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6억 원 거북선이 1백54만 원에 낙찰됐다

경상남도와 거제시가 이순신 기념사업 일환으로 제작한 1백20t 규모 거북선이 1백54만5천3백80원에 낙찰됐다. 거북선은 2010년 승선 체험 등 관광 목적으로 16억 원 예산을 들여 제작했으나,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는 등 불량 요소가 발견돼 수년째 방치됐다. 배는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제작 업체가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쓰겠다는 계약을 어기고 외국산 목재를 80% 넘게 쓴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거제시는 30일, 지난 2월 1억1천7백50만 원에 거북선 공매를 추진했으나 7차례 연속 유찰됐다. 지난 16일 진행된 8번째 입찰에서 문화재 관련 박사 학위 소유자가 1백54만5천3백80원에 낙찰, 26일 매매 계약서에 최종 서명하고 잔금을 치렀다.

낙찰자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거북선을 직접 보니 마치 우리 민족 고난의 모습, 핍박받았던 이순신의 심장 같았다”라며 “폐기 처분될 것 같아 고민 끝에 입찰했다. 낙찰가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는데 다르게 주목받는 것 같아 속상하다”라고 밝혔다. 낙찰자는 금액을 충무공 이순신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서 따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북선을 청소년 및 학생을 위한 체험학습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거북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데에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거북선의 크기 때문에 육상 이송이 쉽지 않고, 부식·파손 상태가 심각한 점이 이유로 꼽혔다. 해체하고 이송해 다시 조립하는 데에는 1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 낙찰자 부담이다.

거제시는 낙찰자가 계약 후 30일이 되는 6월 25일까지 거북선을 인수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와 함께 폐기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낙찰자는 운반 방법을 찾고 있으며, 옮길 장소 또한 멀지 않은 곳으로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