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2026에 첫 발을 내딛은 한국 갤러리 9
‘머티리얼 프랙티스’부터 ‘포커스’까지.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세계 미술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서울 삼성동 코엑스로 집중됐다. 올해 5회를 맞이하며 아시아 아트 신의 주요 무대로 자리 잡은 <프리즈 서울 2026>은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과 함께 더욱 밀도 높은 프레젠테이션을 펼쳐냈다.
특히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변화는 세 가지의 큐레이티드 섹션이다. 공예와 디자인, 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잇는 ‘머티리얼 프랙티스’, 20세기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궤적을 재조명하는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정예화된 아티스트의 시선을 다이렉트로 선보이는 ‘포커스’까지. 이에 <하입비스트>는 이 세 가지 큐레이티드 섹션에 첫 발을 딛은 한국 갤러리 9곳을 조명했다.
재료와 물성의 경계를 탐구하다: 머티리얼 프랙티스
아트스페이스3ㅣArt Space 3
서울 통의동 경복궁 옆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3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조각과 설치 등 물질성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작업을 전개해온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공간이다.
프리즈 서울 첫 신설 섹션 ‘머티리얼 프랙티스’에서 아트스페이스3은 박미화(b. 1957) 작가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흙, 종이, 버려진 나뭇가지와 합판 등 시간의 흔적이 밴 재료를 수집해 작업하는 작가는 상실과 소멸 이후에도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응시했다. 흙으로 빚어낸 식물-여인의 형상을 통해 재료가 형태를 만드는 수단이 아닌 삶과 기억을 잇는 매개로 승화시켰다.
주소ㅣ서울시 종로구 효자로7길 23, 지하 1층
갤러리 스클로ㅣGallery Sklo
2003년 설립된 갤러리 스클로는 국내 유일의 컨템포러리 글래스 전문 갤러리로, 오랜 시간 동안 유리의 조각적, 개념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현대미술 매체로서 유리의 입지를 넓혀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신상호 작가의 <Structure & Force>를 선보이며 유리라는 매체가 지닌 한계를 띄어넘는다. 주로 흙을 기반으로 도조 작업을 해온 그는 이번 연작에서 금속, 아크릴과 함께 유리를 도입했다. 재료가 지닌 순수한 형태적 에너지를 극대화한 프레젠테이션은 머티리얼 프랙티스 섹션이 지향하는 물성의 확장을 입증했다.
주소ㅣ서울시 중구 다산로16길 29, 1층
아름지기ㅣArumjigi Foundation
2001년 출범한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신을 현대적 삶의 맥락으로 재해석하고 계승해온 비영리 문화 기관이다.
의식주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와 전시, 동시대 크리에이터 및 장인들과의 협업을 이어온 아름지기는 이번 무대에서 전통 기법과 동시대 미의식이 상호작용하는 라이프스타일 장을 완성한다. 이번 프리즈에서는 손수 다듬은 유기적인 재료들과 전통 장인정신이 집약된 오브제들을 선보이며 유산 보존을 넘어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다.
주소ㅣ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7
20세기 거장들의 시선을 재조명하다: 스포트라이트
피앤씨갤러리ㅣPNC Gallery
대구를 기반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흐름을 다각도로 발굴하고 소개해온 피앤씨갤러리는 깊이 있는 아카이브 기획으로 비평적 담론을 제시해온 공간이다.
피앤씨갤러리는 1960년대 후반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 속에서 성장한 곽훈(b. 1941)의 1970~80년대 형성기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사발, 제의적 기호, 주술적 제스처가 돋보이는 초기작들을 선보였으며, 보이지 않는 힘을 호출하는 그의 추상성은 오늘날 세계 추상미술의 맥락에서도 강렬한 울림을 안겼다.
주소ㅣ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42 / 대구시 수성구 동대구로59길 18-10
유나갤러리ㅣUNAW Gallery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유나갤러리는 경계를 허물고 독립적인 시각 언어를 개척한 작가들의 실천을 조명하는 데 집중해왔다.
유나갤러리는 한국 실험사진의 선구자 황규태(b. 1938)의 솔로 부스를 마련했다. 필름을 태워 물질성을 드러낸 <불타는 도시 II>(Burnography)부터 디지털 픽셀과 추상 구조로 이미지를 해체한 <블로우 업> 및 <빅뱅 이론> 연작까지,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급진적 시도를 집약했다.
주소ㅣ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74길 11, 삼성전자 서초사옥 지하 1층
샘터화랑ㅣWellside Gallery
1978년 설립되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샘터화랑은 40여 년간 한국 근현대미술의 굵직한 유산을 다듬어온 길잡이다.
샘터화랑은 오랜 예술적 동반자였던 작고 작가 손상기(1949–1988)의 솔로 프레젠테이션 <시들지 않는 꽃>을 선보였다. 급격한 도시화의 이면과 소외된 삶을 응시한 <공작도시> 유화 연작 10점과 작가의 글, 스케치가 함께 전시됐다. 척추 장애와 빈곤이라는 고통을 예술적 자양분으로 승화시키며 1970~80년대의 그늘을 응시했던 손상기의 인간애와 서정적 회화를 재조명했다.
주소ㅣ서울시 서초구 고무래로 8길 4, 2층
젊은 신진 작가들의 대담한 실험을 포착하다: 포커스
캡션ㅣCAPTION
독창적인 큐레이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 서사를 발굴하고 대화의 장을 열어가는 로컬 플랫폼 캡션.
캡션은 이용재(b. 1991) 작가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다뤘다. 작가는 회화의 시간성과 ‘원본 이후의 상태’를 탐구하는 메타회화 방법론을 제시했다. 조선 말기 문인화 및 고종의 접견실 이미지와 메이지 시대 일본 노동자의 이레즈미 문신 사진을 중첩한 <개화> 연작은 역사적 참조들을 결합해 모호한 긴장을 자아내며 회화적 문법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한다.
주소ㅣ서울시 용산구 원효로81길 5, 2층
엔에이ㅣN/A
을지로의 날것 그대로의 공간감을 기반으로,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실험을 수용하는 독립 전시 공간 N/A.
엔에이는 김무영(b. 1995) 작가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무대와 카메라, 벽 등 장치를 통해 장면이 구성되는 조건과 몸의 수동성을 질문해온 작가는 일제강점기 한센병 요양시설이었던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목가> 연작과 3D 프린팅 목업 <해안선을 따라 잘린 식량 창고>를 출품했다. 역사적 낙인과 관조적 풍경 사이의 미세한 균열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했다.
주소ㅣ서울시 중구 창경궁로5길 27, 2~3층
파운드리 서울ㅣFoundry Seoul
한남동에 위치한 파운드리 서울은 역동적인 전시 기획으로 국내외 컨템포러리 아트의 최전선을 이어온 예술 플랫폼이다.
프리즈 서울에 첫 참가하는 파운드리 서울은 오묘초(b. 1984) 작가의 솔로 프레젠테이션 <시스카티아>를 전개했다. 아마존 야과 부족 언어로 ‘생명력을 지닌 존재’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태고와 미래가 교차하는 유기체적 조각들을 선보였다. 몰입형 조각 설치를 통해 관람객을 끊임없이 변형하고 회복하는 생태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주소ㅣ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지하 1~2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