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나부터 롤렉스까지, 알고 보면 더 재밌고 신기한 브랜드 이름풀이 8
‘성스러운 강’? ‘관세음보살’?

브랜드를 설립할 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이름을 짓는 것이다. 이름은 그 자체로 전략과 같아서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려해야 할 조건 역시 많다. 일단 발음하고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그리고 시각 및 청각적으로 좋은 자극을 줘야 한다. 이왕이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멋과 센스도 있다면 더 내실 있어 보일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브랜드 중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이름은 사실 많지 않다. 오히려 맥락이 없거나 실소가 터지는 뜻을 가진 브랜드명도 많다. 그간 쉽게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재밌는 브랜드 이름풀이. 이번에 준비한 브랜드는 총 8개다.
카시나
대한민국 스트리트 신의 ‘큰형님’ 격인 카시나는 1997년 부산에서 설립되었다. 당시 부산대 앞 작은 스케이트보드 매장으로 시작해 현재 국내 스트리트 컬처를 이끄는 카시나의 이름은 카시나 이름은 여성을 뜻하는 부산의 사투리 표현 ‘가시나’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가시나를 영문으로 적어 지금의 ‘Kasina’가 되었다. 카시나의 헤드 로고 역시 이은혁 대표 어머니의 단발머리에서 착안했다.
무인양품
1980년에 시작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은 각종 생활용품 및 가구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무인양품의 뜻은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 한 마디로 표현하면 ‘No Brand’라는 뜻이다. 무인양품은 디자인이 간결하고 실용적이며 품질이 좋다. 어떠한 표식이나 브랜드의 색깔 없이 제품의 기능 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 그 자체인 브랜드 이름부터 소비자에게 단단한 신뢰를 준다.
스튜디오 지브리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 여기에서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서 부는 열풍을 의미하는 ‘기블리’에서 따온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선풍을 일으키자’는 포부로 회사 이름을 지브리로 지었다. 그런데 왜 기블리가 아닌 지브리일까?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발음 혼동 실수에 의한 것으로, 나중에 이를 알게 됐지만 변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롤렉스
롤렉스는 브랜드가 고려해야 할 네이밍 필수 조건에 매우 충실했던 브랜드 중 하나다. 롤렉스가 원했던 조건은 하나. 다이얼에 새길 수 있을 정도로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다. 그런 목적을 갖고 시계를 뜻하는 ‘Horologe’에서 ‘Rol’을, 정교함을 뜻하는 ‘Exquisite’의 ‘Ex’를 따와 ‘Rolex’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하게 되었다.
레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 레고는 목공소에서 심심풀이로 만든 장난감이 생각 이상으로 잘 팔리자 이를 주력 사업으로 삼은 브랜드다. 레고는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의 덴마크어 ‘LEGODT’의 축약어다. 계기는 매우 간단하다. 장난감은 자고로 재밌어야 하니까 직관적으로 지은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LEGO’가 라틴어로 ‘나는 모은다’ 혹은 ‘나는 조립한다’라는 의미가 있어 유래를 착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리오
헬로 키티, 마이 멜로디, 쿠로미 등으로 유명한 산리오는 무려 4백 개가 넘는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1960년 야마나시 실크센터로 시작해 1973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한 산리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 강’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산리오의 비밀>이라는 책을 통해 츠지 신타로가 밝힌 바에 의하면, 산리오는 회사의 전신인 야마나시 실크센터의 야마나시를 음독한 ‘산리’와 감탄사 ‘오’를 합친 것이라고 한다.
노티드
도넛으로 유명한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는 국내에 꽤나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노티드는 말 그대로 매듭을 짓는다는 뜻. 이는 브랜드와 고객을 하나로 단단하게 묶어주는 의미도 있지만 제품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흥행, 그리고 대중의 사랑이 하나의 생태계처럼 연결된다는 뜻을 담은 단어이기도 하다. 노티드의 목표는 이 매듭을 풀리지 않는 강한 사슬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캐논
캐논 하면 역시 카메라다. 그 이름은 모기업의 전신인 정기광학연구소가 1933년에 첫 카메라 시제품인 ‘칸논(Kwanon)’을 출시한 이후, 1935년부터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캐논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관음’을 영어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설립자가 매우 독실한 불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캐논은 또한 기독교의 정경 혹은 교회법이라는 의미도 있어 국제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동시에 ‘규범’, ‘표준’이라는 의미도 있어 최종 채택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