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MA 인터뷰: “나는 나를 사랑하는 핑크 푸딩 젤리야!”

패션, 미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아우르는 멀티 아티스트 멜로를 만났다.

패션 
1,785 Hypes

자신을 ‘멀티 아티스트’라고 소개하죠. 무슨 뜻인가요?

제가 그냥 지어낸 건데요. 그 말 말고 저를 표현할 만한 단어가 없더라고요. 저는 노래, 랩, 그림 그리기, 패션 디자인 등 많은 일을 하잖아요? 이것들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뭘까 생각하다가 ‘멀티’를 떠올렸어요.

실제로 사람들마다 멜로를 알게 된 경로가 다르더라고요.

제가 싫증을 빨리 느껴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 해요. 이 단점이 오히려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단점이 장점이 된 거죠.

본인이 기억하는 본인의 첫 아트 작품은 뭔가요?

제가 거의 세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어릴 때 기면증 같은 게 있었거든요. 피아노 학원이든 공부든 지루하면 그냥 잠에 빠졌어요. 그런데 그림만 그리면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을 ‘파헤쳤다’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파고들었고 이후에 패션, 음악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듯해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있나요?

하나에 집중하진 않아요. 제가 함께하는 브랜드 스쿠웃은 잘하고 있으니까, 거기에다 만화를 그리거나 음악을 더하거나 하는 등 항상 하는 일에 무언가를 추가하는 식이에요.

MLMA 인터뷰: “나는 나를 사랑하는 핑크 푸딩 젤리야!”, 스쿠읏, 멜로, 미러브미어랏, 브랜드, 패션, 분더샵, 인스타그램

질문을 바꿔볼게요. 요즘 가장 재밌는 일은?

최근에 산 태블릿으로 만화 그리기요. 기회가 되면 올해 만화책을 내고 싶어요. 제가 친구 네이키드 체리와 2년 전부터 그리던 만화가 있는데 서로 너무 바빠서 아직 못 냈거든요. 저와 제 반려묘 ‘김타코’가 함께 영차영차 모험하는 어드벤처, 사이파이, 러브 스토리예요. 나중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도 나오면 좋겠네요(웃음).

인스타그램에 “14 에피소드 미니 시리즈 넷플릭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던 기억이 나요.

제가 사람들을 트롤링하는 것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2020년에 만화책을 ‘하입’하기 위해 포토샵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올린 적 있어요.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언제 나오냐고 아직도 물어봐요. 구글에 제 이름을 치면 넷플릭스가 나올 정도였어요.

트롤링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요?

일상은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 안에서 즐거움과 위트를 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하루를 농담처럼 여기면서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동시에 트롤링이 곧 아트가 될 수 있다는 마음도 있어요.

트롤링은 재밌지만, 자칫 잘못하면 위험이 따르잖아요. 그런 걱정은 없나요?

제가 아주 예전에 BTS를 정말 좋아해서 BTS 인형을 갖고 노는 틱톡 콘텐츠를 찍은 적이 있어요. 그때 BTS 팬덤에게 혼났었어요.

인형을 좋아하나 봐요. <포켓몬스터>의 피카츄를 활용한 ‘이모츄’도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잖아요.

김타코는 저의 반려묘이자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친구거든요. 근데 제가 세계 이곳저곳을 다닐 때 김타코를 데리고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김타코 대신 피카츄 인형을 갖고 다녔어요. 하지만 피카츄는 만인의 피카츄잖아요. 저는 저만의 피카츄가 필요했고요. 그래서 피카츄에 이것저것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게 이모츄로 이어졌어요.

이모츄의 디자인 배경이 궁금해요.

가끔 친구들에게 저 자신을 ‘핑크 푸딩 젤리’라고 소개해요. 저는 굉장히 감정적이에요.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리멘탈’이고요.  이모츄는 피카츄가 저의 이런 성격과 감정을 다 흡수한 모습이에요. 덕분에 저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어요. 한편으로 제가 여린 사람이다 보니까 강해 보이는 옷들을 즐겨 입고, 그런 스타일에 더 창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MLMA 인터뷰: “나는 나를 사랑하는 핑크 푸딩 젤리야!”, 스쿠읏, 멜로, 미러브미어랏, 브랜드, 패션, 분더샵, 인스타그램

오늘 입은 옷은 모두 본인의 브랜드 스쿠읏 제품이죠. 스쿠읏은 어떤 브랜드예요?

소셜 미디어로부터 태어난 유니섹스 패션 브랜드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진지하게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고요. 재밌는 무언가를 해볼까 하다가, 수익을 창출하려면 상품이 필요하겠다 싶어 티셔츠, 후디 등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지금은 풀 컬렉션까지 하게 됐어요.

스쿠읏을 만든 지 약 4~5년 정도가 됐죠. 한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다시 힘을 주고 있단 인상을 받았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못한 일들이 있어요. 물론 스쿠읏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많이 사용한 덕을 보기도 했죠. 그런데 이제 그게 끝났고, 저도 다른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스쿠읏에 재미를 느꼈어요. 제 에너지가 그렇다 보니 올해는 스쿠읏에서 재밌는 게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스쿠읏의 디렉팅 과정은 어떻게 돼요?

