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브 탄주 & 가레스 스큐이스 인터뷰: 서울에 들어선 팔라스의 네 번째 매장

이들이 슈프림을 디스한 이유부터 팔라스가 꼽은 한국 최고의 스케이트 스팟까지.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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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국에서 창립된 팔라스. 스투시, 슈프림 등 비교 대상이 되곤 하는 브랜드보다 역사도 짧고, 뿌리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 팔라스는 런던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케이트웨어 브랜드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영향력은 스케이트 신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셀러브리티가 팔라스의 옷을 즐겨 입는 것은 물론, 살로몬이 스트리트 패션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해당 브랜드의 신발이 팔라스 룩북에 등장하면서부터라는 추측도 있을 정도다.

또한 그런 영향력과 별개로, 팔라스는 팔라스와 그 주변 자체로 재미있는 브랜드다. 창립자인 레브 탄주의 개인 인스타그램은 그가 길에서 본 강아지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고,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의 제품 설명란엔 정체 모를 넋두리가 실제 제품에 대한 정보만큼이나 많다. 스케이트보드와 접점이 많지 않아 보이는 기능성 소재 의류에 대한 집착은 덤.

그런 팔라스가 영국, 미국, 그리고 일본에 이어 서울 압구정에 매장을 열었다. 비록 순서로는 첫 번째가 아니지만, 규모만큼으로는 1등이다. 4백68 제곱미터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 맞게, 매장은 시원시원하게 디자인됐다. 외관은 직선적인 형태의 흰색 벽처럼 디자인됐다. 이를 장식하는 것은 두 개의 통창과 입체적인 ‘PALACE’ 간판이 전부다. 큼직한 트라이퍼그 로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른 매장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한편, 매장 안에 들어서면 미니멀한 외관과는 상반되는 디자인이 눈을 사로잡는다. 먼저 입구는 바닥의 ‘P’ 로고 형태의 스크린과 각종 스케이트보드 덱이 걸린 거울 벽면으로 장식됐다. 이어서 좌측 벽면은 한국의 전통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중심엔 옥색 대리석 벤치와 대형 디스플레이가, 가장자리엔 초석과 목재 기둥으로 이루어진 행거가 자리했다. 또한 곳곳엔 초록색 창호가 배치되어 포인트도 확실히 챙겼다. 그 밖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산대, 그리고 그 옆의 액세서리 진열장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이어서 2층엔 팔라스의 아카이브에서 착안한 거대한 불독 마스코트의 동상이 들어섰다. 해당 동상은 유로 사인이 적힌 티셔츠와 축구공 등, 평소 팔라스 출시 목록을 챙겨 봤다면 익숙할 모습으로 제작됐다. 거기에 셔츠 등판에 손흥민의 등번호인 ‘7’을 적고, 한 손엔 한국 맥주캔을 쥐여줘 한국의 지역 특색을 최대한 살렸다. 끝으로 2층엔 갈라진 형태의 트라이퍼그 로고 벤치, 그리고 더 많은 의류 행거 등이 배치됐다.

서울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창립자 레브 탄주, 그리고 브랜드 초창기 핵심 조력자로 활약한 공동 창립자 가레스 스큐이스가 한국을 찾았다. 레브 탄주가 팔라스를 창립한 지도 어언 15년이 지난 지금, 이들에게 팔라스가 서울에서 써 내려갈 새로운 챕터에 관해 물었다. 매장 오픈 기념 파티를 앞둔 이들은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레브 탄주와 루시엔 클라크를 비롯한 팔라스의 주요 인물이 매장 오픈 기념 애프터 파티를 빛냈다.

서울 스토어 오픈 티저 영상으로 닭갈비를 굽는 영상을 올렸다. 같이 먹었나?

레브 탄주: 그렇다. 티저 영상은 꼭 식당에서 찍고 싶었다. 그래서 닭갈비집에 갔는데 정말 맛있었다. 

영국, 미국, 일본 다음의 행선지로 한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

레브 탄주: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일 텐데, 처음 왔을 때부터 한국의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한국인들이 밤에 노는 방식이 영국과 매우 닮아있다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 매장을 오픈하기로 결정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매장 위치는 슈프림노아, 스투시를 비롯한 브랜드의 매장과 멀지 않은 압구정이다. 경쟁과 시너지 창출 중 무엇을 의도했나? 

레브 탄주: 경쟁은 확실히 아니다. 단순히 우리가 좋아하는 곳에 매장을 차린 것이다. 당장 팔라스 런던 스토어도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스트 런던이 아닌 소호의 브루어 스트리트에 차렸다. 우리가 늘 소호에서 노는 것도 있고, 그곳이 많은 사람들과 브랜드들의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경우에도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도산 공원에 가는 걸 좋아하고, 여기서 쇼핑도 많이 한다. 

가레스 스큐이스: 만약 도산 공원 근처에 있는 C.P. 컴퍼니 매장에서 나와 크롬 하츠 매장으로 간다고 하면, 무조건 이 거리를 지날 수밖에 없다. 늘 내가 아는 두 장소의 중간 지점이 최고의 위치다. 쇼핑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만드는 셈이거든.

레브 탄주 & 가레스 스큐이스 인터뷰: 서울에 들어선 팔라스의 네 번째 매장, 팔라스 서울

많은 스케이트 팀이 서울에서 스케이트 필름을 촬영하는 추세다. 체류하는 동안 팔라스 팀의 스케이트 필름도 찍고 있나?

레브 탄주: 며칠 전에도 상가 건물에서 찍은 짧은 스케이트 영상을 올렸고, 앞으로도 더 찍을 계획이다. 서울엔 좋은 스케이트 스팟이 많은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것은 매장 확장의 재밌는 점 중 하나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스케이트 스팟을 꼽자면?

