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온 인터뷰: “‘지금’은 지금밖에 없어요. 과거와 미래는 모두 말장난이고요.”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모두 김하온의 지금이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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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앨범 발매까지 5년이 걸렸네요.

오래 걸렸죠. 회사를 옮기기 전부터 정규 앨범에 대한 생각과 계획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저나 주변 환경 등이 변하면서 많이 엎었죠. 앨범을 내고 나서 한 일주일 동안은 후련했는데요. 그 뒤론 다음에는 뭐하지 싶더라고요.

어떤 것들이 변했어요?

정규 앨범은 래퍼에게 엄청 중요하고 큰 이벤트잖아요.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들은 사람들이 제가 명상을 하게된 이유나 몇몇 생각에 대한 계기를 궁금해할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성격을 만든 일련의 사건들을 비유로 표현할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서사로 풀어낼지 고민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주제를 얼마나 깊게 다뤄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그러다 2년을 날렸어요. 그래서 일단 해야겠다 싶어졌죠. 결과를 내야 다음 앨범이랑 비교를 하든, 사람들이나 제가 지금의 제 노래를 평가하거나 할 거 아니에요.

그 결과인 앨범은 어떤 걸 담고 있나요?

제가 지금 좋아하는 사운드, 갖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풀었어요. 근데 사실 앨범에 과거나 미래에 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에요.

‘Symmetry’가 대표적이겠네요. ‘너’와의 옛 사건으로 인해 변한 지금의 김하온을 이야기하잖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하는 말처럼 쓴 가사는 특정 대상이 아니라 ‘모두’에게 하는 말이에요. ‘너’라는 단어에 포괄적인 상황을 담아내는 거죠.

‘OoMa (우연히 마주치길)’는 대상이 확정적이잖아요. 클럽 백스테이지에서 나오는,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 포괄적일 순 없으니까요.

그런 추억들도 결국 특정 인물이라기보단, 제가 기억하거나 만든 하나의 상황이죠.

김하온 인터뷰, KC, 하온, 노아, 힙합, 랩, 한국힙합

이번 앨범은 ‘지금’을 담았다고 했죠. 그런데 음악적으로 어떤 트랙은 굉장히 최신이고, 어떤 트랙은 과거의 향수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말하는 ‘지금’은 곧 하온의 인생이예요. 저희가 이 자리에서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간은 계속 지나가잖아요. 사실 저희한텐 현재밖에 없어요. 과거나 미래는 모두 말장난이죠.

그러면 지금 김하온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해도 되나요?

근데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제 걸로 만들어야겠단 생각은 잘 안 해요. 그냥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담는 편이죠.

전자의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뭐예요?

그냥 그렇게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작업을 추구해요.

자연스러운 작업이란?

스튜디오에서 음악 틀어놓거나, 비어 있는 비트 들으며 걷다가 흥얼거려보고 괜찮은데 싶으면 녹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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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는 웰던, 이너 니트와 모자는 조거쉬, 레이어드 스커트는 컴퓨터포맷,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발은 닥터 마틴.

<ALBUM ON THE WAY!>도 그렇고 이번 앨범도 그렇고 음악이나 서사적 변화가 눈에 띄어요. 변화의 이유가 있나요?

저를 드러내는 과정이 아니었을까요. 제가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마냥 평생을 밝게 산 사람이 아니거든요. 근데 거기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고요. 하지만 감춰져 있었을 뿐 제 인생에도 우여곡절이 분명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이제야 드러나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밝은 모습의 김하온을 그리워하죠. 그러면 그때처럼 음악을 하는 게 오히려 쉬운 거 아닌가요?

근데 그게 저한텐 쉬운 길이 아니었어요. 밝은 것들만 소화해서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기엔 제 나머지 부분이 너무 부자연스러운 거예요. 방송 같은 경우도 좋은 기회가 많았지만, 잘 되지 않았던 느낌이에요. 오히려 쉽고 편한 건 지금이죠.

오히려 쉽고 편한 이유가 궁금해요.

지금의 제 음악은 ‘이건 내가 솔직하게 정리한 말이야’라고 하기보단, 어떤 비트를 듣고 하고 싶어진 말을 적었기 때문이죠. 잘 모르지만, 데스 메탈, 펑크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분출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식케이 형과 함께갔던 투어 영상을 봐도 제가 정말 억눌린 걸 분출하듯이 공연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레이지라는 음악 장르적 흐름이 있었잖아요. 그런 흐름에 동참해서 제 걸 보여준 게 <ALBUM ON THE WAY!>였죠.

그래서인지 김하온의 음악을 2023년을 기준으로 나누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가 세상에 알리진 않았지만, 한창 제 환경이 굉장히 시끄러워진 적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입을 다물기로 선택했고, 그게 해결되고 뚫리는 과정에서 억눌렸던 것들이 뭔가 ‘팍’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철권’의 레이지 모드 같은 거네요. 근데 <ALBUM ON THE WAY!>와 <HAONNOAH>는 또 다르잖아요.

그 사이에 저라는 인간이 엄청 바뀌진 않았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또 꺼내놨을 뿐이죠. 그리고 정규 앨범에 관해 이것저것 변명하며 알게모르게 회피한 것도 많았어요. 그러다 저의 문제와 욕심, 그런 것들로 인해 일어난 모든 것을 도망치지 않고 마주쳤어요. 이번 앨범엔 그런 의미도 담겼습니다.

