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젊은 패션 브랜드들 1: 24T, 아이시토, 르수기아뜰리에, 지미

서울에서 가장 젊고 개성 강한 브랜드를 전개하는 디렉터들을 만났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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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도쿄 등 패션으로 유명한 도시 목록에 최근 서울이 합류하고 있다. 케이팝틱톡을 비롯한 SNS가 패션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편집숍부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숍까지 다양한 곳에서 한국 브랜드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유명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줄지어 한국에 새로운 스토어를 개점하는 점 또한 우연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흐르는 서울에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젊은 브랜드가 많다. 이들은 각자가 사랑하는 문화 혹은 소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낸다. 누군가는 옷에 웃음과 행복을 담고, 어떤 사람은 전투적으로 도전하는 삶을 녹여낸다. 이렇게 각기 다른 서울의 젊은 브랜드의 디렉터, 대표를 만나 자신이 전개 중인 브랜드에 대해 물었다.

24T

24T는 2021년 6월 론칭한 패션 브랜드다. 평범한 일상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제작한다. 의류는 물론 룸 스프레이와 향초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선보인 바 있으며, 제품만큼이나 24T만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또한 브랜드 디렉터 하보미의 취향과 영감에 따라 매 시즌 남다른 기획을 선보인다. 작년에는 여고생부터 전문 모델, 뮤지션, 중년 남성 등 열두 명의 인물을 모아 떠나간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자필로 받고 그들이 모델로 함께한 캠페인 ‘Dear My X’를 선보였고, 지난 3월에는 미국의 유명 포토그래퍼 샌디킴과 함께 LA 서브컬처 기반의 화보를 기획했다. 24T의 슬로건은 “How’s your day?”다. 오늘의 안부를 묻는 가볍지만 따듯한 슬로건처럼 더 나은 내일을 그린다.

하보미 24T 디렉터

“24T는 하루를 뜻하는 숫자 24와 Time, Travel, Theme 등 제가 좋아하는 단어의 앞 글자 T를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24T의 디렉터 하보미는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브랜드에 담는다. “‘하루’에는 다양한 일이 벌어지잖아요. 밥도 먹고, 친구도 만나고, 음악도 듣고, 일도 하죠. 오늘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영감이 되기도 해요.” 하보미의 이런 생각은 제품에도 담긴다. 귀여운 그래픽, 키치한 매력이 돋보이는 디자인은 거창하기보다 그런 일상적 하루에 더 가깝다.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제가 24T를 전개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원단과 마감을 비롯한 제품의 함량이거든요. 24T의 모든 제품의 라벨에 태극기를 넣고 있는데, 어느 나라에서 판매되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또한 하보미는 한 계절 입고 마는 게 아닌, 수집하고 싶을 만큼 가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클래식’으로 꼽히는 할리 데이비슨의 바이커 재킷을 오마주한 제품을 만든 적 있어요. 할리 데이비슨은 남성적인 매력이 더 강한 브랜드인데, 24T만의 키치한 매력을 더해 여성용 재킷으로 완성했죠. 작년에는 ‘Dear My X’라는 컬렉션을 제작했는데, 여고생부터 전문 모델, 뮤지션, 중년 남성 등 열두 명의 모델을 기용했고 그들의 떠나간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자필로 받아 우체통에 넣는 장면 등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어요. 24T는 단순히 미학에만 집중하는 게 아닌, 남다른 기획으로 브랜드 히스토리를 만드는 브랜드에요.” 하보미가 24T로 이루고 싶은 건 뭘까? “이 브랜드와 함께하는 모두가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자신을 사랑하고, 주어진 매일에 감사하는 삶을 원하거든요. 제 취향과 영감이 브랜드의 제품 및 컬렉션이 되기도 하는 만큼 더 사랑받고, 더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 하보미는 24T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아이시토

