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바비 & 정상수

10여 년 만에 찾은 이들의 연결고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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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미 더 머니 3>에 출연한 바비정상수. 이들은 팀도, 경연 결과도 달랐다. 바비는 우승, 정상수는 “시원하게 욕 박고 쌍뻐큐 날리고” 중도 하차. 그러나 당시 이 둘이 보여준 모습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10여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비단 바비가 거머쥔 우승자 타이틀이나 정상수의 돌발 행동에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당시 바비가 보여준 뛰어난 무대 장악력이나, 노련함이 묻어나오는 정상수의 쏘는 듯한 라임은 되레 그 근거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이후 둘의 접점은 많지 않았다. 굳이 찾아내자면 각자 딩고 프리스타일 ‘킬링벌스’ 에피소드에 참여했다는 사실 정도. 그러나 지난 10월, 둘 간에 확실한 연결고리가 채워졌다. 바비가 EP 앨범, <ROBERT>(2023)의 수록곡 ‘why stop now’의 피처링 아티스트로 정상수를 초대한 것이다. 그렇게 바비와 정상수의 연결고리가 이어진 순간을 <하입비스트>가 동묘에서 포착했다.

먼저 바비에게. 2023 아이콘 월드 투어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바비: 이제 자카르타와 마카오가 남았는데, 잘 마무리되고 있어서 좋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해요. 처음엔 우리의 힘으로만 월드 투어가 가능할지 싶었는데, 이번엔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과 유럽도 다녀왔어요. 

한편, 지난달엔 첫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했어요. 

바비: 한국에 귀국한 당일에 공연해야 해서 걱정이 많이 됐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다행히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서 정말 신나게 뛰어놀다 왔어요. 

단독 콘서트에 앞서 발매된 첫 번째 미니 앨범 <ROBERT>(2023)는 어떤 앨범이라고 소개하고 싶나요?

바비: 제 의견이 100% 들어간 앨범이요. 힙합에 제가 평소 좋아하는 록 사운드를 넣었고, 드럼앤베이스처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장르도 시도해 봤어요. 그리고 가사엔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담았어요. “난 나대로 살 테니 방해하지 말라” 식으로요.

지난 3월에 공개된 더블 싱글 ’S.i.R.’(2023)에 비해 전반적으로 어두워진 분위기와 가사가 눈에 띄어요.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요?

바비: 심경의 변화는 없었어요. 단지 ‘S.i.R.’은 소속사를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낸 음반이어서 밝고 명쾌하게 만들었을 뿐이에요. 호불호가 안 갈리게끔요. 한편 <ROBERT>는 제 마음에 담고 있었던 곡들로 채웠어요. 바비가 로버트의 애칭이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바비가 아닌 진짜 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제목도 그렇게 지었어요. 

이미 언급했듯 <ROBERT>에선 드럼앤베이스와 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돋보였어요. 제작 과정에서 프로듀서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바비: 주로 더 프루프라는 프로듀서 듀오와 대화를 나눴는데, 어떻게 하면 재밌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어요. “UK 개러지 사운드가 다시 돌아오고 있으니 시도해 보자” 같은 얘기요. 

#Streetsnaps: 바비 & 정상수

 

앨범을 만들 때 영감이 된 요소를 꼽자면요?

바비: 새로운 영감을 찾기보단, 트렌디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했어요. 하고 싶었던 음악에 대해선 뚜렷한 비전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상수형이나 저스디스, 성현이처럼 피처링해 준 아티스트들이 영감이 된 것 같아요. 그분들이 예전에 뱉었던 벌스를 듣고 거기에 어울리는 비트를 만들고, 그분들을 피처링으로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타이틀 곡 ‘f’에선 누군가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그렸어요. 억압의 주체는 누구인가요?

바비: 전반적인 ‘인더스트리’요. 요즘 음악 시장에선 모든 게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비되잖아요. 그리고 저흰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맞춰가야 하고요.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도, 파는 입장에서도 업계의 트렌드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게 일종의 억압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제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었어요. 

소속사가 바뀌면서 달라진 점도 있나요?

바비: 온실 속에 있다가 숲으로 나온 느낌이에요. 이전 소속사에선 곡을 만들고 무대에 서기만 하면 됐거든요. 그러다 더 많은 배움을 얻고자 143엔터테인먼트에 왔죠. 지금은 음원 발매 과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을 아이콘 멤버들과 역할을 분담해서 하고 있어요. 심지어 가사 맞춤법 교정 같은 세세한 작업도 저희가 직접 했어요. 1년 동안 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까이에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why stop now’에는 정상수가 피처링으로 참여했어요. 어떻게 성사된 협업인가요? 

바비: 사실 제가 지난 여름에 상수 형한테 인스타그램 디엠을 먼저 보냈어요. 그런데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고, 이후엔 카톡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나눴어요. 재밌는 건 처음엔 상수 형이 제가 누군지 모르셨다는 거예요.

정상수: 처음 디엠으로 연락을 받았을 땐 바비한테 디엠이 왔다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했어요.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김지원입니다”라고 하면서 카톡이 왔어요. 그땐 그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인 줄 알았죠. 본명을 몰랐거든요. 그런데 보내준 노래를 들어보니 목소리가 익숙하기도 하고, 랩을 잘하길래 이름을 검색해 봤어요. 바비였더라고요.

