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왝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정체 모를 밴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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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우탱 클랜, 에이셉 몹의 등장에 환호하고, DPR바밍 타이거의 약진을 응원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한곳에 모여 자신들의 매력을 각자의 방식으로 뽐내는 것을 보고 싶은 점이 클 것이다. 특히 한 팀 내에서 모두가 비주얼, 음악을 직접 해내며 통일감 있는 콘셉트의 작품을 낼 때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는 배가 된다.

그런 ‘새로운 집단’을 찾고 있다면 밴드 을 주목할 만하다. 네 명의 악기 연주자와 두 명의 비주얼 담당 멤버로 구성된 왝은 첫 싱글 ‘Cliché’로 포스트-펑크적 매력을 뽐냈고, 두 번째 싱글 ‘SPEED VOL. 1’에서는 레이브 문화와의 접점을 선보였다. 한남동의 한 전시장 옆 차고지에서 열린 왝의 첫 번째 공연에 수많은 사람이 몰린 순간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집단의 탄생을 상징하는 듯했다.

왝은 첫 번째 전시와 공연을 마치고 이제 자신들의 새로운 시퀀스가 담긴 EP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할 만한 집단을 찾고 있다면 이들의 앞으로를 주목해 보자. 이들이 또 하나의 ‘나만 알고 싶던 밴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Streetsnaps: 왝, 최 케이브, 장재민, 파크라이프, 액스, 현, 김성회, 밴드, 셋넷, 라픽, 이호수

왝의 구성원 소개를 부탁합니다.

최 케이브: 보컬, 신스, 베이스 등등을 맡고 있는 프런트 맨 최 케이브입니다.

장재민: 드럼을 치고, 팀의 정신적 지주를 담당하는 장재민이에요.

: 왝의 비주얼을 만들고, 영상을 도맡은 현입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본업이고요.

김성회: 비주얼 멤버, 막내, 기타 등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김성회입니다.

액스: 사진이랑 그래픽을 맡고 있어요. 팀의 유일한 ‘XX’ 염색체이기도 합니다(웃음). 원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에요.

파크라이프: 팀의 잡일을 처리하고 베이스를 치는 파크라이프입니다.

이번이 첫 인터뷰다 보니 사람들에게 공개된 정보가 많이 없더라고요. 밴드 이름은 왜 ‘왝’이에요?

최 케이브: 원래는 ‘프랭키 서비스’로 하려 했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듣더니 레트로한 카페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이름을 찾아 해멨죠. ‘왝’이랑 ‘파크라이프’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왝으로 정했어요.

: 이름이 파크라이프였으면 나는 여기 없었을 거야.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wacksomenoise죠. 그래서 노이즈 밴드인가 싶었어요.

최 케이브: 그냥 말장난이에요. ‘웹 스포츠’, ‘웹 딜리버리’ 등 다양한 걸 고민하다가 그중 가장 재치 있어 보이는 아이디를 골랐어요.

밴드는 여러 사람이 모여야 시작할 수 있죠. 왝은 어떻게 만났어요?

장재민: 최 케이브랑 파크라이프가 원래 ‘히가’라는 밴드를 하고 있어요. 저는 드럼 연주자로서 세션 활동 중이었고. 그러다 제가 세션을 해준 친구가 “네가 진짜 잘 맞을 거 같은 밴드가 있다”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었죠. 솔직히 요즘 누가 밴드를 해요. 저조차도 밴드를 하다 여러 번 엎어진 경험이 있었고요. 그래서 그냥 “들어나 볼게”라고 대답했는데, 막상 들어 보니 너무 반짝이더라고요.

음악 하는 멤버들은 그렇게 모일 수 있겠죠. 그런데 비주얼 멤버는 또 다른 과정을 거쳤을 거 같은데요.

김성회: 그게 또 복잡해요. 사실 멤버들끼리 모이기 전부터 각자 관계가 있었어요. 저랑 현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만났죠.

: 촬영 감독을 하는 친구랑 같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갔는데 거기에 김성회가 있었어요. 그렇게 다 같이 놀다가 취향 공유도 하고, 느낌도 잘 맞아서 같이 살게 됐죠. 그 이후 저희가 자주 가는 공간인 ‘셋넷’ 안에서 또 관계가 생기면서 놀았어요. 예전의 저는 유행하는 힙합 듣고 그냥 음악을 가볍게 즐기는 정도였는데, 셋넷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로 테크노도 듣게 되고, 여러 장르를 깊게 파게 됐어요.

최 케이브: 사실 요즘 시대에 ‘음악’만 할 수는 없거든요. 여러 가지 비주얼 요소도 많이 필요해요. 아티스트끼리 협업도 중요하고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마침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액스도 왝 이전부터도 제 앨범 아트워크를 만들어 주는 친구고요. 현은 아까 말했듯이 셋넷에서 처음 만났어요. 놀러 갔는데 너무 영민하고 잘하는 친구가 있길래 같이 하면 좋겠다 싶었죠.

