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인터뷰: K-팝의 다음 챕터

힙합 붐은 온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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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다음 챕터는 힙합일까? 레이지 비트를 타고 평균 나이 17세의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다. ‘코르티스’는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이은 빅히트 뮤직의 새 그룹으로, ‘COLOR OUTSIDE THE LINES’라는 이름처럼 경계 밖을 자유롭게 색칠한다는 태도를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리더 마틴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고 맥 밀러를 주요 영감으로 꼽으며 2010년대 힙합 문화에 뚜렷한 애정을 보여준다. 맏형 제임스는 태권도 유단자이자 세미 프로 하키 선수 출신으로, 독학으로 댄스를 익힌 뒤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그룹의 ‘브레인’ 주훈은 15세까지 모델로 활동했고, 빅히트에 합류하기 전에는 학업 성취도가 두드러진 학생이었다. 전직 수영 선수인 막내 건호는 팀에 경쾌한 에너지를 더하며, 막내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난 성현은 다방면의 재능으로 팀의 균형을 잡는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지닌 10대 멤버들이 모였지만, ‘어리다’는 말은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코르티스는 음악, 안무, 비디오까지 직접 제작하며 데뷔부터 자기주도적 크리에이티브를 드러내고 있다. 발매와 동시에 화제를 모은 트랙 ‘FaSHioN’은 단기간에 약 4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기존 공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코르티스’를 만났다. “우리는 늘 대담하고 비정형적인 스타일을 좋아해왔기에 ‘코르티스’라는 이름도 자연스럽게 붙여졌다”는 건호의 말처럼, 마틴, 제임스, 주훈, 건호, 성현 다섯 멤버가 전하는 K-팝의 다음 장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르티스 인터뷰: K-팝의 다음 챕터

크리에이티브 자율성이 코르티스의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나?

마틴: 새로운 도전에 주저 없이 뛰어들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건 큰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과 안무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역시 우리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도 단순히 아이디어를 감독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든 버전을 먼저 보여주고 그 버전을 토대로 함께 발전시킨다. 실제로 인트로 트랙 ‘GO!’와 ‘JoyRide’의 뮤직비디오는 우리가 캠코더 하나로 며칠간 직접 찍은 버전에서 출발했다. 모두가 그 결과물을 좋아해 주었고, 그 느낌을 살려 공식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성현: 우리의 창작 과정은 늘 무한한 탐구에서 시작된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우리 색을 담아내려면, 그냥 함께 어울려 놀듯 자유롭게 시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수록곡 ‘FaSHioN’의 셀프 프로듀스 영상도 아무런 계획 없이 빈 스튜디오에서 조명과 에너지 하나로 완성했다. 그게 결국 공식 퍼포먼스 필름의 영감이 됐고.

건호: ‘GO!’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입에 360도 카메라를 물고 뛰어다니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얼굴이 퍽 우스꽝스럽게 찍히긴 했지만 뭔가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는 장면이라 시도했다. 다행히 공식 버전에도 들어가게 됐고, 결과적으로도 우리다운 재미를 더해줬다고 생각한다.

코르티스 인터뷰: K-팝의 다음 챕터

즉흥적인 접근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 경험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제임스: 첫 EP 작업 대부분이 사실 ‘그냥 놀다 나온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게 ‘Lullaby’ 뮤직비디오다. 그날은 솔직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어서 “풀장 옆에서 그냥 쉬는 콘셉트로 찍어볼까?”라는 농담에서 시작됐다. 편집도 귀찮아서 ‘한 번에 원테이크로 끝내자’고 했는데, 몇 번 시도하다보니 진짜로 뮤직비디오가 완성됐다.

성현: 맞다. ‘Lullaby’는 처음에 영상 콘셉트가 아예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비주얼라이저 정도만 하자고 제안했는데, 사실 나는 그때 수영이 하고 싶었다(웃음).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게 오히려 코르티스다운 결과물이 됐다.

건호: ‘GO!’ 공식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틴이 차 밑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보통 차는 멋있게 배경으로만 쓰는데, 그냥 ‘밑에서도 찍어볼까?’라는 말 한 마디에서 탄생한 신이다. 별생각 없이 던진 아이디어가 오히려 의미 있는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 

마틴: 가사 작업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FaSHioN’ 1절은 건호랑 내가 스튜디오에서 놀다가 “동묘에서 본 할머니들 얘기도 재밌지 않아?”라는 얘기 끝에 흘러나온 거다. 그때 떠오른 일상 대화가 곡의 테마가 됐다. 우리 노래는 결국 일상의 스냅샷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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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 모두가 창작에 관여하는데,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떤가?

마틴: 대부분 프리스타일로 시작한다. 비트를 틀어놓고 즉석에서 멜로디나 가사를 흘려보면서 감을 잡는다. 그걸 녹음해두고, 그중 마음에 드는 부분이 그 곡의 뼈대가 된다. 이후엔 다 같이 모여 가사를 한 줄씩 쓰기도 하고, 때로는 한 달 넘게 막혀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장소를 바꿔가며 작업한다. 미국에 있을 땐 공원이나 강변에 가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고.

멤버들의 다양한 배경은 음악이나 비주얼, 안무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제임스: 물론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창작할 땐 다 비슷한 영감의 원천을 공유한다. 음악, 영화, 패션,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 다만 일상적인 부분에서는 각자 관점이 달라서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예술에 대한 애정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

주훈: 서로 다른 배경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개성이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가사 작업만 해도 각자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처음엔 따로 쓴 걸 합쳤는데 충돌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옆에 앉아 라인마다 합의하면서 쓴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결과물은 확실히 더 좋다.

성현: ‘FaSHioN’ 작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따로 쓰다 보니 합치기가 어려웠는데, 결국 다 같이 모여서 한 줄씩 쓰니 훨씬 매끄럽게 완성됐다.

코르티스 인터뷰: K-팝의 다음 챕터

연습생 시절 직접 만든 영상이 ‘What You Want’ 공식 뮤직비디오로 발전했다. 소감이 어땠나?

제임스: 비현실적. 상상만 하던 장면이 실제로 구현된 걸 보는 건 놀라운 경험이었다. 당시엔 장비도, 예산도, 장소도 부족했는데, 그럼에도 플레이백을 볼 때마다 “이게 진짜 되네?” 싶었다.

건호: 셀프 버전에서 스트레스 받는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공식 버전에서 그 장면이 더해지니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다 끝내고 나니 우리가 구상한 그림이 제대로 구현된 것 같아 뿌듯했다.

‘선을 벗어난 색칠’이라는 이름처럼, 코르티스가 K-팝에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주훈: 우리는 늘 예상 밖, 비정형적인 걸 지향한다. 장르나 콘셉트에 갇히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우리의 힘이다. 그렇게 탄생한 음악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K-팝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마틴: 다양한 스타일을 섞다가 새로운 사운드를 발견할 때 가장 즐겁다. B사이드 곡 ‘Lullaby’는 건호가 “재즈 비트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내가 재즈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독특한 하이브리드 사운드가 나왔다. 거기에 소울풀한 보컬을 얹으니 전혀 새로운 무드가 됐고. 이런 시도가 결국 K-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 실험하면서 우리만의 사운드를 보여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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