰놀다 더럽혀진 청바지가 기억나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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