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 인터뷰: 기본에 충실한 소박한 '김밥'처럼
“‘gimbap’은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 모음집 같은 리메이크 앨범이에요.”
죠지 인터뷰: 기본에 충실한 소박한 '김밥'처럼
“‘gimbap’은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 모음집 같은 리메이크 앨범이에요.”
<하입비스트>와는 약 4년 만이네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요? 4년까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지난 일 년은 건강관리 하면서 지냈어요.
건강관리는 의외인데요?
제가 최근에 건강으로 골치 아팠던 적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관심을 두게 됐어요. 아무래도 밖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찾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운동이라고 하니 작년에 ‘더 시즌즈’ 방송에서 선보인 물구나무 퍼포먼스가 생각나네요. 요가로 단련했다면서요.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나요?
요가는 잠시 쉬고 있는 상태에요. 제가 건선이라는 피부병이 있는데, 그거 때문에 운동을 하러 가기가 꺼려지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물구나무서기는 요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할 줄 알았어요. 원래 혼자서 섀도복싱도 하고, 비보잉도 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한 번씩 확 분출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또 예전에 봤던 만화책을 다시 한 번씩 빌려보는 것도 재밌어요. 지금은 대여 형식의 만화방이 잘 없잖아요. 그런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직도 대여해주는 만화방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엔 집 소파에 편하게 앉아 <도쿄 구울>을 보는 낙으로 살고 있어요.
이제 음악 얘기를 해볼까요. 최근 EP 앨범 <gimbap>을 발매했죠. 제목은 왜 그렇게 지었어요?
소박하게 짓고 싶었어요. 김밥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여러 재료를 넣고 김과 밥을 마는 느낌도 어딘가 귀엽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어요.
<gimbap>은 리메이크 앨범이죠. 리메이크할 곡을 선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됐나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어떤 곡을 리메이크하면 좋을지 먼저 주변에 물어보고, 이후 내부적인 투표를 통해 선곡했어요.
그럼, 후보군엔 포함됐지만, 앨범엔 수록되지 못한 곡은 어떤 게 있나요?
더 자두의 ‘김밥’도 리메이크하고 싶었어요. 곡 제목도 제목이지만, 연애 감정을 김밥에 비유한 가사가 정말 재밌거든요. 그런데 데드라인에 맞춰서 그 곡까지 만들긴 무리겠다 싶었어요. 더 자두가 혼성 그룹이다 보니 피처링 아티스트도 찾아야 할 것 같기도 했고요. 하지만 만약 나중에 <gimbap 2>를 만들게 된다면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gimbap>을 시리즈처럼 이어 나갈 생각도 있거든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도 있을까요?
특별한 주제는 없어요. <gimbap>은 저랑 잘 어울릴 거 같고, 또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 여섯 곡이 담긴 모음집 같은 앨범이에요.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꼽자면요?
타이틀 곡이기도 한 ‘처음 보는 나’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들으면 바로 느낌이 오거든요. 그리고 이 곡을 방송에서 부를 땐 원곡자인 봉태규 님을 만나기도 했어요. 이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처음 이어진 인연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순간이었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어색하기도 했어요. 화면으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마주하면서 느낀 괴리감이 느껴져서요.
앨범의 원곡과 얽힌 이야기도 있나요?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1987)은 죠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매된 노래더라고요.
사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최근에 알게 된 노래예요. 작년에 태국에 공연하러 갔는데, 이동 중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와중 우연히 인스타그램 릴스에 떠서 듣게 됐죠. 그런데 쭉 듣는데 훅 가사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그 곡에 완전히 꽂혀서 투어 기간 내내 흥얼거렸어요.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원곡의 형식을 최대한 유지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죠지만의 리메이크 요령이 있나요?
원곡에서 너무 벗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발라드곡을 댄스곡으로 바꾸는 식의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원래의 에너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했어요.
