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 Visits: 플라스틱 뮤직 바
디제이 플라스틱 키드의 감도 높은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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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 Visits: 플라스틱 뮤직 바
디제이 플라스틱 키드의 감도 높은 아지트.
‘플라스틱 키드’라는 이름은 그의 음악적 세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자유롭게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재료, 플라스틱처럼 그는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변주하며 독창적인 사운드를 구축한다.
디제이이자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플라스틱 키드는 지난 2005년 11월, 진무, 소울스케이프와 함께 360 사운즈를 공동 창립하며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이들은 펑크, 힙합, 디스코, 하우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셋을 선보이며 20년 간 서울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이 되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던 플라스틱 키드는 이제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이름은 ‘플라스틱 뮤직 바’. 그는 “이곳은 단순한 바가 아닌 음악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아지트”라고 설명한다. 트렌드와 개성이 충돌하며 새로운 감각이 태어나는 서울의 중심지 압구정에 위치한 플라스틱 뮤직 바는 플라스틱 키드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커리어가 집약된 공간이다.
바이닐 간판이 반기는 2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가 쉼없이 수집해 온 수많은 바이닐이 돌아가며, 날마다 큐레이션한 음악이 흐르고, 들리는 사운드에 페어링하기 좋은 근사한 칵테일을 내어주는 바텐더가 상주한다.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이상적인 음악적 장이 현실화된 셈이다.
‘어떤 음악을 틀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좋은 음악이요”라고 답했다. 장르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음악. 그가 지향해온 방향은 언제나 그랬다. 지금 플라스틱 뮤직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말이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플라스틱 뮤직 바’에서 여느 때처럼 바이닐을 플레이하던 플라스틱 키드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360 사운즈 파운더이자 TYKE 브랜드 디렉터, 이제는 플라스틱 뮤직 바를 운영하고 있는 디제이 플라스틱 키드다.
플라스틱 뮤직 바는 어떤 공간인가?
현직 디제이가 좋은 사운드 시스템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재밌는 공간. ‘뮤직 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음악이 중심이 되는 바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내가 상주해있고, 멋있는 디제이들도 모셔 올 예정이다.
플라스틱 뮤직 바를 오픈한 계기가 뭔가?
오버 그라운드와 언더 그라운드에서 오랜 시간 음악을 공유했던 둘의 대화 속에서 시작됐다. 플라스틱 뮤직 바 공동 대표이자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 유건형 형과 나는 레코드로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자주 보냈다. 우리만 이 분위기를 느끼는 게 아쉬워서 동료 뮤지션이나 지인들을 작업실에 불렀는데, 그들도 우리의 분위기를 좋아하더라. 그래서 ‘이럴 거면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어서 대중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라는 이야기가 플라스틱 뮤직 바의 첫 시작점이 됐다.
공동 대표 유건형은 어떤 인물인가?
피네이션 헤드 프로듀서다. 싸이 ‘강남스타일’ 등 피네이션 히트곡들은 거의 이 형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보면 된다.
플라스틱 뮤직 바의 주 타겟 층이 있나?
우리 둘 다 어떠한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 주 타겟 층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취향이 녹아든 이 공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오길 원한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본인의 취향이 있고 음악과 술을 사랑하는 사람?
취향이 없는 사람도 방문해도 되나?
취향이 없는 분들은 오시면 우리가 취향을 만들어 드리겠다(웃음).
플라스틱 뮤직 바에서 즐길 수 있는 주류 및 디시는 뭔가?
위스키, 칵테일,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주류는 물론 간단한 스몰 디시를 즐길 수 있다.
플라스틱 키드가 가장 추천하는 칵테일이 있나?
‘아마레토 피즈’. 달콤한 아마레토 리큐어와 레몬의 상큼한 시트러스가 특징인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을 틀어드리려고 한다.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
‘Sexual Healing’은 마빈 게이의 부드럽고 관능적인 보컬과 따뜻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인데, ‘아마레토 피즈’는 마빈 게이의 보컬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여운이 남아서 이 곡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뮤직 바인 만큼 아무래도 음악과 페어링해야 하지 않겠나.
다른 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플라스틱 뮤직 바의 차별화된 특색과 테마가 있다면?
좋은 선곡. 이름을 내건 만큼 항시 상주할 예정이라서 레코드로 좋은 곡을 들려드리려고 한다. 그리고 스피커. 바이닐과 가장 어울릴 만한 스피커 세 조와 앰프로 조합했다. 직접 사운드를 들어보며 각 스피커들의 특성을 파악해서 서로 보완되게끔 고안했다.
현역 프로듀서와 현역 디제이인만큼 사운드에 가장 신경썼을 것 같다.
맞다. 한 공간에 대형 스피커가 세 조인데도 편안하고 풍부한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끔 음향을 하나 하나 세팅했다. 그리고 디제이 부스에서 가장 떨어진 현관까지 걸어가도 음악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나를 따라오는 것처럼 동일한 사운드로 들리는 걸 경험해볼 수 있다. 손님이 어느 공간에 있어도 좋은 사운드를 느껴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플라스틱 뮤직 바 오픈 준비 시 에피소드도 있나?
나는 맥시멈리스트고, 건형이 형은 미니멀리스트다. 우리 둘은 ‘소울 메이트’처럼 잘 맞지만, 딱 하나 달랐다. 인테리어 취향. 나는 꽉 채우고 싶었고, 형은 하나라도 덜어내고 싶어 했다. 빈티지 토이도 들여놓고 싶었고, 빈티지 옷도 팔고 싶었다. 마치 내 방을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는데 건형이 형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형이 제시하는 인테리어 컨셉이 더 좋은 방향인 것 같아서 타협했다. 나도 고집이 있어서 강행하려고 했지만 결국 졌다(웃음). 그래서 1년 동안은 벌칙으로 내가 계속 상주해서 음악을 틀기로 했다.
플라스틱 뮤직 바에서 예정된 파티도 궁금하다.
이번주 목요일부터 소프트 오픈이다. 물론 오픈 당일에 오픈 파티를 하는 게 의례적이지만, 바 운영이 처음이다보니 일 주일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할 점을 파악하려고 한다. 그래서 첫 파티는 다음 주 금요일이다. 소울스케이프, 앤도우 등 360 사운즈 식구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 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뮤직 바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잡길 원하나?
‘감동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사람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데, 바에 오는 손님들의 취향을 잘 살펴서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 누구는 사운드 시스템으로 감동을 받을 거고, 누구는 선곡으로, 또 누구는 맛있는 칵테일에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재밌고, 신나고, 음악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감동적인 공간?’
바에 오는 손님 각자의 고충은 모르지만 의사 선생님처럼 음악으로 치유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만약 바를 갔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잔뜩 흘러나오면 왠지 특별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은가? ‘저 디제이가 나를 위해서 노래를 틀어주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모든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는 본인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일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플라스틱 키드의 행보는?
일단 나는 플라스틱 뮤직 바에서 계속 음악을 즐겁게 틀 예정이다. 그러니 나를 보고싶으면 이 곳으로 오도록.
플라스틱 뮤직 바ㅣ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9길 6-1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