레브 탄주: 여기서 40분 거리에 있는 수내역이라는 곳. 상가 쪽이 최고다.

휴대전화로 처음 스케이트 필름을 찍기 시작해, 지금도 스케이트 필름에서만큼은 VHS 스타일의 영상을 고수하고 있다. 빈티지한 질감의 영상에선 어떤 색다른 매력을 느끼나?

레브 탄주: 모토롤라 휴대전화로 찍다가 VHS 캠코더로 바꿨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땐 카메라가 지금보다 훨씬 비쌌고, 난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하루는 스케이트 필름을 찍고 왔더니 친구가 영상을 보고 “와 이런 오래된 자료는 어디서 구했어”라고 감탄하더라. 불과 네 시간 전에 찍은 건데 말이지. 그 말을 듣고 이런 질감의 영상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VHS 스타일 영상엔 오직 형태와 움직임만 잡힌다는 게 좋다. 보는 사람들이 온전히 스케이트보딩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가레스 스큐이스: 내가 한창 스케이트를 타던 시절엔 모든 영상이 VHS였는데, 지금의 환경에서 스케이트 필름을 예전의 방식으로 찍는다는 점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한편, 스토어 오픈을 기념하는 서울 익스클루시브 캡슐에 관해 설명한다면?

레브 탄주: 역사적인 호랑이 모양 한국 지도가 마음에 들어서 많은 제품에 호랑이 그래픽을 넣었다. 스트리트웨어라는 범주 안에서 타이거 카무플라주 패턴이 중요한 점도 있고. 그리고 티셔츠엔 ‘PALACE’ 대신 ‘팔라스’를 한글로 적었고, 바시티 재킷엔 브랜드의 마스코트인 불독을 넣었다. 스케이트보드 덱도 마음에 들어서 내 몸에 맞는 특대형 덱도 따로 제작했다.

제품에 적힌 한글 서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레브 탄주: 그래도 난 지금 디자인이 좋다. 한글 레터링이 적힌 티셔츠의 경우, 마지막 철자가 트라이퍼그 로고를 연상케 하는 점도 ‘쿨’해 보인다.

호랑이 패턴 외에 경복궁 등 한국의 고성, ‘팔라스’에서 착안한 그래픽을 기대해 보기도 했는데.

레브 탄주: 매장 전반에 한국 전통 건축물의 요소를 적용하긴 했다. 한국적인 요소를 최대한 많이 녹여 넣고 싶었거든. 트라이퍼그 로고에 한글을 적은 이유도 비슷하다. 우리 로고를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적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감한 도전이었다.

가레스 스큐이스: 미학적으로 우리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모습인 만큼, 한국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오마주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매장 2층에 들어선 불독 캐릭터 동상도 눈에 띈다.

레브 탄주: 우리가 어디를 가든 함께 데리고 다니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사용한 브리티시 불독 마스코트다. 셔츠에 유로 사인이 적혀있는 게 특징이지. 또 지역 특색을 살려 한국 맥주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했고, 등판엔 손흥민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그의 등번호인 ‘7’을 적었다.

과거 일본에 매장을 연 이후 지역 특색을 살려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과 협업한 바 있는데, 협업하고 싶은 한국 브랜드도 있나? 

레브 탄주: 무조건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쇼핑을 정말 많이 하는데, 엄청난 라이더 재킷을 만드는 곳도 있고, 아우터웨어를 잘 만드는 브랜드도 있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인지는 아직 비밀이다.

불친절하면서도 위트 있는 제품 설명도 팔라스만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한국 소비자들도 이런 말맛을 경험해 볼 수 있을까?

레브 탄주: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제품 설명 대부분은 영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어 농담은 할 줄 모르거든(웃음). 난 지금도 모든 제품 설명을 직접 쓴다. 그리고 보통 제품 설명엔 내가 당시 머무는 공간과 먹은 음식이 녹아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장 어젯밤에도 고깃집에서 내가 먹은 고기에 대한 내용을 제품 설명에 적었다.

마침 최근 제품 설명란에서 슈프림을 디스한 것도 화제가 됐다.

레브 탄주: 그 설명 한 줄이 그렇게 많은 매체에서 대서특필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난 내가 그런 설명을 썼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농담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역대 팔라스 제품 설명만을 모아둔 아카이브 북만 봐도 팔라스가 지금까지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조롱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지.

가레스 스큐이스: 우리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다. 그런 짓궂은 농담도 우리의 유산 중 하나다.

레브 탄주 & 가레스 스큐이스 인터뷰: 서울에 들어선 팔라스의 네 번째 매장, 팔라스 서울

그럼 지금 팔라스의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레브 탄주: 경쟁자는 없다. 요즘 웬만한 아이템은 모든 브랜드에서 다 만든다. 우리가 출시하는 기능성 재킷만 해도 대형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물론, 프라다 같은 럭셔리 하우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나는 모든 브랜드를 사랑한다. 다른 브랜드에도 우리 친구들이 쫙 깔린걸. 그러니 팔라스는 그저 팔라스만의 것을 할 뿐이다. 원하는 걸 만들고, 친구들을 고용하고, 거대한 불독 동상이 있는 매장을 세우면서. 마치 꿈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가레스 스큐이스: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건 레브와 나로부터 비롯됐다.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자면, 모든 제품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팔라스는 하나의 가족 경영 기업 같다.

팔라스는 한국에서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나?

레브 탄주: 그저 우리가 영국과 미국에서 받는 만큼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어떤 매장을 가든 팔라스는 모두 똑같다는 걸 느낄 수 있게끔.

가레스 스큐이스: 팔라스는 그저 팔라스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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