그렇다면 각 수록곡은 어떤 에너지를 지녔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서정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었고, ‘처음 보는 나’는 깨끗하고 어딘가 순수한 에너지를 지닌 거 같아서 그런 매력을 잘 살리려고 했어요. 그리고 뉴잭스윙 풍의 비트가 깔린 신나는 노래인 ‘내 탓이지 뭐’는 빛과 소금의 ‘오래된 친구’라는 곡에서 착안해서 탄탄하게 풀어봤어요. ‘오래된 친구’의 멜로디 메이킹이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가성을 단단하게 쌓아서 만든 느낌.
앨범 발매 이후 원곡자로부터 피드백도 받았나요?
원래 리메이크를 하려면 원곡자의 허락을 다 받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이미 피드백을 좀 받았어요.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유재하 선생님의 친형에게 허락을 받으러 갔는데, 리메이크곡도 좋고 나중에 저작권료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기부해달라고 하셨어요. 그 제안이 너무 멋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처음 보는 나’의 경우엔 작사가인 윤종신 님께 연락드렸는데, 리메이크하는 조건으로 다음에 <월간 윤종신>에 한 번 참여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또 다른 수록곡인 ‘romeo n juliet’에선 랩 파트를 과감하게 삭제했어요.
처음엔 랩을 데프콘 님이 맡아주시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데프콘 님과 친분이 없기도 하고, 랩 가사는 개사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모두 번거로운 과정이죠. 그래서 결국엔 덜어내는 방향으로 갔어요.
예전엔 랩도 했다고 들었는데, 랩 파트를 직접 맡아볼 생각은 안 했나요?
전혀요. 저는 랩을 하는 게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쇼 미 더 머니>가 잘 되고 난 뒤로 랩에 대한 리스너 분들의 기대치가 상향 평준화된 거 같아서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요.
김밥에 비유하자면 <gimbap>은 무슨 김밥 같아요?
가장 기본적인 재료만 들어간 김밥이요. 이번 앨범은 구상 단계부터 거창하고 멋진 방향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게 꾹꾹 눌러 담은 느낌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편곡도 화려하게 안 했어요. 그리고 박문치가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는데, 제가 리드하기보단 문치에게 제 몸을 맡기다시피 했죠. 그러면 옆에서 문치가 알아서 잘 말아주고. 반면, 작년에 낸 정규 앨범 <FRR>은 오래 걸리기도 했고, 만들 때 너무 힘들었어요.
마침 지난해 <FRR>을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앨범’이라고 소개했던 게 기억나요. 그럼 이제 그런 긴 정규 단위의 앨범은 볼 수 없는 걸까요?
다음부터는 음악을 정규 앨범 형식 말고 조각으로 발매하고 싶어요. 만약 제가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내더라도, 그건 그때까지 발매된 음악의 조각들을 한데 모은 음반이 될 것 같아요.
이유는요?
작업 과정이 힘들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제가 정규 앨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솔직히 저는 싱글과 정규 앨범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듣거든요. 전 앨범의 1번 트랙부터 쭉 들으면서 ‘아 이 앨범의 완성도는 이렇구나’ 하지 않아요. 타이틀 곡, 그리고 제목이나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피처링한 노래만 듣죠.
그래도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느낀 점이 있다면요?
그렇게 한 번 만들어 보니까 정규 앨범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이 뭔지는 알 거 같아요. 곡과 곡이 아니라, 여러 곡이 길게 이어지며 서사를 만들어내는 그런.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런데 전 큰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아닌 거 같아요. 소설가 중에서도 수십 년 동안 <듄> 집필에 몰두하다 돌아가신 프랭크 허버트가 있는 반면, 여러 개의 단편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그중 전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 방식이 더 재밌기도 하고, 전 뭐든지 빨리빨리 바꾸는 걸 좋아하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 앨범도 냈고, 리메이크 앨범도 내본 지금, 이젠 어떤 음악적인 도전을 하고 싶어요?
템포가 좀 빠른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파셀스라는 밴드의 공연을 봤는데, 디제이의 셋처럼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지는 느낌이 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계속 몸을 흔들면서 놀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공연할 때 그렇게 놀아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늘 바뀌어서요. 이제는 그냥 천천히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