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미켈란젤로’ 배리 엑스 볼이 NFT를 시도한 이유는?
‘LA 프리즈’에서 최초 공개된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계적인 규모의 아트 페어 ‘프리즈 LA’가 현지시간 2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개최됐다. 이번 ‘프리즈 LA’에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화이트큐브, 빅토리아 미로, 제프리 다이치 등의 정상급 갤러리를 포함 전 세계 1백20 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중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작품과 박찬욱 감독의 사진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LG전자 또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프리즈 LA’에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2022년 한국에서 최초 개최된 ‘프리즈 서울’에 이은 두 번째다. 이곳에서 LG전자는 ‘현대판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아티스트 배리 엑스 볼과 손을 잡고 NFT를 선보였다.
둘의 파트너십으로 제작된 NFT는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얼굴을 배리 엑스 볼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작품이다. 배리 엑스 볼은 3D 렌더링으로 만든 요한 바오로 2세의 얼굴을 골드, 실버, 블랙, 카퍼 등의 금속 소재와 루비, 제이드 등 보석 소재로 구현했다.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NFT의 의미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작품을 만든 셈이다.
‘현대판 미켈란젤로’의 시선은 이제 현실을 넘어 디지털 세계로 향한다. 하지만 동시에 배리 엑스 볼은 “현재 드롭되는 대부분의 NFT는 수준 이하”라며 이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NFT를 시도한 이유, 제작 과정, 작품에 담긴 생각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NFT 시장에 대한 의견 등은 아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LG 올레드 아트와 함께 NFT를 드롭했어요. 예전 작품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지난해에 공개만 하고 드롭하지는 않았던 ‘메탈’ 시리즈에 사운드트랙을 추가했어요. 거기에는 소리가 없었거든요. 아시다시피 소리는 작품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에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드롭되는 작품에는 메탈 대신 ‘스톤’ 시리즈에는 루비, 제이드 등 보석의 질감을 활용했어요. 첫 작품을 함께한 팀과 작업한 만큼, 부드럽게 진행됐어요.
두 작품에 모두 요한 바오로 2세의 얼굴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제가 가톨릭 신자라서는 아니에요. 1979년 뉴욕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퍼레이드를 봤거든요. 정말 엄청난 광경이었죠. 또, 요한 바오로 2세는 엄청나게 상징적인 인물이었어요. 당시 유명했던 운동가들과 연대해 공산주의와 싸웠고, 교황인데도 스키를 타거나 축구를 관람하는 등 일반적인 가톨릭 교황과는 달랐어요. 활기차고 항상 미소 짓는 사람이었고요.
저는 대부분 작품을 후원자들의 커미션을 통해 만들어요. 그중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후원자가 가톨릭 신자였는데요. 그에게 요한 바오로 2세를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때부터 축적한 사진만 30억 장이 넘어요. 저는 주로 살아있거나 실존하는 대상을 소재로 작업해왔는데, 사진으로만 작업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그 당시 만들었던 실제 작품을 토대로 이번 NFT를 만든 거예요.
항상 미소 짓고 있는 교황이었지만, 작품에서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재밌는 질문이네요. 실제로 그는 항상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죠. 하지만 고전적인 조각은 항상 근엄한 표정이에요. 웃고 있는 조각상은 약간 만화 피규어처럼 보이죠. 실제 조각상처럼 근엄하고 클래식해보일 수 있도록 얼굴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첫 번째 NFT ‘메탈’ 시리즈에서 실버, 골드, 카퍼, 블랙 메탈 등의 질감을 구현했어요. 이 넷을 고른 이유가 있나요?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들이기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는 구리를 사용해요. 그리고 그 위에 실버나 골드를 입히는 식이죠. 제 초기 작품들에는 블랙 컬러를 정말 많이 활용했고요. 블랙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이기도 해요.
두 번째 NFT인 ‘스톤’ 시리즈에는 어떤 시도가 담겼나요?
‘메탈’ 시리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아예 현실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메탈’ 시리즈는 실제로도 만들 수 있을 법해요. 뼈대를 구리로 만들고 그 위에 실버나 골드를 입히면 되니까요. 반대로 ‘스톤’ 시리즈는 NFT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특히 빛이 소재를 통과하는 ‘투명함’을 렌더링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요. 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메탈’ 시리즈보다 ‘스톤’ 시리즈가 훨씬 더 어려웠네요.
오랜 시간 조각가로 활동해왔어요. 실제 작품을 만드는 것과 NFT 제작은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35년간 실제 작품을 만들어왔고, NFT를 만든 건 한 1~2년 정도밖에 안 돼요. 그래도 제가 가장 즐겁게 일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죠. 실제 작품을 만들 때는 제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돼요. 수작업의 연속이죠. 그런데 NFT는 렌더링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잖아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더 많은 팀원이 필요했고, 좋은 파트너들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어요.
NFT에 도전한 명확한 계기가 있나요?
제 작품을 일반 대중이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물론 NFT가 저렴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제 실제 작품과 비교한다면 장벽이 낮은 편이에요.
앞으로도 NFT를 만들 의사가 있나요?
물론 있어요. 다만, 작품 퀄리티는 돈과 시간이 얼마나 드느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토요타의 캠리와 롤스로이스의 자동차 제작에 들어가는 노력이나 시간이 다른 것처럼요. ‘메탈’ 시리즈와 ‘스톤’ 시리즈 각각은 대부분 39초 분량이지만, 이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됐어요. 사실 제게 NFT를 같이 만들자는 제안이 정말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이번 건 외 모든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는 제가 필요한 만큼 협조해 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현재 NFT 시장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사실 지금까지 공개된 대다수의 NFT가 예술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요. 제가 NFT에 도전한 이유 또한 ‘예술성 있는 NFT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그 시장의 선구자가 되고 싶었고요.
‘메탈’과 ‘스톤’ 시리즈를 구매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실 저는 구매자들이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감상하는지 정확히 몰라요. 실제 작품은 벽에 건다든지 하는 정해진 방법이 있는데, NFT는 감상 방식이 여러 가지니까요. 그래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좋은 작품을 보기 위한 좋은 스크린이 있으면 어떨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