아이시토는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컬렉션을 전개했다. 브랜드의 이름은 디렉터 노상민이 과거 운영하던 편집숍 시토키닌에서 비롯됐다. 밀리터리 룩에서 모티브를 얻은 견고하면서도 실용성 넘치는 아이템들은 소셜 플랫폼에서 많은 마니아를 모았다. 거친 느낌의 워싱 디자인, 레이어링을 활용한 독특한 스타일링 또한 아이시토의 매력이다. 앞서 언급한 특징들로 인해 노상민 디렉터가 만드는 옷을 일상복으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점을 브랜드의 매력으로 꼽으며, 도전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상민은 아이시토를 옷만 파는 브랜드가 아닌, 도전적인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만드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길 꿈꾼다.

노상민 아이시토 대표

아이시토의 제품은 견고한 실루엣과 도전적인 디자인 요소를 더한 스타일을 지향한다. “밀리터리 의복의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는 편이에요. 소재 자체도 터프하게 구김이 생기거나, 거칠고 단단한 느낌을 많이 사용하고요. ‘고시감’이 있다고 하죠.” 도전적인 디테일은 노상민의 집념과 취향에서 비롯됐다. “레이어링을 좋아해요. 소재와 소재가 겹치거나, 옷을 여러 겹 입었을 때 투박한 모양이 나올 수 있게 처음부터 디자인하는 식이죠.” 고집이 느껴지는 디자인과 반대로 그의 브랜드는 트렌드를 중요시한다. “동시대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저희 기준에만 멋진 옷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물론 잘 팔릴 만한 옷만 만들겠다는 건 아니다. “제가 아이시토를 처음 만들 때 생각한 슬로건은 ‘위험하게 살아라’였어요. 멋있게 싸우고, 전투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일상의 전투복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아이시토의 그런 방침은 곧 노상민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는 대로 그냥 살자는 태도를 가지고 오래 살았었는데, 삶의 방향과 목적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가 생각하다가 치열하며 과감하고, 진짜 내가 원하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삶을 선택했어요.” 그렇다면 노상민이 생각하는 아이시토는 어떤 브랜드일까? “일상과 파티를 넘나들 수 있는 스타일을 제시한다고 생각해요. 앞서나가기보다는 일상에서 편하게 입으면서 특별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브랜드. 사실 아이시토의 시작은 여성복이었는데, 올가을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에요.”

르수기아뜰리에

2019년 2월 론칭한 수기가 시작이다. 2021년 6월 르수기아뜰리에로 이름을 바꾸며 브랜드를 새롭게 다듬었다. 브랜드 디렉터 김진숙의 개인 브랜드에서 그와 함께하는 팀원들까지 대표하는 곳으로 바뀐 셈이다. 르수기아뜰리에는 테일러링과 캐주얼의 혼합을 지향한다. 멋지게 차려입고 출근한 커리어 우먼이 그 모습 그대로 파티나 약속 장소로 나갈 수 있는 옷을 만든다. 2023 프리폴 시즌의 제목을 ‘나인 투 나이트’로 짓고, 사무복과 스트리트웨어의 매력이 혼용된 아이템을 선보인 맥락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목표라고 말한 르수기아뜰리에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남성복을 론칭하며 목표를 향해 한발 더 나아갔다.