창립 멤버 코가 브랜드의 방향을 정하고, 저는 디자인 전반을 도맡아서 해요. 제가 집중해서 파고드는 타입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코가 저를 재촉해요. “2024년에는 뭘 할 거니까 이거, 이거, 이거를 하자”면서 저를 채찍질하고, 저는 스튜디오에 갇혀 눈물을 흘리면서 디자인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럼 디자인 과정은요?

제가 어딜 가서 입고 싶은 옷이 있는데 어딜 가도 살 수가 없어요. 스쿠읏의 옷은 그런 감정과 상황을 기반으로 디자인해요. 미국 셀러브리티들이 제 옷을 많이 입는 이유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데를 자주 가고, 거기에서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으니까요.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타고 다니면서도 입을 수 있도록 좀 더 웨어러블하게 다듬고 있어요.

최근의 스쿠읏의 팝업을 가보니 멜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제가 MBTI가 ‘I’라서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딘가를 가는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굉장히 고맙죠. 기억에도 많이 남아 있고, 덕분에 다음 걸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최근엔 그 에너지를 유튜브로 많이 가져가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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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는 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있나요?

주로 소통을 하는 듯해요. 실제로 라이브를 하진 않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많이 쓰고 있어요. 올린 영상에 달린 댓글에 기반해서 다음 영상을 제작해요. 지난 스쿠읏 팝업 때도 유튜브 좀 많이 올려달라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어요. 자기들이 편집해 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웃음). 그래도 그 말들이 동기부여가 돼요. 아무도 저한테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들은 후로 자주 찍고 있어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자막 달아야 해요.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레 안 좋은 반응을 접하기도 하잖아요.

제가 소셜 미디어를 다루던 초반에는 ‘헤이터’들의 반응을 감당하는 게 힘들었어요. 말했듯이 저는 푸딩 같은 사람인데, 푸딩은 되게 약해서 많이 건들면 녹아 없어지잖아요. 근데 나중에 가니까 나쁜 반응도 결국 에너지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들이 제게 관심이 얼마나 많으면 그런 감정이 생겨났겠어요. 그럼 더 멋있는 거 보여줘서 더 ‘킹받게’ 해야지.

동기부여를 얻는 또 다른 요소도 있나요?

‘좋아요’ 숫자. 만드는 데 여섯 시간 넘게 걸린 작품을 올렸는데 아무도 안 좋아하면 성취감이 좀 적어요. 물론 자신의 만족도 있지만,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했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만들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겠다 싶은 작품을 제작할 때 동기부여가 돼요. 자면서 생각날 때도 있어요. 꿈에서 프레임이 사람 손 형태인 선글라스를 만들어서 좋아요가 엄청 많이 찍히고, <하입비스트>에 실리는 꿈을 꾸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만들었고, 반응이 엄청 좋았죠.

사람 손 형태의 선글라스를 보면서 SF와 고어 두 장르를 좋아하겠다 싶었어요.

자극적인 음식도 엄청나게 좋아해요. 불닭볶음면 최고. 그래서 시각적으로도 잔잔하기보다는 엄청 자극적인 요소를 찾아요. 평소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거 좋아해도, 아트 하고 싶을 때는 그로테스크하고 무서운 것들을 좀 더 좋아하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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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성공하기 전까진 서울에 돌아오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리고 지금 서울에 있죠.

아, 되게 ‘킹받는’ 말을 많이 했었네요. 하지만 그 말이 맞아요. 제가 서울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제 아트를 몰라주고 열심히 해도 반응이 없는 것 같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반응이 없으니까, 그게 있는 외국에서 다시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서울로 돌아가도 되겠다 싶었어요.

돌아와보니 어때요?

사람들의 대접이 좀 달라요. 하하. 예전에는 좀 차가웠는데 요즘은 더 좋아해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되게 행복해요.

반응이 좋으니, 한국에서 재밌는 일도 많이 기획하고 있겠네요.

그럼요. 올해는 주로 스쿠읏의 오프라인 팝업처럼 사람들이 아트를 실제로 만져보고, 입어보고 구경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할 예정이에요. 스쿠읏의 옷을 만들 때 시즌의 개념을 반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재밌을 거예요.

시즌을 반영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똑같은 날이어도 어떤 나라는 덥고, 어떤 나라는 춥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패션 시즌 개념을 따라가지 않아요. 시즌 개념은 오래된 전통이고, 기존 사람들이 전통을 따르는 건 괜찮죠. 하지만 스쿠읏은 소셜 미디어에서 나온 새로운 브랜드이자 개념이기 때문에 그 방식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시즌에 얽매여서 쫓기듯이 디자인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지금 나오면 좋을 것 같은 것들만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코가 채찍질하며 시즌을 준비하라고 하면 해야겠죠.

스쿠읏과 별개로, 개인으로서 올해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김타코가 있는 캐나다로 휴가 가고 싶어요. 저랑 김타코가 예전에 캐나다에 살았었는데, 고양이가 비행기를 타려면 몸무게가 7kg 미만이어야 해요. 근데 김타코는 지금 10kg이라서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데려오지 못하고 있어요. 혹은 대형견 케이지에 넣어서 와야 하는데 김타코도 푸딩 유리멘탈이라 그걸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요. 그래서 캐나다에 가고 싶어요. 거기서 김타코도 보고 유튜브 하면서 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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