액스와 현, 두 사람이 비주얼을 함께 담당하고 있는 거네요. 둘의 성향은 어떻게 달라요?

파크라이프: 액스는 작가적인 성향이 강하고, 현은 좀 더 상업적인 콘텐츠를 잘 만들어요. 밸런스가 좋죠.

#Streetsnaps: 왝, 최 케이브, 장재민, 파크라이프, 액스, 현, 김성회, 밴드, 셋넷, 라픽, 이호수

아까 잠깐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사실 요즘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흔치 않잖아요. 그런데 왜 밴드였어요?

최 케이브: 망했죠, 뭐(웃음).

김성회: 음악은 같이 해야 재밌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이 느낄 거예요. 사람들이랑 함께 만들고 듣는 거랑 혼자 하는 거랑 정말 많이 달라요.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아서 음악을 만들면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그 밴드의 이미지가 생각나는 작품이 탄생한단 말이에요. 요즘 음악 시장은 소규모로 집에서 혼자 만드는 게 대다수잖아요. 저희가 듣기에는 혼자 만들었다는 게 티가 많이 나요. 좀 지루하기도 하고요. 근데 밴드로 하면 합에서 나오는 즐거움이 있죠.

최 케이브: 예전에는 파크라이프랑 엄청 좋은 음악을 들었는데 혼자 만들었다고 쓰여있으면 “와, 이걸 혼자서 다 만들었다고? 미쳤다” 이랬는데, 밴드를 하고 나서부터는 다 같이 만든 음악을 듣고 “이걸 여섯 명이서 만들었다고? 합을 맞췄어?” 그런 대화를 나눠요. 같이 음악을 만들기는 진짜 힘들지만, 그만큼 다 끝났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과 에너지가 분명히 있어요.

밴드를 하다 보면 음악적으로 충돌도 있을 거 같은데요.

장재민: 앞으로 그런 일이 많이 생길 거 같은데 아직까지는 없어요.

최 케이브: 지금은 저희가 집중해서 바라봐야 하는 첫 골이 있잖아요. 그 골을 넣을 때까지 서로 양보하면서 작업했어요. 앞으로 충돌이 많아질 거라는 얘기는 동의해요. 앞으로 각자 본성이 나올 거고,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방향이 다 달라질 테니까요.

김성회: 대판 싸우지는 않았는데 약간 의견 충돌은 있었죠. 특히 작업할 때요. 그래도 발매할 곡이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를 처리하느라 바쁘니까, 어떻게 하면 다음 앨범을 좋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누지 못했죠.

왝의 ‘첫 골’은 뭐예요?

최 케이브: 지금까지 발매된 ‘Cliché’랑 ‘SPEED VOL. 1’은 드럼을 장재민이 녹음하고, 성회가 기타로 인트로를 열고 이런 식으로 만들었지, 다 같이 작곡부터 참여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곡들을 빨리 내고 같이 만들며 합을 맞추는 게 목표였던 거 같아요. 각자 감도를 맞추고 음악 공유도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거죠.

앞서 발매한 두 곡은 색이 많이 다르죠. 한 곡은 포스트-펑크, 하나는 테크노 혹은 애시드 하우스에 가까워요. 왝이 목표하는 ‘골’ 중에 특정 장르는 없나 봐요.

파크라이프: 재미있으면 다 하려 해요. 시대적으로도 특정 장르나 색깔에 갇히지 않는 방향이 더 재밌는 거 같고요. 저희가 재밌어하고 시작하고 싶으면 그쪽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각자 좋아하는 음악도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아요.

앨범 아트워크에서는 어떤 걸 표현하려고 하나요?

액스: 제가 만든 ‘SPEED VOL. 1’의 아트워크를 예로 들면요. 원래 틀니를 활용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껌에서 모티브를 얻었거든요. 왝의 멤버들을 보면 발랄하고 통통 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느낌을 갖고 있는 상업적인 식품을 떠올리다 보니 껌이나 라벨지가 생각났어요. 그렇게 핑크색 풍선껌을 초안으로 잡았죠. 그런데 제가 생각을 엄청 하다가 마지막에 확 결정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정보나 아이디어를 막 쌓다가 갑자기 ‘껌, 껌은 뭐로 씹지? 이빨로 씹지. 근데 이빨을 어떻게 찍지? 플라스틱 모형으로 만들자’ 같은 식으로 발전됐어요. 그러다 틀니를 직접 사서 사진을 찍고, CD에 프린팅까지 하는 식으로 완성한 거죠.

