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스카이민혁

여론을 뒤집은 ‘노력의 천재’.

음악 
3,091 Hypes

언더독의 성공 신화는 많은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하곤 한다. 그리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노력이 더해졌을 때 그 쾌감은 배가 된다. 스카이민혁의 이야기가 그렇다. 과거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하며 받은 냉담한 반응이 무색하게, 그의 최신 정규 앨범 <해방>이 각종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국내 힙합 차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방>은 여느 대중적인 힙합 앨범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해방>을 가득 채운 스카이민혁의 개인적인 서사엔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나 성공을 전시하는 이야기는 없다. 대신 성공을 위한 끝없는 노력과 실패, 그리고 거기서 오는 열등감과 분노가 내용의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은 좋은 음원 성적을 올렸다. 평단 및 세간의 평가 또한 호의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스카이민혁은 <해방>의 성공이 그를 과거의 부정적인 여론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느낄까? 그 전에 스카이민혁은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친 걸까? 여러 궁금증과 함께 <하입비스트>가 해방촌에서 스카이민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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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해방>이 각종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국내 힙합 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얼떨떨했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니 내 작업물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다. 그리고 이번 기회로 다음 앨범, 그리고 다다음 앨범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잘 될 줄 알았나?

내 진심을 담은 앨범인 만큼, 작품성으로는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듣고, 많이 사는 앨범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선 불안감이 더 컸다. 자기 삶에 대해서만 노래한다는 게 상업적으로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짐작했거든. 

빈지노의 <NOWITZKI>와 이센스의 <저금통>을 잇는 올해의 힙합 명반이라는 의견도 있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 최근만 해도 <해방>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들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계기로 힙합은 평등하다고 느끼게 됐다. 사회에선 학력을 비롯한 조건을 잣대로 사람의 성과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지만 힙합 신에선 욕을 먹던 아티스트도 좋은 앨범을 내면 긍정적인 반응이 온다는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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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발매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의류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도 많이 축하해 준다. 심지어 부모님도 유튜브를 보고 내가 잘되고 있는 걸 꽤 알고 계신 것 같다. 대중교통에서도 <해방>을 잘 듣고 있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원래는 노래 잘 듣고 있다고 인사해도 정작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거든.  

<해방>은 매일 아침 2 ~ 3시간씩 작업해서 만든 앨범이라고 밝혔다. ‘밤새 작업한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한국 힙합 ‘허슬’의 클리셰처럼 통용되기도 하는데, 다른 관점을 갖고 있나? 

밤에 작업이 더 잘 되긴 한다. 연락도 많이 안 오고, 새벽 감성에 심취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밤에 작업을 하면 여자친구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와중, 도끼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벌스를 쓴다는 얘길 듣고 오전에 작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힘들었다. 입도 안 풀리고. 그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2 ~ 3시간씩만 글을 쓴다길래 따라 해 봤다.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매일 음악을 만들다 보니 작업이 양치하는 것처럼 일상 속에 녹아들더라. 덕분에 작업하는 게 편해진 것은 물론, 한 곡을 지나치게 오래 붙잡고 있는 경우도 적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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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제목인 <해방>은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나?

다양하다. 첫째로는 <쇼 미 더 머니 11> 1차 심사에서 떨어지면서 받은 안 좋은 여론으로부터의 해방이고, 둘째로는 금전적인 문제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전부 다 나를 괴롭히던 것들이다. 곡을 하나씩 만들다 보니 결국 내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내 삐뚤어진 생각과 고정관념부터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 거나, 좋은 앨범을 내는 것보다 내면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사실 <해방>은 나도 들을 때마다 감상이 다르고,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도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화내면서 랩을 하는 파트에서 슬픔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이제 해방됐다고 생각하나?

지금의 결론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될 순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새로운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를 해방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마음속으로 해방을 외치며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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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트랙 ‘14-23’엔 랩을 처음 시작한 2014년부터 <그랜드라인 2>를 발매한 2023년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무려 9년이라는 긴 시간을 한 트랙에 압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무엇을 기점으로 서사를 구성했나?

내게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순간들을 담았다. 꿈과 관련해서 부모님과 생긴 마찰, 집을 나가는 과정, <랩하우스 온에어> 출연, <쇼 미 더 머니> 참가 및 탈락 등의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게끔 풀어나갔다. 그런데 작업을 마치고 나니 뺄 가사를 뺐는데도 곡이 너무 길고 무겁게 느껴지더라. 고민이 됐지만, 왠지 이 곡을 끝까지 들은 사람이라면 <해방>을 끝까지 들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서 그대로 앨범에 넣었다. 그리고 ‘14-23’이 앨범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트랙이 됐다. 

