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데가르송 한남,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이 아닌 이유 5

함부로 판단하지 말 지어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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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콘셉트의 꼼데가르송 한남 플래그십 매장 운영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시도합니다.”

2017년 4월, 변화를 선언한 꼼데가르송 한남이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리뉴얼의 핵심은 ‘타 브랜드의 유입’. 새 매장은 도버 스트릿 마켓의 분위기가 짙게 풍겼고, 작업의 숨은 조력자 역시 도버 스트릿 마켓이었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꼼데가르송은 왜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이라고 칭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이 공간을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매장으로 남겨둔 걸까. 세력 확장과 매출 상승이 궁극의 목표라면 간판을 바꾸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브랜드에 관련한 모든 일에 깊게 관여하는 레이 가와쿠보가 ‘단순한’ 이유로 리뉴얼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예상이다. 이에 <하입비스트>가 꼼데가르송의 의도를 상세하고 조심스럽게 파고들었다. 추론을 제외한 요지는 모두 꼼데가르송이 직접 밝힌 내용이다.

분위기 쇄신 < 매출 상승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꼼데가르송 한남의 개점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꼼데가르송의 13개 라인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매장 탄생은 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꼼데가르송 길’로 명명된 일대 상권이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다. 5년이 지난 현재, 꼼데가르송 한남은 남모를 고뇌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브랜드가 이어온 하이엔드 이미지와 독보적 콘셉트에 매료된 충성 고객층은 깊어지는 반면 새로운 고객의 발걸음은 점차 줄어들면서 국내에서의 입지 축소가 문제로 야기된 것이다. 이는 ‘매출’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꾸준한 매출 상승 곡선을 그려야 ‘존재의 가치’가 높아지는 공간의 특성상 매출의 정체를 불러일으키는 한정적 범위의 고객 방문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혔다. 이들은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게다가 꼼데가르송 한남은 브랜드의 현재 시제를 대변하는 중요한 상징이 아닌가. 그래서 꼼데가르송은 매장의 존재 의의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고, ‘신규 브랜드 수혈’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이렇게 꼼데가르송 한남 플래그십 매장은 대대적인 변화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그 덕분에 꼼데가르송 서울에서는 꼼데가르송 라인은 물론 드림랜드 신디케이트, 파라다이스 등의 스트릿 웨어 티셔츠 제품군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직구만큼 착한 가격으로.

꼼데가르송 한남 도버 스트릿 마켓 나이키랩 레이 가와쿠보 준야 와타나베 2017 Comme des Garcons Hannam Dover Street Market Nikelab Rei Kawakubo Junya Watanabe
레이 가와쿠보가 새롭게 정의하는 플래그십 매장

본디 플래그십 매장은 세분화한 제품군 구성으로 고유의 정체성과 트렌드를 동시에 제시하는 공간이다. 레이 가와쿠보는 이 같은 ‘공식’을 과감히 깼다. 브랜드와 매장이 동시에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꼼데가르송이 전개하는 컬렉션과 신규 입점 브랜드를 고루 배열하는 파격을 감행한 것. 그녀는 모든 패션 브랜드가 적용하는 플래그십 매장의 고전적인 성격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콘셉트로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유통 채널의 다각화를 공언했다. 레이 가와쿠보가 플래그십 매장의 새로운 정의를 내린 것이다. 이번 리뉴얼 작업의 중요한 의의는 여기에 있다.

꼼데가르송의 의도

꼼데가르송 한남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의 변화를 거쳤다. 콘텐츠의 재구성과 공간의 재조성이 그것. 앞서 언급했듯, 꼼데가르송 한남은 젊은 층의 고객을 유도할 수 있는 몇몇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레이 가와쿠보는 폭팔적인 에너지를 가진 젊은 브랜드를 직접 선정했고, 이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재구성 작업에 도입했다. 선택을 받은 브랜드는 나이키랩, 고샤 루브친스키, 팔라스, 꼼데가르송의 굿 디자인 숍 등 꼼데가르송의 슬하에 있는 편집매장 ‘도버 스트릿 마켓’이 취급하는 브랜드가 다수 포함되었다. 특히 꼼데가르송 한남은 라인업 구상에서 나이키랩을 일순위로 꼽았다(이 또한 이들의 기준이다). 다양한 팬을 고루 섭렵한 브랜드를 우선순위에 둔 점은 리뉴얼의 의의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나이키와 여러 차례 진행한 협업으로 맺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입점을 성공시켰으며, 그 결과 ‘국내 나이키랩 유통 매장 1호’라는 타이틀을 함께 거머쥐게 되었다.