이번 앨범에 본인의 안 좋은 부분도 담았겠네요.

‘하온’과 ‘노아’가 있는 그대로 마주봤으니 그렇죠. 이젠 부정적인 것들도 제게 영감이 돼요. 분노, 후회, 슬픔도, 기쁨이나 제 나름의 인생을 살며 발견한 진리가 모두 물감이에요. 그걸로 제가 그림을 그려 세상에 내놨을 때 사람들이 즐거우면 장땡이다 싶었어요.

얘기가 나온 김에, ‘노아’는 뭔가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하겠단 생각을 확실하게 했어요. 그때 마지막 미술 수업에 선생님이 그리고 싶은 걸 그리라고 하셨고요. 떠나기로 맘 먹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을 때 드는 생각과 자유를 갈망하는 저, 욕심과 반항심, 두려워하는 것들을 표현한 심볼이 ‘노아’예요. 아이디어는 ‘천사가 지옥에 가면 어떻게 될까’였어요. 당시 이런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그리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의미가 들어있겠다 싶어서 지금도 심볼로 쭉 가져오고 있어요.

김하온 인터뷰, KC, 하온, 노아, 힙합, 랩, 한국힙합

상의는 모자이크 소사이어티, 액세서리는 톰 우드 및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트랙 ‘Pourin`’은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부터 랩까지 도맡았죠.

제가 한창 대필을 받았던 이야기로 이슈가 됐었잖아요. 그래서 ‘보여줄게’ 같은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발표가 되니까 뿌듯하더라고요. 다음에도 해보려고요.

대필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받았나요?

스트레스라기보단 좀 귀찮았죠. 근데 이해해요. 오랜만에 제 이름으로 나오는 싱글인데 다른 사람이 가사를 썼단 게 실망스러울 수도 있죠. 다만, 작업 스타일 중 하난데 그걸 왜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나 싶어요. 음악을 음악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말이죠. 제가 평생 그 방식을 쓰겠단 것도 아니고요.

김하온이라 더 그런 반응이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Pourin`’으로 보여준 거죠. 오케이, 내가 처음부터 다 해볼게. 어때?

한편, 앨범의 랩 스킬에 대해선 호평이 많았어요.

제 랩에 자신감이 있어요. 그리고 요즘 래퍼들이 좀 희화화되고 있다고 느껴요. 그냥 랩만 잘하면 끝이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러면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예전엔 그런 가사들이 자신감으로 비춰졌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다르게 느끼는 듯해요. 그런 상황이 김하온을 머뭇거리게 하기도 하나요?

오히려 전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할텐데?’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랩 다운 랩 보여주고 증명하면 되잖아요. 전 이번 앨범으로 증명했고요. ‘잘한다’라는 말 나왔죠. 이거 맞지, 잘한 거 맞네. OK.

랩 외적으로 이번 앨범이 이지 리스닝이란 이야기도 있었어요.

처음엔 어디서든 나오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유치원, 학교, 카페, 클럽 등에서 다 나오는 앨범이요. 근데 욕심이더라고요. 그래서 잘하는 거나 하자고 하며 나온 곡들을 추렸어요.

랩을 제일 잘한 트랙과 어디서든 나올 것 같은 트랙을 하나씩 꼽자면?

랩은 ‘꼴통’, 어디서든 나올 거 같은 곡은 ‘PB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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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건과 신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너와 팬츠는 모자이크 소사이어티, 액세서리는 톰우드.

이야기를 듣다보면 여러 반응 중 하나인 앨범의 유기성은 별로 신경 안 쓰나보네요.

근데 다음부터는 써보려고요. 메트로 부민 앨범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유기성 하나로 몰입감이 달라지니까요. 유기성을 고려한 김하온 앨범. 기대해주십쇼.

그거 하다가 2년을 날렸다고 했잖아요.

그땐 제 인생을 함축적으로 하려다가 그런 거니까요. 이젠 방법을 알 것 같아요.

그럼 정규 앨범 다음은 무엇인가요?

KC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준비 중이고요. 유명 프로듀서 한 명이랑 합작 앨범도 만들고 있어요.

김하온의 의견이 KC 레이블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레이블의 방향성이라고 하면 앨범을 만드는 거잖아요. 그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다만, 저희끼리 “이런 레이블을 만들자” 같은 대화는 안 해요. 저희가 겪거나 봤을 땐 별로인 선례가 많으니까 좀 다르게 한 번 해보자고 만들어진 게 KC예요. 그리고 식케이 형이 곡 주제도 잘 잡고, 추진력도 좋아서 편해요. 일처리 능력이 확실하죠.

그러면 김하온의 방향성은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질문인데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긴 해요.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드렸다고 생각하고요. 실현 여부는 앞으로의 저에게 달렸겠죠. 그래서 더 함부로 말할 수가 없어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참 많이 생각하는데….

앨범이 5년 걸린 이유를 알겠어요.

혼자 생각이 많아요. 망상도 많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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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는 뛰에우, 셔츠는 웨스켄, 스카프는 슈프림, 모자와 벨트,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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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Sangwook Park
헤어/메이크업
Hyejeong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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