밴드는 자연스레 한두 명이 도드라지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브레이크나 솔로 등으로 시선을 나누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왝의 음악을 들으며 멤버별 분배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 케이브: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이에요. 보컬을 두드러지게 하면 틀이 생기잖아요. 곡마다 항상 같은 위치와 크기의 목소리가 있으면, 나머지 부분에도 한계가 찾아온다고 봐요. 그건 왝의 방식이 아니에요. 음악 안에서 다 비슷한 분량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보컬로 말을 많이 하면 좋지만, 그보다는 보컬을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한다거나 저희의 태도를 보여주는 용도로 쓰는 게 재밌어요. 그래서 적정 비율을 가지고 곡을 완성하는 거죠.

‘SPEED VOL. 1’의 크레딧을 보니 마스터링을 K.O.P. 32에게 맡겼더라고요. 팀 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려는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필요한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리기도 하는군요.

파크라이프: 전 K.O.P. 32가 누군지도 몰라요. 그냥 저희가 잘하는 거에 집중하고, 못하는 건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거죠.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잘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이렇게 접점을 늘려가는 게 왝에도 도움이 되고, 재미도 있어요.

#Streetsnaps: 왝, 최 케이브, 장재민, 파크라이프, 액스, 현, 김성회, 밴드, 셋넷, 라픽, 이호수

왝은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요?

김성회: 누가 재밌는 아이디어를 내면 거기에 다 같이 붙어요. 예를 들면 엄청 좋은 스노보드 비디오를 누가 봤어요. 그럼 그거 틀어놓고 잼을 시작해요.

최 케이브: 김성회의 폭발적인 기타에서 에너지를 얻어서 뛰어들 때도 있고요. 장재민의 드럼에서, 파크라이프의 베이스에서 시작할 때도 있어요. 시작점은 다 달라요. 누군가 한 명이 공을 치면 그 에너지가 왔다갔다 하며 만드는 거죠.

김성회: 요즘에는 잼 하면서 만드는 게 더 재밌어요.

왝의 잼 방식도 궁금해지네요.

장재민: 저희 작업 방식이 컴퓨터 앞에서 하는 쪽에서 다 같이 에너지를 만드는 밴드 포맷으로 전환됐거든요. 밴드는 연주를 통해 쾌감을 느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돼요. 저희가 재밌어야 하는데 컴퓨터 앞에만 있으면 지치거든요. 이게 음악이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연주를 주고받는 지금의 단계에 들어선 순간부터 기운이 바뀐 느낌을 받아요. 컴퓨터 앞에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라고 하기보다 막 던지면서 곡을 만드는 게 쾌감이 더 커요. 연주자로서 정말 기분이 좋죠. 진짜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나 싶어요.

방금 말한 ‘단계’의 전후를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곡들이 있나요?

최 케이브: 지금까지 만든 데모는 다 컴퓨터 앞에서 만든 곡들인데요. 같은 곡을 합주실에서 똑같이 연주를 하고 있으니까 또 달라질 거예요. 새로 나올 곡들을 기대해 주세요.

김성회: 두 스타일의 중간 지점을 잘 찾는 게 저희 일인 거 같아요. 저희가 어쿠스틱한 악기를 들고 라이브 연주를 하지만, 잘 살펴보면 최 케이브가 샘플러를 활용해 댄스 음악의 요소를 더하기도 하고, 장재민도 드럼 대신 드럼 머신을 운용하기도 하거든요. 댄스 음악과 록 음악 양쪽에 발을 걸치고 모두가 레이브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고 싶어요.

파크라이프: 음악할 때 제일 재밌는 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라서, 앞으로 어떤 음악이 나올 지는 저희도 몰라요.

닮고 싶은 과거의 밴드가 있어요?

파크라이프: 제2의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스타일을 전달하려면 예전 아티스트를 언급하는 방법이 가장 쉽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김성회: 동시에 딱히 다른 밴드랑 다르게 보이고 싶단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희는 그냥 달랐어요.

어떤 지점에서요?

김성회: 저희가 좋아하는 취향이 애초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결과 많이 달라요.

: 제가 친구가 별로 없어요. 근데 왝이랑 친구를 하게 된 이유가 뭐냐면, 이 사람들이 예술을 감상하는 감도가 장난 아니에요. 큐레이션 해주는 것도 너무 재밌고요. 저희는 그냥 최근 한국 밴드들이 보여주려 하는 태도나 콘셉트를 안 좋아해요. 재미없어요. 왝은 차갑고, 시크하고, ‘너희가 뭘 하든 우리는 재밌으면 됐어’ 같은 느낌이에요.

비주얼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어때요?

액스: 밴드가 제2의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저도 비주얼을 만들 때 레퍼런스를 안 둬요. 제가 상업 작업 등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사람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표현할 때 다 레퍼런스를 찾고 그걸 PPT로 가져와요. 저는 그게 안 되거든요. 어떤 작품을 바탕으로 무드 보드를 만들고 그런 걸 못해요. 근데 왝의 비주얼을 만들 때는 음악 들으면 이미지가 그냥 나와요. 얘네가 저를 그렇게 만드는 거죠.