이 곡의 특징이라면 ‘직진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상수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나요?

바비: 완전히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닌데, 이 곡을 만들면서 상수 형이 계속 생각났어요. 비트 자체가 상수 형의 ‘홈그라운드’처럼 느껴졌거든요. 마침 상수 형이 제목에 어울리는 마인드의 소유자 같기도 해서 제안을 드렸어요. 그런데 흔쾌히 피처링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사를 쓸 때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정상수: 바비의 곡에 피처링하는 거니까 특히 가사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평소에 제 노래를 만들 땐 프리스타일로 가사를 쓰는 반면, 이번엔 라임과 플로우를 최대한 귀에 꽂히게 짰어요. 그리고 벌스도 총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고요. 그런데 결국엔 <쇼 미 더 머니 3>에서 바비가 이기고, 전 팀 YDG에 갔다가 하차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버전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바비: 다른 버전엔 상수 형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반면, 첫 번째 버전엔 상수 형과 저와의 연결고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거든요. 

‘why stop now’에 대해 기대한 반응이나 결과가 있나요?

바비: 상수 형이 랩을 정말 잘하는 분인데, 인터넷에서 밈처럼 소비되는 게 싫었어요. 마침 좋은 비트도 있으니, 상수 형의 16마디를 얹어 멋진 음악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죠. 예상대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준 것 같아요. 

정상수: 특정 반응을 기대했다기보단, 바비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이 곡이 발매되고 나서 평소보다 10배는 더 많은 저작권료가 들어오더라고요. 

‘why stop now’ 가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비는 발렌시아가의 제품을 입고 왔어요. 각자 입고 온 옷을 소개해 주세요.

바비: 신발과 팬츠, 그리고 선글라스는 제가 좋아하는 발렌시아가의 제품이에요. 그리고 모자는 팬 분이 선물해 준 건데 핏이 좋아서 썼고, 바시티 재킷은 버드와이저예요. 버드와이저를 좋아해서 미국에서 샀어요.

정상수: 상의는 인터넷에서 산 야구 저지고, 후디는 아까 지원이가 사준 동묘 표 제품이에요. 마음에 들어서 자주 입고 다닐 거 같아요. 그리고 바지와 신발은 에어 조던. 친동생이 잠실 롯데 백화점에서 사준 거예요.

둘은 <쇼 미 더 머니 3>에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 서로에 관한 인상적인 일화가 있나요?

바비: 10여 년 전이긴 하지만 그때 당시에도 라임을 강조해서 랩을 하는 분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세 글자씩 라임을 맞춰나가는 상수형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어요. 

정상수: <쇼 미 더 머니 3>에 나간다고 하니 사촌 동생들이 바비와 비아이의 사인을 받아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인을 받았는데, 처음 방송에 나가는 거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그걸 잃어버렸어요. 그걸 바비나 비아이가 발견하면 어쩌나 싶어서 너무 미안해서 바로 사과했어요. 이제 다시 받아서 사촌 동생들 보내줘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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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일이 있나요?

바비: 저는 결과가 좋아서 바꾸면 안 될 것 같네요. 

정상수: 기리보이에게 제가 한 말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어요. 취해서 욕을 해버리니까 더 이상 진행을 못 하겠더라고요. 가뜩이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참가한 거여서. 그렇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결국엔 이름과 얼굴만 알려진 유명인이 됐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주변 아티스트들도 보고, 제 위치도 파악하면서 저만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정상수는 이후 유튜브 개인 방송을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정상수: 예전엔 저 나름대로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싶어서 부산을 떠나, 일산에 자리 잡았어요. 일산에 살던 시기에 모든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태가 됐죠. 그래서 재기의 수단으로 선택한 게 라이브 방송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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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흔히 말하는 ‘힙합 신’ 내부에서 성장한 케이스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런 독특한 혹은 특별한 배경을 가진 래퍼로서, 지금의 힙합 신은 어떻게 보나요? 

바비: 상수 형 가사처럼 지뢰밭 같아요. 마침 요즘 디스전도 뜨겁잖아요. 하지만 서로 물어뜯는 것도 결국엔 다 힙합이에요. 오히려 힙합이 대중화됐다가 이제 다시 예전의 모습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상수: 새로운 콘텐츠와 래퍼가 계속 나오면서 신의 태엽이 자생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힙합이 마냥 ‘그들만의 문화’로 갇히는 건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인접 문화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마당극에 힙합을 접목해서 우리나라의 전통 서사를 랩으로 풀어 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둘은 앞으로 힙합 신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어요?

바비: 힙합 신에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가서 ‘힙합 전도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연예인, 아이돌, 래퍼, 모두 좋지만 전 특정 분야에 갇히기 보단 그냥 한 명의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자연스럽게 리스너들한테 얼굴도장도 좀 찍고, 하고 싶은 장르들도 시도하면서요.

정상수: 바비 덕분에 커리어적으로 큰 기회가 생겼지만, 저는 부산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힘들게 음악 하는 동생들과 함께 로컬 문화를 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랩으로 풀 만한 부산만의 전통 서사가 많거든요. 힙합계의 부산 홍보대사가 된다면 더 좋고요.

각자 서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바비: 상수 형은 딱 ‘why stop now’인 것 같아요.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쭉쭉 나아가니까요.

정상수: ‘K-힙합 황태자’. 이젠 본토도 정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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