김진숙 르수기아뜰리에 대표

직역하면 ‘숙이의 작업실’이라는 뜻처럼, 김진숙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운영한다. “르수기아뜰리에를 소개할 때, 믹스매치가 특징인 브랜드라고 소개해요. 재킷이나 수트처럼 테일러링에 가까운 옷도, 웨어러블한 아이템도 같이 만들거든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재킷을 향한 애정이 크다. “섹시함은 옷이 야하거나, 살이 많이 드러나는 데서 오는 게 아니에요. 능력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섹시하죠. 그런 사람들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 재킷이고요.” 그렇다면 김진숙이 생각하는 ‘멋진 재킷’은 무엇일까? 이 또한 능력과 자신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버사이즈 재킷이 저희 시그니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할 땐 어느 정도 편안함과 기능성이 중요하잖아요. 오버사이즈 재킷은 두 가지 모두 충족하는 것 같아요.” 편안함에 대한 김진숙의 시선은 독특한 제품 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첫 시즌 때부터 지금까지 10시즌 넘게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라인이 있어요. 그 라인은 아버지의 러닝셔츠에서 따왔고요. 지금 보니 저희의 여러 컷아웃 디테일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주요한 요소가 됐더라고요.” 이처럼 김진숙은 주로 주변에서 영감을 얻는다. “두 번째 시즌은 친구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최근에는 일상생활 속 SNS에 피로감을 느껴서 ‘스마트폰 그만 보고, 밖에 나가서 좀 놀아라’라는 콘셉트로 스포츠웨어를 컬렉션에 섞었죠. 시즌마다 이런 이야기를 담게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아닌, 브랜드 운영자 김진숙의 목표는 무엇일까?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싶어요. 저희 팀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고, 함께 성장하고 싶거든요. 생산 효율성을 높이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해요. 그리고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어요.”

지미

지미는 변지웅 디렉터가 2022년 4월 론칭한 독특한 패션 브랜드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명 @jimimicry를 생체모방을 뜻하는 단어 ‘biomimicry’에서 따온 것처럼, 지미의 제품은 주로 자연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채집한다. 실제로 지미의 드레스는 나방의 날개와 더듬이를 닮았으며, 푸퍼 베스트의 후드엔 토끼의 귀를 닮은 디테일이 늘어뜨러져 있다. 한편 푸퍼 디테일을 활용한 ‘냅 백’과 라인스톤 디테일이 달린 ‘웨트 햇’ 등 보다 웨어러블한 아이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미의 강점은 일상복을 넘어서 남다른 판타지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그가 바라본 자연과, 자기 자신의 모습을 오가며 구체화된다.

변지웅 지미 대표

“학창 시절 생물 수업에서 벨크로 소재가 특정 식물의 모습을 생체모방해 탄생했다는 걸 배웠어요. 그걸 보고 생체모방을 뜻하는 ‘바이오미미크리’에 제 영어 이름인 지미를 결합해 브랜드명을 구상했어요. 다만 단어가 생소하다 보니 최종적으론 그냥 지미가 됐죠.” 지미의 디렉터, 변지웅이 말했다. 그렇다면 지미는 무엇을 모방할까? “지미의 제품은 저를 모방한 옷이에요. 저는 과장되고, 화려하고, 색다른 걸 좋아하거든요.” 지미의 디자인은 화려하지만,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도 했다. “드레스는 나방의 형태에서 착안했고, 사람들에게 지미를 알린 토끼 귀 푸퍼 헤드피스는 이름처럼 토끼 귀의 형태에서 따왔어요. 그 밖에 꽃이나 해양생물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요. 자연에선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형태와 색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변지웅은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저만의 색으로 화려하게 풀어낸다. 이는 그의 브랜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재미와 신선함이 가장 중요해요. 지미의 제품이 착장의 포인트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실제로 푸퍼 소재 디테일을 보고 지미의 제품이라는 걸 알아봐 주는 사람도 생겼어요.” 하지만 창작이란 쉽지 않은 것이고, 지미는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밤낮없이 골몰한다. “기상천외한 디자인을 하고 싶지만, 그걸 판매를 위한 제품에 적용하려면 덜어내야 할 게 많더라고요. 라인스톤 비즈가 박힌 ‘웻 햇’도 원래 비즈를 모자 전체를 덮을 정도로 빼곡하게 박으려고 했어요. 결국 생산 효율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합의한 디자인이 됐고요.” 패션이란 의복의 기능뿐 아니라 디자이너가 상상한 판타지를 구현하는 일이고, 지미의 자연과 맞닿은 상상력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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