‘식사’와 ‘OUTCOME’을 비롯한 트랙엔 성공하겠다는 포부와 힙합 신 전반에 비판을 담았다. 힙합 신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을 말하고 싶었나?

래퍼와 힙합 종사자의 태도 전반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음악은 정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그런 만큼 아티스트들은 색다르고 창의적인 콘텐츠와 음악을 내놓아야 하는데, <해방>을 만들 당시엔 퀄리티가 좋지 않은 앨범들이 많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꼬집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예전엔 그런 얘기를 하는 래퍼들이 많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 내가 그들의 역할을 물려받겠다는 의미에서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고, 내 시대가 왔다’라는 식으로 패기 있게 말했다.

또한 앨범 전반엔 미디어에 종속된 아티스트들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스카이민혁도 <쇼 미 더 머니 9>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 있는데, 자신은 이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처음엔 나는 힙합 아티스트답게 살고 있지만, 그들은 힙합 보단 예능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느껴 디스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성공하고 싶어서 <쇼 미 더 머니>에 나가지 않았나. 차이점이라면 그들은 거기에 나와서 잘 됐고, 난 그러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앨범 후반의 ‘진실’엔 내 질투심과 열등감에서 그들을 디스한 거라고 인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결국 내가 신념과 태도를 운운하는 것은 내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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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발매한 앨범부터 <해방>까지, 스카이민혁의 음악에서 ‘열등감’은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열등감은 스카이민혁에게 동기부여와 족쇄 중 무엇에 가깝나?

처음엔 촉진제 같다고 생각했다. 큰 무대에 선 아티스트를 보면서 열등감과 동기부여를 동시에 느끼곤 했거든. 하지만 열등감이 과해지면 자기 비난을 하게 되고, 상대를 미워하게 되고, 행복과 멀어지더라. 실제로 예전엔 카페에서 다른 래퍼의 노래가 나오면 화가 나서 대화도 못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강박이 심했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 9>에 나온 뒤로 내 위치를 가늠하게 되면서 남들로부터 배우려면 배우려고 했지, 남을 미워하진 않게 됐다. 오히려 그 뒤론 성공한 이들에 대한 열등감보단 존경심과 동정심을 갖게 됐다.

동정심?

본인이 성공하기 위해서 택한 길이니,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게 된다고 느꼈거든. 당장 기리보이자이언티는 하루에 12 ~ 13시간씩 작업한다더라. 그들도 어떻게든 다음 챕터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반면 난 그렇게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들의 삶을 살길 원했다. 그랬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자,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 이후론 빠르게 성장한 것 같다.

한편 <쇼 미 더 머니>에 참가한 뒤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한 이야기도 앨범 곳곳에 담겼다. <쇼 미 더 머니>에서 보여준 모습을 자평한다면? 

<쇼 미 더 머니 9>에서 보여준 모습은 음악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순수한 외침이었던 것 같다. 반면 <쇼 미 더 머니 11> 1차 심사에서 뱉은 벌스는 ‘랩 메이킹’은 아쉽지만, 각종 악플에 맞서겠다는 마음이 담긴 가사가 지금 봐도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지금의 스카이민혁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찾아가는 과정을 음악으로 담는 사람.

트랙 배치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싱글의 시대, 앨범으로 보여주고 싶은 뭔가가 있었나?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는 음악을 하면서 생긴 서사뿐이라고 생각해서 내 이야기를 최대한 잘 풀어내고 싶었다. 기존의 가벼운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하루빨리 잘 만든 정규 앨범을 발매해야 나중에 가서도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그리고 음악을 만들면서 예상한 반응과 실제 리스너들의 반응이 맞아떨어지는 걸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힘이 닿는 데까지 음악을 최대한 잘 만들어 볼 거다. 

<해방>의 좋은 성과와 평가를 고려했을 때,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랩을 잘하는 건 내 오랜 숙원인 만큼,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부담감은 오히려 <해방>을 만들 때 더 컸다. 반응이 아예 없을까 봐 걱정했거든.

스카이민혁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해방>이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고, 월드컵 경기장 같은 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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