최근 발매된 ‘Tunnel Baby’의 아트워크는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액스: 듣자마자 어떤 사람이 다리미 위에서 서핑하듯이 춤을 추는 게 바로 생각났어요. 되게 발랄한 어린 꼬마 아이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서핑을 하는 거죠. 그 이야기를 애들한테 말하니까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전반적으로 멤버들에게 발랄함, 어린아이의 장난스러움 같은 인상을 많이 받나 봐요.

액스: 제 기준에서 왝은 유쾌함을 잘 표현하는 거 같아요. 파크라이프와 최 케이브랑 같이 작업했던 히가는 조금 더 무겁고 진지한 계열의 음악이다 보니 시각적으로 흑백을 많이 사용했거든요. 저는 심지어 흑백 베이스로 많이 촬영하는 사람이고요. 그런데 왝을 통해 컬러를 계속 선보인다는 건, 얘네들이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을 준다는 거 아닐까요?

통통 튀면서 차갑고 시크하려면 고민이 많겠는데요.

: 그렇죠. 어린아이 같은 느낌은 멤버들이 즐기고 있는 순수함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사실 단순하게 차갑고 시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비주얼 아티스트와 음악가가 교류하며 나오는 접점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거 같아요.

왝이 바라보는 최근 한국 음악 시장은 어때요?

장재민: 재미없어요. 다 서로 따라 하기 바쁘고요. 독창적인 걸 하려는 시도도 많지만, 그 안에서 설득력을 못 찾겠어요. 재미없고, 유치하고.

김성회: 저는 오히려 재밌어요. 한국 음악 신은 저희가 다 장악을 할 거고요. 그 과정이 재밌을 거예요. 대한민국을 뒤집어버릴 생각을 하면 너무 재밌어요. 다른 사람들은 대체 뭐 하나요?

: 저는 한국 음악 신에서 뮤직비디오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찍고, 어느 정도 메이저 작품도 손을 대고 있잖아요. 제 입장에서 ‘이지 머니’에요. 제 배를 불려주고 있어요.

김성회: 조금 더 진지하게 말하자면, 약간 중립적인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음악을 만드는 툴이나 장비들이 너무 좋아져서 이제는 방구석에서 노트북으로 혼자 음악을 만들 수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예전에 음악 하던 사람들이 했던 노력을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게 시대적 변화라면 ‘재미없다’라고 느끼는 게 ‘꼰대’같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제 음악이 진보적이지 않을 거 같고요. 그래서 좀 중립적이에요.

최 케이브: 장재민이나 김성회는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쭉 배우면서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지만, 저는 없었거든요. 맨땅에서 팬티 한 장만 입고 음악 한 거랑 똑같아요. 그러다 재즈 기타를 치다 전자음악으로 넘어갔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요. 그 사람은 영국에서 활동을 했는데, 그쪽에는 ‘신’이라고 부를 게 있더라고요. 사람들끼리 모여 정보 공유도 하는 그런 공간이 있는 게 되게 중요해 보였어요. 서울에는 음악적으로 그런 곳이 활성화가 잘 안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플레이어도 적고, 음악을 들을 사람도 적은 거죠. 가끔 아찔해요.

아까 이야기가 나왔던 ‘셋넷’이 왝에게 그런 공간인 거 같은데요.

김성회: 문화의 집합소. 우리의 청춘. 사랑. 철학.

최 케이브: 이호수와 라픽 감독이 2021년에 차린 작업실이에요. 저희가 계속 집에서만 음악을 만들다 보니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고요. 음악과 관련되어 있는 혹은 관련되지 않은 사람도요. 그래서 셋넷 스튜디오 지하로 침투했죠. 거기가 원래 예전 볼레로 운영하던 자리거든요. 그 히스토리도 너무 좋아요.

: ‘세팅 앤 네트워크’라는 뜻이고요. 라픽, 이호수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주변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됐고요. 점점 커지면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 작업도 하고, 그 안에서 파티도 하는 그런 커뮤니티에요. 한국에서는 기존에 못 봤던 형식이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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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의 EP가 5월에 나오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최 케이브: 저희가 음악을 만들 때 상상을 정말 많이 해요. 음악이 거리가 젖어 있는 배경인지, 비가 오고 있는지, 비가 왔고 바닥만 젖어 있는지, 지금은 비가 안 오는지 등을 생각해요. 이런 상상들을 보여주는 것에 많이 집중한 그런 EP가 되지 않을까 상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셋넷에 놀러 오는 사람들과 좋은 협업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영상도, 음악도 즐기기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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