콘텐츠를 재구성한 뒤에는 공간의 재조성 작업이 뒤따랐다. 기존 매장은 8개 층에 남성 컬렉션과 여성 컬렉션을 분리해 전시했다면, 지금의 꼼데가르송 한남은 남성과 여성을 통합한 구성을 갖춘다. 이는 브랜드가 전개하는 다양한 라인의 콘셉트와 역할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2층과 3층 중간에 있는 각 중층은 레이 가와쿠보의 메인 컬렉션 라인인 꼼데가르송과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준야 와타나베의 남성 및 여성 라인을 진열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그 외의 공간은 레이 가와쿠보의 다른 라인과 새로 들어온 브랜드를 고루 분포시켜 타 브랜드로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꼼데가르송을 접하도록 유도한다. 결과를 공표하기엔 시기상조지만, 이 전략은 꽤 효과를 보이는 모양이다. 브랜드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20~30대 고객 방문이 늘었으며, 이는 꼼데가르송 제품군의 구매로도 이어졌다.

도버 스트릿 마켓이라고 칭하기에 2% 부족하다

위기가 발단이 되어 진행한 리뉴얼이다. 그러나 새로운 매장 구성과 취급 브랜드를 훑어보면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의 탄생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이번 작업은 도버 스트릿 마켓을 총괄하는 CEO 에이드리언 조프가 꼼데가르송 한남의 심폐소생에 물심양면 협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디테일한 브랜드 조합, 상품 선택 및 공급,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 등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모두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즉 3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완수한 새로운 브랜드의 입점은 오롯이 도버 스트릿 마켓의 공이라는 말이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 도버 스트릿 마켓의 개성을 다량 주입한 꼼데가르송 한남은 왜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이라는 간판을 달지 않았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는 공간의 정체성이다. 꼼데가르송을 운영하는 삼성물산은 “이 매장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꼼데가르송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주인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 아니겠나. 두 번째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부재다. 도버 스트릿 마켓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특징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스트릿 웨어’의 공존이다. 쉽게 설명하면, 도버 스트릿 마켓 긴자톰 브라운과 일본 태생의 브랜드 비즈빔이, 뉴욕 지점은 프라다슈프림이 나란히 자리한다. 브랜드의 ‘급’을 나눠 선을 긋는 백화점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허물어진 경계가 이들의 개성이자 매력이다. 그러나 꼼데가르송 한남은 꼼데가르송 라인을 제외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고객의 방문 빈도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발렌시아가의 액세서리 제품군이나 구찌의 가죽 제품과 같은 상품 구비가 도움이 될 수 있었음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과감히 배제했다. 삼성물산에 소속된 꼼데가르송 그리고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브랜드 사이의 유통 문제일 수도, 꼼데가르송에 대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을 염려해 설치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일 수도 있다. 진실이 어찌 됐든 꼼데가르송 한남에서 큰 몸집을 자랑하는 브랜드는 오직 꼼데가르송뿐이기 때문에 이 매장을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로 칭할 수 없다.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 실현될 가능성

필자는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의 오픈 가능성을 점쳐본다. 최근 도버 스트릿 마켓이 LA 매장 개점을 공식화했다. 도쿄, 런던, 뉴욕, 싱가포르 등을 이은 여섯 번째 지점의 탄생이다. 세력 확장에 머뭇거림이 없는 이들이 한국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게다가 서울은 시대의 생활 방식을 제시하는 전 세계 패션 하우스의 관심과 사랑을 차지한 황금기를 맞이하지 않았나. 아마도 도버 스트릿 마켓의 일부 콘텐츠를 더해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매장을 부활시키고, 이와 별개로 도버 스트릿 마켓 서울 오픈을 진행해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아니었을까?
꼼데가르송 한남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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